패션기업 조직 문화 ‘MZ력’ 얼마나?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24.02.01 ∙ 조회수 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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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님”이라 부르면 수평적 관계(?)

패션기업 조직 문화 ‘MZ력’ 얼마나? 31-Image





‘사람 뽑기 어렵다’ ‘뽑아 놓으면 나간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다’ 등등 기업에서 리더급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말들이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직원 뽑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특히 24~36세 신입 직원과 대리·과장급의 인력난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는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28%, 경제활동인구의 32%를 차지한다. 경제활동의 주 핵심층이 MZ세대라는 것이다.

직장 내 중심축인 MZ세대를 어떻게 기업에 적응해서 일을 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말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긴 하지만, 패션기업들은 여타 산업군에 비해 변화가 느리고 여전히 꼰대 마인드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왜 그럴까? 패션 회사들은 유독 경영주가 모든 권력의 중심이 되는 회사가 많다. 그렇다 보니 기업 성숙도 면에서는 느린 점이 분명히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성장한 기업은 기업 오너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과거의 성공 요소를 현재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너 경영인이 권력의 중심, 변화 느리다

지난 연말 이랜드는 기업 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랜드가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송년회에 수백 명의 직원이 동원돼 강제로 춤 연습을 해야 하는 등 근무 시간에 일을 못 할 정도여서 야근을 하며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는 기사가 JTBC 뉴스로 보도됐다.

이에 앞서 박성수 그룹 회장의 매장 방문을 통보받으면 매장 직원들은 전날 밤샘 다림질을 해서 각을 잡아야 한다는 웃픈 사연도 전해졌다. 과거 이랜드 송년회는 직원 단합을 위해 1년에 한 번 성대하게 펼쳐지는 기업 고유의 문화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누구를 위한 송년회인지, 왜 근무 시간에 송년회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직원들이 많아지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딱 맞다. 예전에는 전 직원이 함께하는 송년회로 여겨졌던 것이 지금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신고돼 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통해 기업 갑질 실시간 공개

이건 결코 이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패션기업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문제들이고, 블라인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와 조직이 최우선이었고, 본인이 희생하더라도 조직이 성장한다면 감수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요즘은 본인이 올린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정확하게 받길 원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옛 문화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수직적 조직이 무너지고 개개인의 성과별·능력별 평가로 수평적 조직이 대세가 되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은 사원부터 과장급까지는 ‘프로’, 팀장·차장·부장·사업부장 등은 ‘수석’으로 부르고 있다.

주임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등 직급을 없애면서 프로와 수석으로 나눠 실무자와 관리자로 구분 짓는다. 엘에프(대표 오규식·김상균)는 지난해 7월 연공서열 중심에서 벗어나 직무 중심의 성과 관리를 하겠다고 발표하며 직급을 없앴다.

이 회사는 팀장급이 아닌 모든 사원을 ‘매니저’, 직책자는 팀장, 임원은 직책명으로 통일했다. 이에 따라 M1~M6으로 나뉜 개인별 레벨 관리가 비공개로 이뤄지며, 조건의 충족 여부애 따라 레벨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주임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직급 붕괴’

이 외에도 ‘OO님’으로 이름을 부른다든지, 전 직원을 영어 이름으로 불러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회사도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OO님이라 부른다고 해서 수평관계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은 모든 것이 변화하는 과정이어서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요즘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MZ력(力)’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MZ력은 기업이 MZ세대들과 얼마나 원활하게 대화하면서 이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따지는 용어다. SNS 언어나 신조어를 얼마나 알아듣느냐가 아니라 MZ세대 직원들과 소통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이것도 하나의 비즈니스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2024년 리더들이 주목해야 할 직장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나온 핵심은 ‘조직은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혼합) 업무 전략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코로나19 엔데믹이 선언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뉴 노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무실 +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뉴 노멀’

비록 미국의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갤럽은 직장인 1만8000명을 대상으로 근무 형태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하이브리드 근무 선호도가 52%로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어서 재택근무 29%, 출퇴근 근무 20%로 나타났다. 갤럽은 2019년 조사에서는 출퇴근 근무 선호도가 60%로 가장 높고 하이드브리드 근무가 32%, 재택근무가 8%였던 것과 비교하면 근무 형태 선호가 수년 사이에 완전히 변화했음을 강조했다.

갤럽은 보고서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원들에게 하이브리드 근무는 표준이 됐고, 사람들이 새로운 일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만큼 이제 조직의 리더들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최적화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더 매력적인 업무 공간과 가치를 만들고, 팀이 좀 더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며, 성과 관리 시스템을 수정하고, 훌륭한 하이브리드 관리자를 양성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라고 설명했다.

PVH코리아, 직원 간 ‘협업 능력’ 평가

미국 패션기업 PVH의 한국지사인 PVH코리아(지사장 고유현)는 주 3회 재택근무, 주 2회 사무실 근무를 정착시켰다. 원격으로 이뤄지는 재택근무가 이미 사내 깊숙이 자리 잡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또 업무능력 평가에서 개개인의 목표대비 성과와 더불어 조직원끼리 얼마나 많이 도와주고 협업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PVH코리아는 올 하반기부터 캘빈클라인진과 캘빈클라인언더웨어에 이어 컬렉션 라인인 ‘캘빈클라인’을 직접 전개하면셔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선진화된 기업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더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지 기대가 된다.

PVH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내에서는 가장 선두적으로 재택근무를 정착시킨 케이스로 손꼽힌다. 직원들이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가생활과 자기개발 시간을 확보하도록 해 업무 효율을 높였으며, 재택근무 중에도 수시로 소통하고 타 부서간 협업을 높이기 위해 랜선 회식을 지원하고 회의를 오히려 더 활성화한 것이 주효했다.

‘성과’ 보다 ‘성장’에 포커싱, 그로스 플랜!

재택근무가 뉴 노멀이 되면서 사무실 환경도 바뀌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본사를 2개층에서 1개층으로 축소하고, 지정된 좌석 없이 스마트 데스크를 활용하도록 했다. 센터에는 라운지 공간을 꾸며 다양한 부서와 소통하고 리프레시하며 일할 수 있도록 구비해 놨다. 물론 직급 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유현 대표는 이곳에서 대표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니셜인 ‘YH’로 불린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영어 이름을 쓰는데 이름 뒤 붙이는 ‘님’은 생략하도록 했다. 오현주 인사과 상무는 “PVH코리아의 이러한 활동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비즈니스의 주요 가치로 두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라며 “100년 전통의 PVH는 미국의 문화 자체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기업은 모든 직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했을 때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VH코리아는 직원 평가 기준에 대한 고정관념도 깼다. 일반적으로 연초에 세웠던 사업계획을 연말에 얼마나 달성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인데, 그 보다는 직원 개개인이 주어진 업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회사도 각 직원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로스 플랜’ ‘디벨롭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성과’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세엠케이 ~ 이랜드, 조직문화 바꾸기 나서

관리자급의 평가는 롤이 얼마나 더 커졌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업무 바운더리를 넓혀 더 큰 롤을 맡았을 때 레벨이 상승하는 식이다. 더불어 올해 PVH코리아는 원격근무 = 재택근무라는 것도 깨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꿀 계획이다. 미국 본사는 이미 시작했다. 따라서 여행지에 가서도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전한다.

1세대 패션기업인 한세엠케이(대표 김동녕 · 김지원 · 임동환)는 직원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위한 ‘MZ경영’을 내걸고 있다. 지난해 처음 가동된 ‘MKMZ’ 프로젝트는 ‘한세엠케이의 대표 MZ’라는 뜻으로, MZ세대 직원들이 인기 팝업스토어, 전시회, 박람회 등을 직접 경험한 후 생생한 후기를 전사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함께 최신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 호응도가 높다.

이랜드는 전통적인 기업문화를 버리고 ‘직원주도형’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히며 ‘조직문화TF’팀을 출범했다.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는 직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바텀업 방식의 조직 문화 수립을 강조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타운홀 미팅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직원이 주도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랜드리테일(대표 윤성대)은 모든 사내 문화행사를 본질적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조직 문화 혁신 기구’를 설립했다. 또 노사 발전 재단 및 전문적이고 공신력 있는 외부 자문 기구를 통해서 조직 문화 및 노사관계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겠다고 전한다. 2024년 패션기업들의 조직 문화가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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