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AI, 부머인가? or 두머인가?'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4.01.19 ∙ 조회수 5,026
Copy Link

[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AI, 부머인가? or 두머인가?' 3-Image



‘서울의 봄’도 아니고 갑자기 무슨 쿠데타? 11월 중순, ‘5일 천하’를 반짝 누린 반란이 있었다. 세상을 송두리째 바꾼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서 쿠데타가 벌어졌으나 실패한 것이다. 오픈AI 이사회는 AI의 개발을 주장하는 CEO 샘 올트먼을 전격 해고했지만 그는 금세 돌아왔다. 쿠데타의 원인은 AI를 향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발생한 첨예한 갈등에서 비롯됐다. AI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낙관론자는 부머(Boomer)라 불리고 AI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관론자는 두머(Doomer)라 불린다. 패션 AI에도 부머와 두머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오픈AI는 사업가 출신 올트먼과 개발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2015년 안전한 AI 개발을 위해 공동 창업한 비영리 두머 단체다.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2019년 올트먼은 부머를 표방하는 영리법인 자회사를 만들었다. 2022년 챗GPT의 출시 이후 올트먼은 상품 개발과 사업확대에 나섰고, 이에 안전성을 내세운 수츠케버 등 두머 이사 4명이 부머 이사 2명을 전격 해고했다. 오픈AI의 최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 수익을 지키기 위해 올트먼과 그를 따르는 부머 직원을 모두 지지하면서 두머 쿠데타는 혁명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두머 세력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부머들이 이사회를 다시 장악했다.

패션산업은 일찍이 AI를 도입했다. 디자인 및 제작 분야를 비롯해 트렌드 예측과 마케팅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패션인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후, 소비자의 니즈를 용이하게 충족시키는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AI는 진화하는 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AI는 때로는 디자이너로서, 때로는 개인 스타일리스트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딥러닝 덕분에 AI는 마케팅 방향을 예측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시공을 초월해 소비자에게 시시각각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화 패션 추천 서비스는 쇼핑 시간이 부족한 소비자들의 패션 취향을 분석해 매일 다양한 상품을 추천한다. 실시간으로 패션시장의 소비자의 취향, 라이프스타일, 인식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 분석 · 예측하는 마케팅 서비스도 AI의 딥러닝 덕분에 가능하다. IBM Watson 채팅 봇을 통해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메이시스 쇼핑 도우미 On-Call은 쇼핑의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H&M과 구글은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디자인 및 주문을 하는 디지털 드레스 서비스앱 데이터 드레스(Data Dress)를 개발해 패션 AI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렇듯 AI 부머는 패션의 얼굴을 바꾸고 있다. 부머가 득세할수록 법률적인 셈법은 복잡해진다. 두머는 윤리와 위험성을 앞세워 부머를 견제하고자 한다. AI와 관련한 법률적인 쟁점은 AI가 생성한 콘텐츠 지식재산권의 귀속, 딥러닝을 위한 기초 자료 사용의 적법성,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이 논의된다. 특히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단계에 이르면 인간의 제어를 뛰어넘어 스스로 생각, 학습, 판단, 행동하는 AI에게 인격성이나 권리 의무를 부여하는 철학적 고민과 실용적 정책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윤리장전 등으로 부머와 두머 사이의 간극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AI 앞에 무기력해지는 패션인들에게 2024년을 맞이하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패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AI의 내일도 안갯속이다. 패션과 AI가 함께 가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 두머 쿠데타는 일단 실패했다. 패션, 그대는 부머인가? 두머인가?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
- 무신사 지식재산권보호위원회 위원
-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 / 케이옥션 감사
- 국립극단 이사 / T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자문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수석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패션AI, 부머인가? or 두머인가?' 2433-Image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