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코오롱스포츠, 새해 1조 간다…헤리티지 · R&D · 지속가능성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12.07 ∙ 조회수 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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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론칭해 50년을 상록수같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국 아웃도어 시장을 이끈 ‘코오롱스포츠’가 R&D를 통한 끊임없는 혁신과 진정성을 무기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한다. 안타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중국 시장에 이어 ‘아웃도어 성지’인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자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안하겠다는 코오롱스포츠가 2024년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론칭 50주년을 맞아 글로벌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2017년 안타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진출한 중국에 이어 내년부터는 아웃도어의 성지인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상품 카테고리 선정과 R&D 작업에 돌입한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상품력과 공간을 활용한 소통, 지속가능 가치의 공유 등 코오롱스포츠가 쌓아온 강점을 모두 쏟아부을 계획이다.
북미 지역 진출 시기나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정확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한 후 각 시장에 알리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현재는 한국 시장과 확연히 다른 북미의 자연환경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R&D에 투자하는 한편 현지 시장에 어울리는 아이템 카테고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트레일러닝, 트레킹, 백패킹 분야를 먼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한국 시장에 등장한 첫 아웃도어 브랜드로, 오랜 시간 내수 시장에 집중해왔다. 지난 2017년 중국 진출 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거점 도시 백화점과 대형몰 등에 차근차근 입점하며 160개 유통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올해 한 · 중 매출 8000억, 새해 1조 노려
중국 비즈니스 역시 한국 시장과 같이 아웃도어 본질과 헤리티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현지에 걸맞은 상품과 공간으로 풀어내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상하이에 중국 첫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해 국내와 마찬가지로 코오롱스포츠 특유의 공간 마케팅으로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올해 중국 시장 목표 매출이었던 4000억원을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2000억원 매출을 이미 달성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국내 목표 매출인 4000억원을 포함해 한국과 중국에서 통합 8000억대 규모 브랜드가 된다.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서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시장에 ‘스포츠’ ‘레저’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73년에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첫 번째 매장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타 복종이 수입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에 주도권을 뺏기는 와중에도 레저 문화를 최전방에서 이끌고 때로는 고객의 여가 시간을 즐겁게 하는 동행자로 지내며 50년을 지나왔다.
북미 진출 청사진 공개, 현지 맞춤 기획
늘 승승장구하는 시간만을 보낸 것은 아니다. 코오롱스포츠가 지금의 활약을 보이기까지는 뼈를 깎는, 3년의 리브랜딩 시간이 있었다. 1차 아웃도어 붐이 일던 2011~2014년이 지난 후 코오롱스포츠는 미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앞선 디자인과 기술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에 차 있었다. 당시 코오롱스포츠의 신상품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나온 평가는 ‘너무 앞서갔다. 반보만 덜 갔어도 괜찮을 것 같다’였다.
드디어 2017년 스타일과 기능성이 조화를 찾았다는 평을 들었고, 2019년부터는 본격적인 리브랜딩 작업에 들어가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가장 먼저 2018년까지 미래 기후변화에 주목한 디자인을 위주로 선보이던 코오롱스포츠는 2019년부터 새로운 슬로건 ‘자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Your Best Way to Nature)’에 맞춰 ‘어떤 기후나 날씨에도 활용하기 좋은’ 상품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출근복’이 시작이었다.
여기에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코오롱스포츠는 브랜드가 가진 모든 강점과 상상력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2019년 10월과 11월에 각각 선보인 솟솟618(청계산)과 솟솟상회(을지로, 현재는 중단), 2020년 오픈한 한남 플래그십스토어(서울 용산구), 2022년 제주에 안착한 솟솟리버스 등이다.
2019년 리브랜딩 시작, 공간 · 상품 변화
솟솟618은 등산 관련 상품과 콘텐츠, 솟솟상회는 브랜드의 헤리티지 상품과 굿즈, 솟솟리버스는 지속가능 가치를 공유하는 곳으로 나눠 각 공간에 맞는 상품과 마케팅 기조로 소통을 이어갔다. 플래그십스토어는 아티스트와 협업해 전시장으로 운영하면서 하이엔드와 선도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코오롱스포츠의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을 활용하자 코오롱스포츠와는 조금 멀었던 2030세대 젊은 층들이 앞다퉈 매장에 찾아왔다. 2030세대가 매장에 유입되자 그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 기획도 수월해졌다. 코오롱스포츠 내부적으로는 상품 R&D의 성과를 본 것이 2021년부터였다고 한다. 2021년 등산화 붐을 타고 완판템이 된 ‘무브’와 전천후 활용 ‘웨더코트’가 대표적이다.
무브는 평균 판매율이 90%이며, 인기 컬러의 경우 95% 완판을 기록하기 일쑤다. 현재 기본 상품에 친환경 소재를 더한 ‘무브 어스’ 카테고리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웨더코트 역시 길이, 스타일, 컬러, 사용하는 소재 등을 다양화해 매년 업그레이드한 라인을 제안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솟솟 · 무브 · 웨더코트 등 2030 타깃 ‘적중’
2021년부터 조금씩 회복하던 매출은 작년 말에는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부진하던 시즌에도 ‘노스페이스’ ‘스노우피크어패럴’ ‘아크테릭스’와 함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는 브랜드로 눈길을 끌었다.
‘솟솟’으로 대표되는 공간 브랜딩, 타깃 고객에게 알맞은 마케팅, 매장과 윈윈하는 협력 전략과 함께 가장 주요한 ‘상품’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디자인 변화를 통해 고객에게 어필하고 전략 상품 종류를 세분화해 선택 폭을 높인 것이 상승세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
실질적인 상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R&D를 통해 기획한 실험적이고 기능적인 라인에 대한 도전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2020년 선보인 서브 브랜드 ‘LTEKS(라이프테크)’와 2022년 하반기 론칭한 피싱웨어 라인 ‘웨더몬스터’는 매 시즌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기능과 디자인, 디테일을 장착해 출시하고 있다.
LTEKS · 웨더몬스터 등 글로벌 수주 테스트
특히 이 두 가지 상품 라인은 이미 글로벌 패션 트레이드쇼에 진출해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지난 6월 말 파리 ‘트라노이’ 쇼에 참가해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 것. 코오롱스포츠 R&D의 정점에 있는 두 상품군을 통해 글로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은 물론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가진 바이어들에게 브랜드의 현재를 진단받았다.
당시 웨더몬스터와 LTEKS의 부스에는 프랑스는 물론 홍콩과 태국 등 17개 국가 29개팀이 방문해 수주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코오롱스포츠는 당시 받은 피드백으로 북미 진출을 위한 상품 연구 ·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과 상품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경험 업그레이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4월과 7월에는 공식 브랜드 사이트인 코오롱스포츠닷컴을 전면 리뉴얼했다. 코오롱스포츠의 히스토리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판매 기능까지 겸비한 공식 홈페이지로, 이번 리뉴얼을 통해 ‘커뮤니티형 디지털 플래그십스토어’로 개편한 것이다.
소비자 체험 온 · 오프 연결 디지털라이징
리뉴얼의 가장 큰 근간은 2019년부터 이어오는 코오롱스포츠 슬로건인 ‘자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Your Best Way to Nature)’을 디지털로 실현하는 데에 있다. 제일 눈여겨볼 점은 코오롱스포츠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코오롱등산학교’와 트레일 러닝 프로그램 ‘로드랩’과 함께 코오롱스포츠가 제안하는 업사이클링 DIY 프로그램 안내, 신청, 후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코오롱스포츠는 캠핑과 낚시 등 더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웃도어 플랫폼으로의 확장성까지 엿볼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 상품의 기술력과 혁신 스토리,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다양한 활동 등도 리뉴얼된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코오롱스포츠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아웃도어 전문가들의 도전 스토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솟솟클럽’을 아웃도어 액티비티 커뮤니티로 업그레이드해 제안했다. 개인의 아웃도어 활동 경험을 사진과 글로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개인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면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면서, 정보나 루트 등 ‘꿀팁’을 서로 공유하는 곳으로도 업데이트해 운영 중이다.
성공 비결? 빠른 실패 권장하는 사내 문화
김정훈 코오롱스포츠 디지털마케팅실 상무는 “코오롱스포츠는 옷만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레저 문화를 이끌어 온 만큼 이번 공식 사이트 리뉴얼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코오롱스포츠가 지향하는 아웃도어 철학을 알리는 것은 물론, 함께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려 한다”라며 “리뉴얼을 기점으로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브랜드로 더욱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50세대에게는 코오롱스포츠의 상록수 로고가 신뢰를 상징한다면, 2030세대에게는 코오롱스포츠는 ‘솟솟’같이 재미있고 힙한 브랜드다. 아직 진지한 소비층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고 해도 코오롱스포츠가 선보이는 공간에는 꼭 찾아가 보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 업계에서도 코오롱스포츠의 행보는 늘 주시하고 리스펙트하게 된 지 오래다.
물론 이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잘 나가지 못할 때도 믿고 기다려 주는 코오롱FnC의 기업 문화가 있다. 매출이 떨어지면 불과 1년도 참지 못하고 사람을 바꾸고 작게는 전략을, 크게는 사업부 전체를 갈아엎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코오롱FnC는 ‘빠른 실패를 권장하는 사내 문화’를 기반으로 여러 번 도전하고, 실패하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로 점차 성공으로 가는 길을 닦아가는 방식도 존중하는 편이다.
특유의 기업문화, 오랫동안 쌓아온 R&D 노하우, 소비자 데이터 등을 토대로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한국과 일본에서 8000억원 매출에 이어 내년 1조원 규모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한국 15% 이상, 중국은 5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 여세를 몰아 내년 단일 브랜드로 1조원을 찍는 토종 브랜드가 탄생할지, 글로벌에서도 신뢰받는 한국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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