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로코노미' 핵심 상권으로 주목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12.08 ∙ 조회수 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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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과 을지로에 이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광장시장이 젊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먹거리 시장이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까지 많이 알려진 광장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세월이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에 젊은 소비층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이 쏙쏙 입주하며 더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광장시장의 성장은 실제 지난 7월 BC카드가 자사 매출 데이터와 서울시 공공 데이터를 접목해 발표한 ‘상권지수’를 확인하면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국 3597개 상권의 집객력·포화도·안정성·구매력·성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이 지수에서, 광장시장은 부산 해운대 상권과 함께 창업 성공 확률 및 매출 증가 요인이 높은 1등급 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젊은 고객층의 지속적 유입이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되며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서울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이 이처럼 성장성 높은 상권으로 떠오른 이유로는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 열풍을 꼽는다. 지역 특색이 강한 아이템과 장소를 소비하는 것이 젊은 층 사이에서 ‘힙한’ 문화로 유행하면서 MZ의 전통시장 유입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2023 국내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Z세대는 X세대·영밀레니얼을 제치고 로컬 관광에 가장 긍정적인 의사를 보인 세대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광장시장의 터줏대감들 사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핫플레이스들은 공통된 강점이 두드러진다.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한 아이템으로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역의 특색에 집중해 전통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며 현장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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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프마마, 광장시장의 새로운 '이웃'으로

빈대떡과 육회 등 먹거리가 주로 알려져 있지만 광장시장 내부에는 늘어선 한복집과 수입구제상가 등 패션 산업 역시 시장의 한 축을 오랜 기간 담당하고 있다. 그 중 최근 오픈한 패션 매장으로 지난 9월, 오픈한 플리츠마마의 두 번째 플래그십스토어 ‘이웃’ 광장점이 있다.

송강인터내셔널(대표 왕종미)가 선보인 ‘이웃’ 광장점은 ‘저잣거리를 거닐다’라는 콘셉트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공간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시장 내 분위기가 묻어나는 집기와 양철 지붕 인테리어로 레트로 무드를 자아내고 있으며, 벽면은 플리츠마마 특유의 리사이클링 원사를 사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30년 이상 자수 경력을 보유한 광장시장 ‘성북자수’ 윤정숙 장인이 자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기존 시장 상인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시너지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플리츠마마는 “현재 방문객의 80% 이상이 젊은 고객 및 외국인 관광객이다"라며 "전통적인 상점이 주를 이루는 광장시장 내부에 현대적인 플리츠백 매장이 있다는 점을 흥미로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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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과 상업의 본질을 찾아 시장으로 '로우로우'

로우로우(대표 이의현)에서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우로우(RAWROW)'는 2015년 2호점을 광장시장에 열었다. 전통은 아니지만 한국의 정서를 반영한 대청마루 원형을 인테리어 테마로 적용해 한국의 미를 오묘하게 표현한 공간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면에 '가방 캐리어 안경 의류'라고 써붙여 시장을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매장의 목적을 알리는 등 시장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야 을지로나 신당동 등 구도심 상권이 주목받고 있다지만, 2015년 당시에는 이태원, 신사동, 명동이 서울의 핵심상권이었을 때. 당시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는 "의아한 환경보다 그 매장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는 말로 설명했었다.

그는 “해외 다수의 유명한 숍들이 위치한 환경을 보면, 의아한 경우가 많다. 알고 보니 모두 ‘왜’ 매장이 그 곳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가 있었다. '로우로우' 2호점은 이 같은 발상에 착안했다. ‘가방의 본질’이라는 슬로건에서 출발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파는 상업의 본질에도 귀 기울여 왔다"며 "재래시장은 상업의 원형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시장이자 가장 날 것(RAW)의 쇼핑시설이 바로 광장시장이라고 판단했다. 2호점을 준비하면서 광장시장의 새로운 활기와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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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예산시장 대표 베이커리 '사과당'

서울에서 성공한 가게가 지방에 분점을 낸 것이 아니라, 지방 시장을 대표하는 가게가 광장시장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광장시장점을 출점한 '사과당'이 그 주인공이다. 사과당은 시그니처 메뉴 애플파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이와 음료를 판매하는 페스추리 전문점이다. 예산점 오픈 당일부터 긴 웨이팅을 불러일으킨 이 베이커리는 광장시장점에도 발 디딜 틈 없는 방문객을 불러모으는 핵심 매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시장 명물’ 사과당이 떠오르는 광장시장 핫플레이스로 정착한 또 다른 이유는 시장 내 다른 가게들과 어울리면서도 특색이 드러나는 외관과 빵맛이다. 당도 선별을 거친 국내산 사과를 사용한 사과당의 사과 파이는 오픈 이후부터 꾸준히 지역색이 돋보이는 ‘로코노미’ 메뉴로 주목받으며 디저트 애호가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네컷 사진관이 광장시장에? '플레이인더박스'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진 부스가 광장시장의 특성과 만나 새롭게 태어난 경우도 눈길을 끈다. 플레이인더박스 광장시장점은 시장 내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에 위치한 네컷사진관으로, ‘전생사진관’이라는 특별한 콘셉트로 기획한 공간이다.

방문객은 매장 내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전생테스트’를 진행하며 왕·성균관 유생·황진이·주모·돌쇠 중 나의 전생이 무엇이었는지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다. 단순 테스트뿐 아니라 레트로 분위기가 묻어나는 꽃무늬 조끼와 조선시대 선비의 갓 등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준비된 소품이 한국적인 감성을 더하며 서울 대표 관광 코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플레이인더박스 광장시장점의 특징은 5종 ‘전생’ 포토프레임은 물론 김밥·육회 등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들이 프레임 근처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포토프레임까지 모두 광장시장점 한정판으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한정판의 희소성이 더해져 ‘추억 인증’용 포토 부스로 각광을 받는 이 매장은 현재 광장시장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 상품을 준비 중이다.

** 광장시장은?
1905년 한성부에 등록된 서울 공식 전통시장 제1호.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했다.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1904년 을사조약 체결 후 일본인들이 남대문시장 등 서울의 상권을 장악하고, 경제침략 정책 등으로 조선의 경제를 위협하자 조선의 상인들이 이에 맞서 세운 시장이다. 광장시장은 100년 넘게 한복 원단, 양복지, 양장지, 커튼, 침구류 등 직물 도소매상들이 많은 시장으로 명성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마약김밥, 빈대떡, 회 등 특색 있는 먹을거리로 더 유명해졌다. 이 먹거리장터들은 본래 야간 장사를 하는 직물상들과 새벽에 물건을 떼러 오는 소매상들이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로 출발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줄을 서는 맛집 스트리트로 활성화됐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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