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스파오·에잇세컨즈 등 글로벌 제치고 ‘토종 SPA’ 질주
올해 패션시장이 전체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토종 SPA 브랜드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의 ‘스파오’와 ‘미쏘’,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의 ‘에잇세컨즈’ 등이 전년대비 20%대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패션마켓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브랜딩, 다각화된 오프라인 사업 기조, 상품군의 강화 등 명확한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MZ세대는 물론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탑텐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인 9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으로,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단일 브랜드로 1조원을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랜드월드에서 전개하는 스파오와 미쏘도 각각 5000억원과 1500억원의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니섹스 캐주얼부터 여성복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이랜드는 국내를 넘어선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통해 사업 규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급화 전략과 다각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필두로 고객층을 넓힌 삼성물산패션의 에잇세컨즈도 올 하반기 2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탑텐, 단일 브랜드 1조 목표, 시장 리딩
SPA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리딩 브랜드는 탑텐이다. 올해 690여 개 매장에서 9000억원 고지를 앞두고 있으며 2024년 연매출 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2012년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론칭해 접전을 벌인 끝에 올해 처음 유니클로를 제치는 성과를 냈다. 3년 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계획이다.
탑텐의 성공 요인으로는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경쟁 브랜드인 유니클로에 비해 10% 이상 저렴하게 내놔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또 국내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라인을 선보이고 키즈와 베이비를 전문화한 단독 매장을 열었다. 여기에 애슬레저와 속옷 라인 등 여타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니치마켓을 뚫고 들어갔다.
탑텐은 올 하반기 신규 유통망 추가와 언더웨어 및 애슬레저 상품 ‘밸런스’를 강화해 볼륨을 키웠다. 그동안 도심 외곽에 대형 평형 위주의 교외형 매장을 선보이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는데, 지난 6월 스타필드 코엑스점을 리뉴얼 오픈한 데 이어 9월에 탑텐 명일점을 새롭게 단장하며 도심형 매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대형 규모의 도심형 매장 오픈으로 대도시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접점이 우수한 지역을 확보하는 형태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애슬레저 ~ 여성 라인 강화로 영 타깃 공략
최근 리뉴얼한 명일점의 경우 463㎡(약 140평) 규모로 조성해 탑텐, 탑텐키즈, 탑텐밸런스를 모두 구성했다. 전 연령층을 위한 스타일을 모두 전개하고 있는 만큼 가족 단위의 고객 유입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을 확인했다. 또 겨울 시즌 주력 상품인 온에어, 밸런스, 아우터, 니트, 캐시미어 조닝을 따로 마련해 매장 분위기를 다채롭게 연출했다. 특히 니트 조닝의 경우 컬러와 디자인별로 진열해 고객이 좀 더 편리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포츠 트렌드가 바뀌면서 액티브웨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해 탑텐도 애슬레저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올겨울 시즌 아이돌 그룹 픽시와 커맨더맨을 밸런스의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일상에서 자유롭게 운동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의 액티브한 루틴을 연출해 탑텐만의 액티브웨어를 어필했다.
동시에 여성 라인도 강화했다. Y2K 감성을 반영한 ‘영앤힙’ 스타일을 새롭게 제안해 신규 여성 고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향후에도 브랜드 모델인 배우 이나영을 통해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을 제안하며 지속적으로 여성 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랜드, 스파오 · 미쏘 투톱으로 6500억
탑텐에 이어 이랜드월드의 대표 SPA 브랜드 스파오와 미쏘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이 두 브랜드는 지속적인 매장 확대와 리뉴얼 오픈 등으로 점포 분위기에 활력을 더했고, 상품력 강화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상승 세에 힘입어 스파오와 미쏘는 각각 올해 목표 매출인 5000억원과 1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오는 국내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현재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 전개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무분별한 유통 확대가 아닌 점포별 효율성을 추구해 적정 매장 수를 유지하는 것에 힘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지역에 전개하고 대규모 공간에서 브랜드를 제안하며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안한다.
중국 매장에서도 리뉴얼을 통해 완성형에 가까운 한국 매장을 중국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중국 매장의 경우 상품은 물론 분위기, 인테리어, 음악, 판매 사원이 하는 멘트까지 한국과 동일하게 구성했다. 한국 매장의 형태를 현지에 적용한 이후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상승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비효율 매장을 개선하고 브랜딩에 집중했던 스파오는 2024년 본격적인 유통 확대에 들어갈 계획이다.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필두 매장 리뉴얼 단행
국내에서도 유통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스파오는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힘을 싣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서울 영등포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타임스퀘어 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은 1020세대부터 5060세대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다. 겨울 시즌 주력 아이템인 헤비 아우터류를 전면에 내세우고, 비주얼 콘텐츠를 강화했으며 성별과 스타일에 따라 나뉘어 있던 카테고리를 하나로 통합해 선보여 쇼핑 동선을 효율적으로 바꿨다.
변화된 타임스퀘어점이 매출을 견인하면서 소비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확인했다. 해당 점포를 비롯해 스파오의 또 다른 전략 매장인 코엑스몰점과 강남점을 필두로 오프라인 재정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전 연령층을 위한 브랜드로 거듭날 계획이다.
25% 높은 성장세 미쏘, 고급화 전략 적중
최근 더욱 광폭 행보를 보이는 미쏘의 성장세도 이목을 끈다. 미쏘는 전년대비 25%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올해 목표 매출 1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데에는 고급화 전략을 통한 타깃 확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미쏘의 기존 고객들은 주로 젊은 연령대의 여성 고객이었는데, 상품력을 강화하면서 고급화된 아이템을 선보이자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이 유입돼 연령층이 확 넓어진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유통의 전략적 플레이도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331㎡(약 100평) 이상의 공간에만 입점을 결정해 브랜드가 확보한 상품 SKU를 한곳에서 모두 제안할 수 있는 대규모 매장에서만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가두점 위주의 유통 확대에 집중하고, 매장 체질 개선을 통한 브랜딩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IFC몰, 소비자 설문 통해 상품 개발 반영
지난해 확장 리뉴얼한 미쏘 IFC몰의 경우 여성 2030~4050세대 등 다양한 고객이 매장에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 매장 주변에 SAP 브랜드부터 다양한 여성 타깃 브랜드들이 많이 분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쏘 매장의 고객 유입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쇼핑 동선 재구성 및 탈의 공간을 넓혀 고객들이 편리하고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본사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헤비 아우터 샘플을 전개해 놓고 방문객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가격대와 스타일 등 소비자 선호도와 ‘미쏘를 구매하는 이유’, ‘1년에 얼마나 자주 미쏘를 쇼핑하는지’ 등 소비 행태까지 파악했다. 주기적으로 시장 조사 및 소비자 니즈를 수집해 다음 시즌 상품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편 스파오와 미쏘를 비롯해 이랜드의 SPA 브랜드들은 온라인 유통의 비중도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20년도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였던 스파오의 경우 2021년도 20%, 2022년도 22%를 기록했고 2023년도는 30%까지 상승하면서 점차 온라인의 볼륨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 중에서 1000억원의 수익이 온라인에서 나왔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스파오는 올해 공식 홈페이지, 무신사, 지그재그를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 15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에잇세컨즈, 올 하반기 20% 성장률 유지
삼성물산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또한 올해 성장이 주목된다. 올 하반기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에잇세컨즈는 점 단위 경쟁력을 강화해 기존 주요 점포의 매출이 상승했고, 젊은 연령대의 고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력 강화가 판매 적중률을 높였다.
그동안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급격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해 온 에잇세컨즈는 매장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기보다는 점당 효율을 높인 전략적 플레이로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요 매장 중심으로 대형화 및 리뉴얼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규 고객 유입력을 갖춘 브랜드의 장점을 살려 유통사와의 다각적인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도입한 IT 솔루션의 안정적 정착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그동안 축적된 매장 운영 노하우를 통해 대형점 실적을 높이며 브랜드 전체 성장을 제고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70개점, MZ세대와 접점 확대
에잇세컨즈는 타깃 확장을 목표로 두고 온 · 오프라인의 통합적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에게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현재 7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에잇세컨즈는 내실화 전략에 의해 점진적으로 주요 거점에 신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형 매출이 전년대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명동점, 코엑스몰점, 롯데월드몰점 등 20대 고객의 유입이 높은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규모를 넓혀갈 생각이다. 서울 강남점의 경우 재입성 이후 브랜드 노출 효과와 MZ세대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의 경우 브랜드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는 하반기 온 ·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했던 캠페인이다. ‘아니. 근데. 진짜 나, 좀 멋있네’라는 MZ세대를 겨냥한 캠페인 타이틀을 내세워 고객과 활발히 소통했고, 그 결과 20대 고객 선호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영 타깃 소비자의 호응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인 미디어 캠페인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에잇’ 등 프리미엄 라인 매출 견인
또한 지난 11월 리조트부문의 에버랜드와 함께 ‘바오패밀리’ 컬래버레이션 상품 라인업을 공개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했다.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를 기획하며 폭넓은 상품과 색다른 콘셉트를 제안할 계획이다.
한편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겨울부터 전개한 ‘유니에잇(UNI8)’과 ‘에디션에잇(EDITION 8)’ 등 프리미엄 라인의 성과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고감도 디자인과 정제된 디테일, 완성도 높은 퀄리티로 2030세대의 니즈를 충족한 것. 특히 젠더리스 콘셉트의 유니에잇 라인의 호조로 프리미엄 라인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니에잇의 ‘아웃 포켓 후디 점퍼’는 11만원대로, 기존 에잇세컨즈의 겨울 헤비 아우터 대비 2만~3만원 높은 가격대다. 기존 상품 대비 가격은 다소 높으나, 합리적인 가격에 에센셜 아이템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적중했다.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시즌 중 2회로 진행하던 프리미엄 라인 출시 횟수를 올겨울 4회로 확대해 상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기여했고, 향후에는 좀 더 트렌디하고 다채로운 콘셉트의 프리미엄 상품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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