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뉴페이스, 판 키운다
노르디스크 만다리나덕 등… 2030 공략
등산 중심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콘셉트나 브랜드 제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레저 활동 역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캠핑은 물론 여행이나 자전거처럼 가벼운 레저부터 진지한 백패킹이나 친환경 기조의 브랜드까지 다양한 뉴페이스들이 영역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등산에서 백패킹이나 차박 같은 다양한 캠핑은 물론 여행까지 실질적으로 아웃도어가 공략하는 영역이 확장됐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장악했던 이 시장에 패션으로 영향력을 강화한 수입 아웃도어는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자리를 만드는 신예 브랜드들로 오래간만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과연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캠핑’이 안착할 수 있을까? 트렌드가 아닐까?” 했던 염려가 무색하게 캠핑은 물론 여행이나 자전거처럼 가벼운 레저부터 진지한 백패킹이나 친환경 기조의 브랜드까지 다양한 뉴페이스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고프코어 등으로 아웃도어에도 패션 트렌드 개입 비중이 커지면서 좁은 시장에서 마켓 셰어로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적극 유입시키면서 아웃도어 판 자체를 넓히는 분위기다. 실질 매출이 즉각적으로 크게 뛰지 않을지라도 아웃도어 시장에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산에서 내려온 아웃도어’ 패션 개입도 증가
이 같은 무드를 이끌고 있는 것은 올해 등장한 뉴페이스들이다. 케이투코리아그룹(대표 정영훈)의 ‘노르디스크’, 코웰패션(대표 최용석· 임종민 · 김유진)의 ‘BBC어스’,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의 ‘브롬톤런던’,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의 ‘시에라디자인’, 나자인(대표 강훈)의 ‘만다리나덕어패럴’, 아머스포츠코리아(대표 김훈도)의 ‘살로몬’, 트라이본즈(대표 구본순 · 구본진)의 ‘밥캣’, 두진양행(대표 이욱희)의 ‘록히드마틴’ 등이다.
내년 상반기 론칭하는 더오션스굿(대표 박정훈)의 해양 아웃도어 ‘세일레이싱’까지 시장에 등장하면 그야말로 산부터 바다까지 총망라하는 아웃도어 마켓이 펼쳐지게 된다. 과거에도 ‘헬리한센’ 등 글로벌 브랜드가 요트 등 멋진 해양 스포츠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펼쳤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다양성 면에서 호응도가 적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 한번 더 아웃도어 판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예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선전에는 자체 콘텐츠의 풍성함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기반한 유통가의 빠른 MD 개편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유통 트렌드를 이끄는 점포 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더현대서울과 판교 및 대구,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몰, 스타필드 하남점 등은 새로운 소비자 유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 강남점 등 대대적인 MD 개편 속속
올해 가장 먼저 론칭한 노르디스크는 상반기에만 매장 40개를 오픈했다. 백화점 19개점, 대리점 17개점, 직영 2개와 아울렛 2개까지 다양한 채널에 빠르게 진입하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10월 중순 기준 44개점을 확보한 상태이며 12월에 수원점을 열면 올해 목표인 45개점을 채우게 된다.
노르디스크의 경우 기존 아웃도어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감성으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심심한 스타일’이라는 박한 평가도 있었지만, 모(母) 기업의 영업 노하우와 새로운 것을 원하는 유통가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져 초반부터 탄탄하게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아웃도어룩을 제안하는 만큼 문화적인 접근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천천히 친밀감을 쌓고 있다. 우선 김유정, 류준열, 최우식 배우 3명을 전속모델로 발탁해 이들이 ‘노르디스크 빌리지’에서 스칸디나비아식 글램핑을 즐기는 모습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있다. 노르디스크 빌리지는 덴마크, 이탈리아, 일본 등 글로벌 현지에서 운영하는 노르디스크 직영 글램핑장이다. 국내에서는 4월부터 제주의 한 캠핑장과 협력해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콘셉트룸을 운영 중이다.
노르디스크 45개점 확보, 문화적 접근 주력
파타고니아와 제로그램의 뒤를 이어 지난 3월 ‘친환경 아웃도어’라는 슬로건을 걸고 등장한 BBC어스도 10월까지 10개 매장을 확보했다. 목표로 한 유통 수는 확보했지만, 남은 두 달 동안 반응을 보고 1~2개점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BBC어스는 다큐멘터리 채널이라는 아이덴티티에 실질적으로 친환경 기조를 실천하는 브랜드로 등장해 초기에는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서 반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론칭 초부터 백화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점하며 인지도 쌓기에 들어가 지난 8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10월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등 주요 점포에 입성했다.
전 상품에 리사이클 소재를 80% 이상 사용하는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받은 이 브랜드는 하반기 들어 눈에 띄는 컬러감과 아이템으로 유통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실천하는 친환경’이라는 것이 패션시장에서는 특히 지속하기 쉽지 않은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지구를 위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일 계획이다.
‘친환경’ BBC어스, 올해 목표 10개점 달성
자전거 문화를 기반으로 지난 7월 공식 론칭한 브롬톤런던도 국내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로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을 의류와 용품으로 재해석한다는 콘셉트로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물론 유틸리티웨어를 선호하는 도심 속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스포츠 아웃도어 전문관 오픈과 함께 1호 매장을 선보인 이 브랜드는 현재까지 총 5개 매장을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알짜 점포에만 입점해 효율과 파워풀한 입소문을 모두 챙기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와 선보이는 상품들이 기존 아웃도어와 많이 다르지만 더네이쳐홀딩스는 우선 ‘가치 있는 삶을 지지한다’라는 브랜드 메시지와 세련된 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인지도를 쌓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자전거 컬처 ‘브롬톤런던’ 알짜 매장 확보
신발만으로 재작년부터 고프코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살로몬은 지난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포츠 아웃도어 전문관에 토털 매장을 처음 선보이면서 브랜드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9월 초 스타필드 하남에 최대 규모로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어 신발은 물론 의류와 가방, 다양한 용품을 풍성하게 선보여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크테릭스가 장악하고 있던 수입 프리미엄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살로몬이 의류로 진입하며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경쟁사 대비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접근성도 더 좋아졌다. 기존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신발은 톰지(톰그레이하운드 성수), 무신사 스니커즈 전문관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편집숍 등으로 진입해 브랜드의 타깃층을 전반적으로 크게 넓혔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매출 경쟁보다는 트레일러닝과 고프코어룩 등 핵심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러닝클럽 등 체험 프로그램으로 브랜드 경험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신발 ~ 의류, 살로몬 MZ세대 공략 총력
8월 말 더현대서울에 1호점을 열며 관심을 집중시킨 시에라디자인은 지난 9월 중순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매장을 추가하며 차근차근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철저한 기능 위주 상품 구성과 백패킹에 깊게 몰입된 콘텐츠로 올해 론칭한 신규 브랜드 중 가장 묵직한 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행보도 비교적 신중한 편이다.
내년에는 유통망을 10개점까지 확장한다. 전통적인 산에 집중하면서도 특유의 헤리티지와 컬러와 감성을 기반으로 2030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아웃도어, 새로운 상품을 보여줄 계획이다. 활동 기반은 백패킹과 산이지만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다양화해 2030세대가 선호하는 ‘패셔너블’한 면도 놓치지 않는다.
여행 캐리어와 실용적인 가방으로 잘 알려진 만다리나덕은 ‘여행’ DNA를 살려 8월부터 아웃도어 의류 라인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점 · 충청점, AK플라자 수원점, 롯데백화점 인천점 · 동탄점을 빠르게 확보했고 롯데월드몰과 롯데백화점 안산점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올해 유통망 목표는 7개다.
만다리나덕, 내년 아웃도어 조닝 이전
10월 초에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면서 확장된 브랜드 세계관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아웃도어 의류로 라인 익스텐션을 했다는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헤리티지인 여행의 순간을 담은 공간 연출과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아웃도어가 보여주는 ‘극한을 극복하는 의지’나 ‘탐험’이 아닌 ‘여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내년부터는 아웃도어 조닝으로 포지셔닝을 옮길 계획이다.
가장 최근 론칭한 록히드마틴이나 밥캣 등은 온라인 자사몰을 중심으로 핫한 상권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는 각각 방산기업과 중장비기업이라는 모(母) 기업의 강렬한 이미지를 콘텐츠로 재해석해 컨템퍼러리 아웃도어와 프리미엄 고프코어룩으로 인상을 강렬하게 남기고 내년부터 단독매장을 확보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코로나19 엔데믹이 시작되고 참았던 해외여행 등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맹렬하게 치솟던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 상승곡선도 완만해졌다. 새롭게 등장해 유통과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뉴페이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아웃도어 시장의 판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소비자 유입 기폭제로 작용해 다시 한번 아웃도어 시장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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