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첨예한 독점권 분쟁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10.23 ∙ 조회수 1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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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저기도 억울한 사람들 뿐이다. 프랑스 본사에서 공개적으로 독점권자를 밝혀주면 속이 다 시원할 것 같다는 패션업계의 반응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라이선스로 성공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면서 종종 일어나는 분쟁이지만, 이번에는 관심도가 남다르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론칭 3년만에 300억대 규모로 성장한, 최근 가장 핫한 ‘3마(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중 하나인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금), 클레비(대표 이진미)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마리떼프랑소와저버(Marithe Francois Girbaud)’의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자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회사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소유하고 있는 우즈벅홀딩스인캐피탈(대표 올리비에 바슐리히, 이하 우즈벅홀딩스)과 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채결해 지난 3월 12일 이후로 국내 독점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하며, 레이어(대표 신찬호)를 향해 국내 상품권 침해 행위 및 영업 일체 정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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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비 “레이어 측의 상품권 침해로 현재 심각한 영업손실”

클레비 측은 국내와 프랑스 현지 법률자문단을 대동해 “클레비는 패션업계 신생회사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한국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자다. 이전 라이선시 회사(모던웍스 및 레이어)는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미 계약이 종료돼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전개 권한이 없다”고 발표했다.

특히 클레비는 이전 계약자에게 재고 정리에 필요한 6개월의 유예 기간(2023년 9월30일까지)을 보장했음에도 레이어 측이 현재까지 신상품 제작 및 판매와 홍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차 상표권 침해 행위를 중지하라 요구했으나 레이어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대표자로 나선 박미애 클레비 해외사업총괄 이사는 “심지어 지난 5월, 우즈벅홀딩스(마리떼프랑소와저버 본사) 측에서도 모던웍스와 레이어를 포함한 관계사에 계약이 종료됐으니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내용 증명과 함께 상표권 침해에 대한 국제법 기준 위법 사항을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에도 레이어는 지속적으로 상표권을 침해하며 상품 생산과 판매,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유예기간도 9월 30일로 종료…신상품 마케팅 “말도 안돼”

현재 클레비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한국 마스터 라이선시로 누구에게도 서브 라이선스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라이선스 에이전시가 아닌 패션 의류 및 잡화 전개 회사로 등록돼 있으며, 마리떼프랑소와저버 패션 부문 직접 전개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기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스터 라이선시였던 모던웍스와 패션 부문 전개사였던 레이어의 권리 행사 기간은 지난 3월12일부로 종료된 것이 맞다. 기존 라이선시가 본사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안 우즈벅홀딩스가 해당 라이선시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게 됐다.

그러나 이후의 사실 정황이 불분명하다. 레이어의 투자사 측에서는 라이선스 종료 통보를 받은 후 직접 두 차례나 현지에 방문해 미지급 로열티 전액 지급 약속과 브랜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협상에 성공해 극적으로 전개권을 다시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보도자료를 통해 9월 중으로 플래그십스토어에 프랑소와 저버 본인이 직접 방문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전개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발표까지 마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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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 측 “프랑소와 저버와 확약 완료…대응할 필요X”

실제로 지난주 매일경제신문을 통해 프랑소와 저버가 레이어에서 전개 중인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홍대 매장에 방문했음을 알리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기사 전반을 그의 친환경 패션에 대한 철학을 메인으로 다루다 기사 말미에 마리떼는 국내 패션 회사 레이어와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레이어 또한 프리오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계속 (레이어에도) 제안할 생각”이라며 “이것이 브랜드에 담겨 있는 우리의 철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문구로 라이선스 계약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레이어 내부 관계자는 “이번 방한 때 브랜드 전개와 관련해 프랑소와 저버에게 확약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한 것이 맞기 때문에 상표권 관련 문제 제기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클레비 역시 본사와 계약 당시 마리떼 바슐리히와 프랑소와 저버 듀오의 사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리떼+프랑소와 저버 듀오는 현재 경영자는 아니지만 브랜드 지분을 갖고 있어, 유럽의 법에 근거해 경영인(올리비에 바슐리히)의 허가 하에 서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라고 한다.

레이어 지난 3월 중순 ‘마리떼’로 상표 출원

이번 라이선스 분쟁에 대해 양쪽 기업 입장을 알고 있다는 한 패션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관련된 사람과 회사가 많아 더욱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브랜드 지분을 갖고 있는 창업자 마리떼 바슐리히와 프랑소와 저버 듀오는 물론 현재 우즈벅홀딩스의 CEO인 마리떼 여사의 아들 올리비에 바슐리히까지 의사 결정 라인이 여러 곳이라고 들었다. 레이어 포함 해당 브랜드에 관심있는 여러 기업들이 ‘우리는 프랑소와 저버와 컨택했다’ ‘우리는 올리비에와 컨택했다’며 오리지널의 결정 혹은 경영자의 결정을 강조하는 편이다”라고 말을 얹었다.

실제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와 모던웍스-레이어와의 계약이 끝난 것이라고 알았던 많은 패션기업들이 클레비에 접촉해 패션 관련 서브 라이선스 문의를 다양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계약을 의뢰했던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레이어가 계약 종료 시점이었던 3월12일에서 이틀이 지난 3월14일에 특허청에 ‘마리떼(MARITHE’)’라는 브랜드명으로 상표 출원까지 마친 상황이라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를 통해 레이어가 ‘마리떼’라는 상표로 25류(의류)와 18류(가방류)에 대한 상표 출원 신청을 내 현재 출원/심사대기 상태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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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잘하는 한국 패션, 분쟁은 언제까지?

한편 레이어는 올해 마리떼프랑소와저버로 10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마리떼앙팡(키즈), 무브망(애슬레저), 골프까지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확장한데 이어 이미 8월까지 누적 매출로 500억원을 달성한 상황. 브랜드 로고가 갖고 있는 파워도 있겠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절한 상품으로 풀어 MZ 소비층의 입맛에 딱 맞게 제안한 레이어의 저력이 특히 탁월했다. 이런 실력파이기 때문에 이번 분쟁을 안타까워하는 패션 업계의 목소리가 유독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클레비 측은 “클레비는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업체다. 기존 전개사인 모던웍스와 레이어처럼 대형 투자사를 끼고 있거나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에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며 “지난 5월 본사 측에서 보낸 내용증명과 경고에 이어 9월30일 유예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클레비에서도 적극적으로 레이어 측에 상표권 침해와 관련한 내용증명과 영업중단 요청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곧 우리 측 해외사업부 변호사가 본사에 방문해 현재 상황을 전하고 이후 대응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곧바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11월 쯤이면 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기자회견이 우리가 권리를 찾고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첫 행보가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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