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브랜드 분쟁 언제까지?
수수료 미지급, 중복 계약 등 천태만상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10.17 ∙ 조회수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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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라는 대형 라이선스 성공 사례가 나오자 아웃도어부터 캐주얼까지 이업종 라이선스 잡기에 혈안이 된 데 이어 1990~2000년대 인기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다시 획득해 전개하는 사례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방송사 ‘CNN’, 항공사 ‘팬암’, 중장비 브랜드 ‘밥캣’까지…. 이제는 패션 부문을 따로 전개하지 않는 업종이 없을 정도로 영역도 다양해졌다. 분야가 다양해진 만큼 시장의 분위기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라이선스 브랜드 관리가 유동적으로 융통성 있게 변화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부담이 큰 마스터 전개권을 가져가는 경우는 줄어든 대신 브랜드 보유부터 법적 문제 해결까지 한번에 가능한 에이전시를 활용해 때때로 필요한 라이선스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장기 독점 체제에서 에이전시 중심으로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과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처럼 새로운 라이선스 파트너와의 계약으로 시장에 신선함을 주고 마켓을 리드하는 경우는 문제가 적다. 문제는 작은 업체에서 공들여 키운 100억~300억원대 소형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억울한 일이 다양한 형태로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싶은 본사가 규모 있는 새 파트너를 선정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 보기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법적으로 큰 이슈가 된 ‘M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경우 본사(디자이너 본인), 에이전시, 서브 라이선시 간 이중 계약으로 결국 소비자 혼선까지 야기돼 큰 분쟁으로 이어졌다.
디자이너 본인으로부터 아시아지역 IP 라이선스를 공여받은 일본의 S그룹이 기존 전개사에 기간 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S룹의 아시아 지역 라이선스 계약 기간은 2011~2021년, S그룹의 마스터 권한이 2021년 끝났는데도 제3의 관계사인 오지컴퍼니라는 관계사를 통해 한국 특허청에 M브랜드의 서명체와 도형 로고를 등록하고 등록자 명의를 변경한 것이다. 곧이어 기존 전개사와 2022년부터 10년간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도형 로고의 경우 2030년 이후 기존 전개사에 양도한다는 종신조건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본사 - 에이전시 - 전개사 상도덕 문제로 점화
이때 미국 본사는 의류와 패션 잡화는 T사와 아동복 부문은 J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22년부터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던 시점이었다. 상표권 및 저작권 분쟁은 그해 9월로 빠르게 종료됐다. 저작권자인 디자이너 본인이 S그룹을 상대로 신속심판청구를 했고, 특허법원은 그의 주장을 인용해 국내 특허청에 등록된 M브랜드 관련 상표 등록을 무효로 판결했다.
국내에선 무명이었던 M브랜드를 메이저로 키운 기존 전개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W브랜드명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두 브랜드는 1년째 도형로고를 공유한 채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양사 간 민형사상 법적 분쟁도 아직 진행형이다.
이 같은 헤프닝은 매년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지난해 남성 헤리티지 브랜드 ‘B’, 테니스 DNA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 ‘S’에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 ‘M’이 도마에 올랐다.
전 · 현 서브 라이선시 간 직접 소통 불가
디자이너 브랜드 ‘M’을 MZ 타깃의 의류 브랜드로 론칭해 3년간 300억대 브랜드로 키운 A기업이 디자이너 브랜드 M 본사에 3년간 수수료를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아 해당 본사가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A기업이 아닌 의류 서브 라이선스를 제공한 에이전시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고 본사와 해당 에이전시 간 미지급 수수료 정산 소동이 벌어졌다. 이 기회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B기업이 잡아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복종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M의 리론칭을 계획하고, 투자유치까지 받았다.
M본사가 B기업과 손잡는 것이 명확해진 과정에서 A기업의 투자사가 직접 프랑스 본사로 두 차례 날아가 미지급 수수료 완불 및 M브랜드의 청사진까지 밝혀 전개권을 다시 가져왔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디자이너 본인이 방한해 플래그십 방문과 함께 소비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론칭을 준비하던 B기업은 기존 준비하던 사업에 집중하여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 · 현 에이전시간 책임 공방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M브랜드 이어 B, S, M도 도마 위에~
매년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브랜드를 키운 기존 전개사에는 억울하고, 정당한 계약을 통해 새로운 사업권을 얻은 파트너사에는 평판 면에서 리스크가 생기는 일이다. 그럼에도 ‘잘 키운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도 실력 있는 기업이 라이선스 브랜드 전개에 나서면 높은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F&F, 더네이쳐홀딩스, 에스제이그룹, 감성코퍼레이션 등 주목받는 패션 기업들은 한 방 있는 라이선스 브랜드로 인해 성장가도에 들어섰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라이선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 안정성을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패션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라이선스 브랜드를 찾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라이선스 분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이다.
느린 자체 브랜드 경쟁은 ‘비효율’일까?
앞으로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게임 업계는 물론 방송, 콘텐츠, 패션 등 다양한 시장에서 더 좋고 영향력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빠르게 관심을 얻고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우리는 국내 소비자와 글로벌 시장 속 차별화된 니즈를 보고 독자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거는 멋진 패션기업이 등장하길 늘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기반을 마련한 대형 기업이 단 하나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면서도 리스펙트와 고양감을 느낄 수 있는 ‘자체 브랜드(own brand)’를 선보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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