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럭셔리 ‘떠들썩한 인기’ ②
나누쉬카, 미니멀리스트 + 보헤미안 감성
이영지 객원기자 (yj270513@gmail.com)|23.10.16 ∙ 조회수 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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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쉬카(Nanushka)
미니멀리스트 + 보헤미안 감성
미니멀리스트 + 보헤미안 감성
헝가리 출신의 디자이너 산드라 산도르(Sandra Sándor)가 2006년에 설립한 ‘나누쉬카(Nanushka)’는 부다페스트에 기반을 둔 패션 하우스로 장인 정신, 디테일, 책임감 있는 생산 등을 주요 가치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22년 연간 매출은 5000만 유로(약 721억3046만원)를 기록했다. ‘절제된(understated)’ 럭셔리를 표방, 기능주의적 브랜드 정신과 혁신적인 공예, 새로운 유산 및 보헤미안 정신 등을 핵심 디자인 원칙으로 전통적인 테크닉과 현대적인 실루엣을 직관적으로 결합한다.
“우리는 의복이 잘 기능하도록 디자인된다면, 그것이 정의상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는다.” 나누쉬카는 환경 영향이 적은 소재를 사용해 의식 있는 창의성을 구현하고 책임 있는 생산을 위한 진정성과 일관성으로 아름답게 제작된 제품을 제공한다. 여성복, 남성복, 액세서리 라인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전통과 혁신을 반영한 우아하고 지속가능한 의상을 선보인다.
‘런던 패션 컬리지(London College of Fashion)’를 졸업하고 고향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산드라 산도르는 미니멀리스트의 릴렉스한 실루엣에 보헤미안 감성과 실용적이면서 타임리스한 스타일을 결합한 ‘나누쉬카(어린 시절 별명을 따서 명명)’를 론칭했다.
동서양의 교차로, 친환경으로 더 유명
조국인 헝가리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를 동서양의 영향이 만나는 교차로라고 설명한다. 산도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하이엔드 여성복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섬유 산업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의지할 수 있는 지원자이자 조언자로서 큰 힘이 됐다.
그녀에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이라는 기간은 브랜드가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된 중요한 랜드마크 시기였다. “처음 몇 년 동안 나누쉬카는 헝가리 현지에서만 알려졌다. 그러다가 두 번의 자금 조달 기회가 찾아왔다. 첫 번째는 2012년에 한 개인 투자자의 지원을 받았고, 두 번째는 2016년에 헝가리 투자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당시 남자 친구이자 동료였던 피터 발다치(Peter Baldaszti)가 브랜드에 합류하면서 나누쉬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략을 전개해 신생 기업에 에너지를 주입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세계적인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 ‘네타포르테(Net-A-Porter)’가 2018년 리조트 컬렉션을 바잉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브랜드의 세일즈 디렉터 도미 자보(Domi Szabo)는 “네타포르테가 우리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자 멀티 브랜드 리테일러들이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우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나누쉬카는 전 세계적으로 140여 개의 소매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의 65% 이상이 도매 채널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향후 직접 소매 판매를 더욱 늘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로고 플레이 없는 조용한 럭셔리~
나누쉬카의 수익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10배가량 증가해 310만달러(약 40억원)에 이르렀다. 백과 슈즈를 비롯해 아이웨어까지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액세서리 라인 확장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첫 남성복 라인을 론칭했고 뉴욕 패션위크에서 2019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첫 공식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또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성장을 주도한 최초의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서 끊임없이 인플루언서를 지원하는 등 검증된 디지털 전략을 갖고 움직인다.
“우리는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으며, 우리 옷을 입었다 해도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그 블로거의 사진을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우리의 편집(editorial) 라인과 일치하는 내용을 게시하면 소셜 미디어 채널에 정식으로 다시 게시하기도 한다”라고 산드라 산도르는 설명했다. 이것이 나누쉬카가 충실한 추종자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이다.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답게 화려한 로고 플레이 없이 미니멀한 디자인에 브라운, 베이지, 블랙 등 뉴트럴하고 모노톤 위주로 선보이는 컬렉션은 가격대도 컨템퍼러리 조닝에서 고가인 편이다. 여성복 기준 재킷 700~1000유로, 셔츠 400~500유로, 드레스 400~600유로대다.
브랜드 고객 중에는 서섹스(Sussex) 공작 부인 메건 마클, 가수 리한나,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폴 메스칼(Paul Mescal) 등이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런던에 거주하는 액세서리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위해 사무실을 오픈해 중요 시장인 영국에 거점을 마련했다.
순환 패션에 진심, 친환경 브랜드로 팬덤 구축
설립 이후부터 책임감 있는 생산을 위해 진정성과 일관된 고려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 온 나누쉬카는 친환경 브랜드로 충실한 팬덤을 쌓아 왔다. 산드라 산도르는 나누쉬카가 사람과 땅 그리고 생태계를 소중히 여기는 브랜드로 알려지길 원했고, 2015년부터는 동물 복지에 대한 약속으로 대체 가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리는 순환 경제의 비전을 믿으며 제품과 소재가 최대한 활용되는 순환 패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브랜드로서 그 책임을 인식한다. 향상된 수준의 투명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더 나은 소비와 생산의 미래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자원 부족과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패션업계의 환경 영향에 대한 교육은 계속 발전해 왔고 나누쉬카는 더 많은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해 왔다. 이러한 이해로 헌신적인 연구 개발이 이뤄졌으며 지난 2021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대체 가죽 ‘오코보(OKOBOR™)’ 생산에 성공해 컬렉션에 도입하고 있다. 오코보는 환경에 미치는 풋프린트를 전반적으로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진행된 성과물이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영국 순환경제 연구기관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주요 파트너로 버버리, 나이키, H&M, 스텔라 매카트니, HSBC 및 Gap Inc. 인디텍스, 프라이마크, 케어링 그룹 및 C&A 등이 있다-이 운영하는 ‘메이크 패션 서큘러(Make Fashion Circular)’ 프로그램과 이니셔티브를 체결했다. 참여 기업은 서큘러 패션을 위해 사용하게 될 재료 개발, 비즈니스 모델, 망가진 옷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연구한다.
시그니처 비건 가죽 ‘오코보’ 자체 개발 성공
“오코보(OKOBOR)의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2년의 긴 여정이었다. 우리는 개발의 출발점으로 이전 컬렉션에서 선보인 합성 섬유에서 생성된 비건 가죽을 사용했다. 목표는 더 높은 품질과 럭셔리한 느낌에 책임감 있게 생산되는 새로운 대체 가죽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것은 큰 도전이었다”라고 연구 개발(R&D) 디렉터 마리오 아레나(Mario Arena)는 설명했다.
주요 공급망 파트너 중 한 곳과 긴밀히 협력해 더 지속가능한 품질의 대체 가죽을 생산하는 첫 번째 단계로 백킹(backing-뒷면)을 제작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용한 후 폐기물에서 나온 PET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GRS 인증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백킹은 콤팩트한 스웨이드 느낌을 내도록 만들었다. PU 코팅의 경우 원래 매립할 예정이었던 폐기물을 용도 변경하고 버진 폴리머(virgin polymer-신생 고분자)와 혼합해 사용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세스를 선택했다.
“우리가 기존에 사용한 비건 가죽은 습식 가공을 통해 생산됐다. 이 방법은 제조 후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습식 가공 방법에 비해 80%가량 적은 물을 필요로 하는 건식 가공으로 오코보를 생산함으로써 마지막 단계에서 벗어나게 됐다. PU 코팅이 적용된 후에는 미세 미스트가 분사돼 잔류물을 제거하고 물 소비를 줄이게 된다. 또한 A1 등급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테스트 시설에서 오코보에 대한 광범위한 품질 테스트가 수행된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렇게 개발한 소재의 이름을 짓는 영감은 나누쉬카의 유산과 혁신적 가치에서 나왔다. ‘Ökobör’는 헝가리어로 ‘에코 가죽’을 의미한다. 2022년 프리폴 컬렉션부터 모든 레디투웨어의 대체 가죽 제품을 오코보로 제작하고 있으며, 나누쉬카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인 비건 가죽 다운 재킷 ‘하이드(Hide)’를 비롯해 기계 워시가 가능한 팬츠 · 핸드백 · 모자 ·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에 대체 가죽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세 번째 펀딩 1000만유로 유치 성공
이처럼 ‘친환경’ 플러스부터 ‘콰이어트 럭셔리’까지 요즘 대세에 부합하는 코드를 골고루 갖춘 나누쉬카는 올해 5월 스위스 투자회사로부터 세 번째로 대규모 펀딩 유치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브랜드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방가드그룹(Vanguards Group)’과 ‘GB & 파트너스(GB & Partners)’ 투자회사가 공동 보유한 나누쉬카는 대체 크레디트 파이낸싱 제공사인 ‘스위스 투자사(SIG-i Capital AG)’와 1000만유로(약 144억원)라는 대형 파이낸스 거래를 성사했다.
피터 발다치 나누쉬카 CEO는 “이번 투자로 브랜드가 최근에 겪어 온 공급 체인의 어려움을 뒤로할 수 있게 됐다. 이 투자금으로 현재 채무를 갚고, 아시아와 미국 시장 진출을 포함해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과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다음 스텝을 밟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성장 이니셔티브를 수행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비즈니스를 전략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드로의 남편 피터 발다치는 나누쉬카의 성공으로‘GB & 파트너스’대표 아고스톤 구비차(Agoston Gubicza)와 함께 2020년 방가드 그룹을 설립했으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컨템퍼러리 브랜드 발굴과 투자, 상호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한다. 현재 그룹에는 부다페스트 여성복 니트웨어로 유명한 ‘아에론(Aeron)’을 비롯해 로리스 메시나(Loris Messina)와 시몬 리조(Simone Rizzo)가 함께 론칭한 밀라노 베이스의 ‘써네이(Sunnei)’가 속해 있다.
나누쉬카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부다페스트 플래그십 매장에 카페를 추가로 오픈해 운영 중이며, 런던 · 뉴욕 · 상하이 · 칭다오 등에 모노 브랜드 스토어와 파리 프렝탕 및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등 전 세계 140여 개의 멀티 브랜드 리테일러에서 판매 중이다. 네타포르테를 비롯해 매치스패션과 마이테레사 등 다수의 럭셔리 e-테일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철수한 패션 브랜드로 이름을 올린 나누쉬카는 난민들에게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헝가리 자선 서비스인 ‘몰타 기사단(Order of Malta)’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휴머니테리안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2021년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00개 기업 목록에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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