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핫 브랜드 라이선스 분쟁 언제까지?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09.18 ∙ 조회수 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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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라는 대형 라이선스 성공 사례가 나오자 아웃도어부터 캐주얼 시장까지 다양한 이업종 라이선스 잡기에 혈안이 된데 이어, 레트로 트렌드로 인해 1990~2000년대 인기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다시 획득해 전개하는 사례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CNN’ 방송사는 물론 항공사 ‘팬암’, 중장비 브랜드 ‘밥캣’까지…. 이제는 패션 부문을 따로 하지 않는 업종이 없을 정도로 영역도 다양해졌다. 분야가 다양해진만큼 시장의 분위기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한 기업이 마스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오래도록 독점하는 형세는 눈에 띄게 줄었고,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3~6개월 짧은 계약을 반복하는 것이 인기다.

전반적으로 라이선스 브랜드 관리가 유동적으로 융통성 있게 변화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부담이 큰 마스터 전개권을 직접 가져가는 경우는 줄어든 대신 브랜드 보유부터 법적 문제 해결까지 한번에 가능한 '에이전시'를 활용해 때때로 필요한 라이선스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장기 독점 체제에서 에이전시 중심으로

한 기업이 독점하던 시절에도 병폐는 있었겠지만 본사와 서브라이선시 사이에 에이전시를 끼고 전 계약자와 현 계약자가 짧을 계약으로 오고가는 현재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5년 파트너 계약 전후로 일어나는 실질 전개사 교체와 관련한 분쟁이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처럼 새로운 라이선스 파트너와의 계약으로 시장에 신선함을 주고 마켓을 리드하는 경우는 문제가 적다. 문제는 작은 업체에서 공들여 키운 100억~300억원대 소형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다. 서로 억울한 일이 다양한 형태로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싶은 본사가 규모 있는 새 파트너를 선정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 보기에 불편한, 상도덕을 논할만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법적으로 큰 이슈가 된 ‘마크곤잘레스’다. 이 브랜드의 경우 본사(디자이너 본인)와 라이선스 에이전시, 서브 라이선시 간 계약 기간이 상이한 것을 시작으로 라이선스 계약이 공식적으로는 끝난 브랜드를 유통시키는 플랫폼들의 도덕성까지 입방아에 오르는 큰 분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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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이전시-전개사, 상도덕 문제로 점화

디자이너 마크 곤잘레스로부터 아시아지역 IP 라이선스를 공여받은 일본의 사쿠라그룹이 비케이브(전 배럴즈)와 기간 외 라이선스 계약을 추가 체결한 것이 문제의 골자다. 사쿠라그룹의 아시아 지역 라이선스 계약 기간은 2011~2021년, 비케이브는 2017년 사쿠라그룹으로부터 5년의 서브 라이선스 권한을 획득해 ‘마크곤잘레스’를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론칭했다.

문제는 2022년부터다. 사쿠라그룹이 공여 기간이 지났음에도 오지컴퍼니라는 제3자 관계사로 한국 특허청에 마크곤잘레스 서명체와 엔젤 도형 로고를 등록하고, 사쿠라인터내셔날로 등록자 명의를 변경한 것. 이후 비케이브와 10년 간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엔젤 로고의 경우 2030년 이후 비케이브에게 양도한다는 종신조건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미국 본사는 의류와 패션 잡화는 더네이쳐홀딩스와, 아동복 부문은 제이플레이스튜디오와 계약을 완료해 사업을 시작하려던 시점이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로 빠르게 종료된 것처럼 보였다. 저작권자 본인인 디자이너 마크 곤잘레스가 신속심판청구를 하면서 그의 주장을 인용해 빠르게 국내 특허청에 등록된 마크곤잘레스 관련 상표 등록을 무효로 판결해서다.

전·현 서브라이선시간 직접 소통은 불가

이 문제는 무신사, 더바운스, 일부 백화점 매장 등 비케이브의 유통 협력사 등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크곤잘레스의 글로벌 에이전시이자 IP 보호 대리 기업인 리센시아가 저작권 관련 불법 상품 전시와 판매를 멈추라는 경고장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브랜드는 현재 1년 째 엔젤 로고를 공유한 채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법적 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와릿이즌은 엔젤 도형 로고만, 마크곤잘레스는 엔젤 도형과 필기체 브랜드 로고를 같이 표기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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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매년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지난해 남성 헤리티지 브랜드 ‘B’, 테니스 DNA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 ‘S’에 이어 이번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M’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역시 이번에도 문제는 중간 에이전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수수료 미지급으로 인한 계약 종료 통보와 불복이다.

‘M’ 브랜드를 MZ 타깃의 의류 브랜드로 론칭해 3년 간 300억대 브랜드로 키운 A 기업이 M 브랜드 본사에 3년 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본사가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좋은 기회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B 기업이 놓치지 않고 잡아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복종에서 M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라이선스 수수료 제 때 지급X ‘연장해주면 지급'으로 딜

이 과정에서 사실은 A 기업에 의류 서브 라이선스를 제공한 에이전시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런데 M 본사가 B 기업과 손 잡는 것이 명확해지던 찰나 A 기업의 투자사가 직접 두 차례나 프랑스로 날아가 미지급 로열티 전액 지급과 브랜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본사와 협상을 진행해 극적으로 전개권을 다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브랜드 인지도 및 파워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마크곤잘레스’의 경우처럼 디자이너 본인이 방한해 플래그십 론칭과 함께 소비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하반기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던 B 기업은 파트너십을 맺은 에이전시가 본사와의 문제를 명확히 해결할 때까지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와중에도 본사 측에는 더 높은 수수료를 줄 테니 파트너십을 맺자는 국내 패션 기업들의 러브콜이 줄줄이 이어졌다고 한다.

매년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마켓 내에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키우고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기존 전개사에겐 억울하고, 정당한 계약을 통해 새로운 사업권을 얻은 파트너사에게는 평판 면에서 리스크가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잘 키운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사실 이미 성공 가능성을 보장 받은 중소 업체들의 밥상을 뺏어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실력 있는 패션 기업들의 선택이 그렇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기도 하다.

느린 자체 브랜드 경쟁은 ‘비효율’일까?

투자 시장에서도 실력 있는 기업이 라이선스 브랜드 전개에 나서면 높은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F&F, 더네이쳐홀딩스, 에스제이그룹, 감성코퍼레이션 등 주목받는 패션 기업들은 한 방 있는 라이선스 브랜드로 인해 성장 가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라이선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 안정성을 낮게 평가한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패션기업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라이선스 브랜드를 찾아 성장동력으로 추가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자잘하게 일어나던 라이선스 분쟁이 더 크게, 주목받는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게임 업계는 물론 방송, 콘텐츠, 패션 등 다양한 시장에서도 더 좋고 영향력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빠르게 관심을 얻고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 소비자와 글로벌 시장 속 차별화된 니즈를 보고 독자적인 콘텐츠로 승부하는 멋진 패션 기업이 등장하길 늘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다.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기반을 마련한 대형 기업들이 단 하나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면서도 리스펙트와 고양감을 느낄 수 있는 ‘자체 브랜드(own brand)’를 선보이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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