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패션, 동남아 진출 확대... "명예보다 실리"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08.07 ∙ 조회수 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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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K패션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1억, 평균 연령 30세, 소득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은 패션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동남아시아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인근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크게 두드러진다. 주요 생산국이었던 이들이 주요 소비국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MLB’와 ‘널디’ ‘아크메드라비’ 등 캐주얼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의 MLB는 현재 중국 포함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이도네시아까지 아시아 7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작년 말에이시아 대형 유통 기업인 발리람 그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지난 1월 캄보디아, 올 상반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 확장하는 등 동남아 시장 확장에 탄력이 붙었다.


베트남, 주요생산국 ⇒ 주요소비국 재평가


MLB는 현재 베트남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9년 8월에 호치민 동커이 빈컴센터에 1호점을 낸 후 현재까지 총 19개점, 작년기준 매출 340억원을 올렸다. 국내보다 높은 가격대로 현지 10~20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화려하고 독보적인 스타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 올해 1000호점을 오픈하는 것과 함께 베트남 및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외형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에이피알코퍼레이션(대표 김병훈)의 널디는 올해 2월 호치민 대형 쇼핑몰 동커이 빈컴센터에 1호 매장을 열며 베트남 시장에 입성했다. 베트남 유통 업체인 ‘마이손 리테일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MRMI)’과의 제휴로 진출이 이뤄졌으며, 지난 4월 호치민 쇼핑몰 비보시티에 2호점을, 지난 6월 말 3호점, 최근 4호점까지 연이어 개장하며 동남아 시장 개척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6월 말 개장한 3호 매장은 하노이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하노이 인도차이나 플라자(IPH)' 내 전문 쇼핑몰 ‘더 루프(the LOOP)’ 안에 입점했다. IPH는 빌딩 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레스토랑을 고루 갖춘 전문 쇼핑몰로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명소다.


[월요기획] 패션, 동남아 진출 확대...



MLB 베트남, 340억 규모…올해 동남아 확장


4호 매장은 최근 국내에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입점했다. 국내 기업 롯데쇼핑에서 하노이의 신흥 부촌 ‘서호(웨스트레이크)’에 건설한 이 쇼핑몰은 현지 최대 규모인 약 35만4000㎡(약 10만7000평)의 연면적을 자랑한다. 프리미엄 쇼핑몰과 5성급 호텔, 아쿠아리움 등이 모여 있어 베트남 현지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는 곳이다.


현지 관계자는 K-콘텐츠의 인기 및 관련 한국 문화의 전파 덕에 널디와 같은 개성 있는 스트리트 패션의 인기도 상승 중이라고 전했다. 개성 있는 그래픽 반팔 티셔츠 계열 아이템이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숄더백 등 액세서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비해 더운 기후를 가지고 있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F/W 시즌 상품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베트남은 1억 명이 넘는 인구의 대다수가 20-30대에 속하고, 기존 인구의 중산층 진입 속도도 빨라 성장성이 매우 기대되는 곳”이라며 “현지 파트너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널디는 MRMI와의 협력을 통해 베트남 뿐 아니라 캄보디아, 미얀마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널디, 올초 베트남 입성 4호점까지 오픈 완료


LF(대표 오규식 김상균)의 ‘헤지스’도 베트남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17년 베트남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 매장을 내면서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베트남에 가장 빠르게 안착했다. 대형 유통사인 KEI트레이딩과의 계약을 통해 프리미엄 남녀캐주얼 브랜드로, 현재까지 총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70% 성장했다.


지난 2021년에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쇼피’ 싱가포르에 종합 패션 브랜드몰로 입점했는데, 올해부터는 쇼피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 확장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쥬시쥬디, 아쿠아스큐텀을 전개 중인 TBH글로벌(대표 우종완)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말레이시아 법인을 거점으로 올해부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동남아 현지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패션 전문 몰 ’잘로라(ZALORA)‘에 입점해 현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현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등 추가 온라인 채널 입점을 협의중이다.


[월요기획] 패션, 동남아 진출 확대...



‘베트남 1기’ 헤지스, 2022년 매출 70% 신장


주로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하던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올해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안다르(대표 박효영)은 동남아 진출 전초기지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고 지난 7월 중순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쇼핑몰 ‘마리나 스퀘어에 글로벌 1호 매장을 오픈했다.


안다르가 싱가포르 매장을 연 날, 새벽부터 기다린 현지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감행해 쇼핑몰 측에서 안전요원을 추가배치하는 이벤트(?)도 있었다고 한다. 일반 고객뿐 아니라 현지 인플루언서는 물론 패션 매거진, 피트니스 체인 관계자들이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안다르는 최근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No.1 브랜드‘를 노린다고 전한 적 있다. 한국 대표 애슬레저 브랜드의 저력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전역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베이직하우스, 안다르 등도 동남아 시장 공략 시작

 

박효영 안다르 대표는 “이번 싱가포르 진출은 안다르가 K-애슬레저를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안다르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품질 관리 및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판매가보다 3배는 높은 리셀가로 판매되는 인기 브랜드. 바로 예진상사(대표 엄재성)의 ‘칼린’이다. 태국의 인기 인플루언서가 한국 여행 중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쇼룸에 방문해 구매한 상품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방아쇠가 돼 주변 셀럽은 물론 태국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핫한 브랜드로 떠오르게 된 것.

 

기존에도 동남아시아 바이어들의 주문량은 꾸준했지만 인플루언서의 입소문 한방이 가져온 여파는 컸다. 태국 방콕 대형 쇼핑몰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됐고, 오픈 전날부터 1000명 이상의 현지인이 줄을 서 아침까지 기다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 물량이 풀리자 마자 구매한 상품이 곧바로 3배 이상 리셀가에 등장한 것도 상당히 화제를 모았다.

 

아시안 체형, 케이팝 영향력 등 동남아 공략 키워드 강세


이후 홍대 쇼룸 방문객의 85% 이상이 태국 고객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태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 외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일본과 대만에 이어 베트남 및 동남아 지역을 새로운 공략지로 삼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패션 브랜드들의 ‘로망(?)’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패션 마켓에 입성해 명예와 인정을 얻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철저히 실리 위주로 변화한 것이다.

 

K컬처 위상을 기반으로 한 K패션 브랜드라는 명예를 업고, 비슷한 체형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공략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결과를 내고 있다. 역사 깊은 경쟁 브랜드들이 즐비한 유럽 시장에서 오랜 투자 끝에 컬렉션 몇 번에 투자하기보다는, 매력적인 현지 브랜드가 부족한 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쪽을 택한다.

 

올해 주요 계획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및 확장을 내세운 브랜드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흐름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국내 브랜드들의 현지 공략에 성공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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