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틀 깬 '오버레이' 매년 더블 성장
‘옷’ 하나만으로 승부를 건 오버레이(대표 나항영)는 2019년부터 매출이 매년 더블로 성장하고 있으며, 작년에 매출 100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200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캐주얼 브랜드 ‘어나더오피스’의 제조 및 수입, 문화복합공간인 ‘스왈로우라운지’를 전개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어나더오피스는 물론, 편집숍인 스왈로우라운지까지 패피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넘어 스트리트 '씬'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이렇게 단단한 브랜드 팬덤과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이유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주도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근거는 ‘발마칸코트’ ‘산티아고 팬츠’ 등의 역작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발마칸 코트라는 이름도 생소한 2016년에 그들은 남성 비스포크에서 만들어지던 발마칸 코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대중들에게 제시했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2021년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매장에 200명이 가까운 소비자들이 이 코트를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산티아고 팬츠는 현재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와이드팬츠를 2018년도부터 기획해 발매했다. 초기에는 와이드한 실루엣으로 호불호가 갈렸으나 2020년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대세 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 팬츠는 2023년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2만5000장 이상을 판매했을 정도로 현재까지도 핫한 아이템이다. 이 외에도 ‘라이터 셔츠’ ‘그랜드마 카디건’ 등 어나더오피스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말할 수 있는 대표 아이템들이 수없이 쏟아진다. 이렇게 빠른 트렌드를 정확하게 적중할 수 있었던 점과 지금까지도 아이템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들은 ‘실행력’ ‘끊임없는 개발’ ‘탄탄한 생산 라인’이라고 설명한다.
전형적인 브랜드 NO, 핏&디자인 과감히 수정
신동수 오버레이 CD는 “예전 복식에 워낙 관심이 많았고 ‘클래식한 의상’을 굉장히 좋아했다. 바로크 시대 코트라든지, 1950~1960년대에 입었던 아빠의 셔츠 등등 이러한 것들을 현대적인 느낌에 맞춰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라며 “이 생각을 묻혀 두지 않고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겨 디자인했다. 이러한 실행력이 트렌드를 빨리 읽은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첫 고객이 꾸준하게 이 브랜드의 팬덤층으로 남아 있는 이유에는 ‘전형적인’ 브랜드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스테디셀러 아이템은 같은 디자인, 같은 소재, 같은 핏으로 지속적으로 발매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어나더오피스는 다르다. 원단의 퀄리티를 매 시즌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핏과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수정하고 있다고. 신 CD는 “전체적인 디자인은 같지만 매년 조금씩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를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다. 소매의 폼과 총장 등 스펙을 1㎝ 단위로 디테일하게 바꾸고 있어 처음 고객이 봤을 때 의식하지 못하지만 ‘입었을 때’ 비로소 그 차이를 느끼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산티아고 팬츠는 당시 2년 동안 판매와 반응이 좋았는데도 과감하게 패턴을 수정해 발매했다. 입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디테일의 차이는 실제 고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고, 같은 제품이어도 매 시즌 새롭게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어나더오피스의 전 제품은 심플하고 활용도 높은 아이템들로 구성돼 있으나 그 공정이나 디테일은 트렌디한 여느 디자인의 옷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니멀한 디자인 안에 체계화된 공정으로 오래 입어도 형태가 망가지지 않고 고유의 핏을 유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대기업의 공정과 도메스틱만의 트렌디함을 완벽하게 합친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러한 ‘걸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제품이 고객에게 발송돼 받아볼 때까지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 티셔츠를 제외하고 모든 제품을 행인 상태로 배송하고 있어 그만큼 운송비용, 인력비용, 공간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만, 이런 점이 재구매율을 높였고, 신규 고객층도 결국 이 브랜드의 찐팬이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하반기 물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에 올해 가두점 2개와 백화점 1개 매장을 충분히 테스트하고, 재정비한 후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오프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패션비즈=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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