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김은희 l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생성형 AI는 디자이너 ‘패션 룩’을 대체할까
챗GPT의 등장으로 2021년까지 전 세계 지식을 학습한 인공지능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코딩이나 작문을 요청하는 등 화이트 칼라의 정신 노동(언어영역)을 의탁하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이미지도 생성형 AI 모델을 탑재한 스테이블 디퓨전, 달리(Dall-E), 미드저니, 파이어플라이 등을 사용하면 Prompt만으로 다양한 이미지가 생성되기 때문에 그림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라고 해도 생성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결과로 나오는 그래픽이나 일러스트레이션, 패션 이미지, 3D, 아트 이미지 중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됐다.
1990년대 이후로 QR, CAD, CAM이나 기업의 시스템화를 촉구한 ERP, 생산 통합관리를 위한 SCM, 작업지시서 기반 머천다이징 PLM, 웹 2.0시대의 개인화된 상품 추천, Virtual Try-on(가상피팅), AR 카탈로그, 구독형 클라우드 인프라,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지만 패션업에서 IT 기술이 이토록 위협적인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인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특히 위조품(Counterfeit, replica)은 불법이지만, 남의 디자인을 모방한 녹오프(Knock-off) 제품은 합법인 패션산업에서 인공지능이 패션 디자인을 ‘Speedy’하게 생성해 낸다면 디자이너가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기획 생산을 거쳐 나온 디자이너 혼이 담긴 패션 이미지가 단지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Input 정보로만 머문다면 잠식은 시간 문제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은 진짜 인간의 창조성을 대체하는가. 패션 룩이 단지 탈신체화한 이미지에 불과한 것인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이코닉한 룩을 창조하고 아비투스와 취향을 담은 채 살아남은 ‘Look’으로 최고의 럭셔리 반열에 오른 샤넬과 달리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등장했지만 IT 투자금과 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패션 벤처 스티치 픽스를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샤넬의 아이코닉 ‘룩’ : 작고한 칼 라거펠트는 1954년 울마크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이브 생 로랑과 함께 1위로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대가다. 영감을 시각적 일러스트로 표현해 내는 데 최고의 예술가였으며 샤넬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끊임없이 변주했다. 샤넬의 ‘H라인 트위드’라는 클래식 디자인은 이미지로는 항상 비슷한 것이었지만 칼 라거펠트라는 거인의 리더십을 거치면 그림을 넘어선 소재, 재단과 봉제, 디테일을 거쳐 모방할 수 없는 ‘룩’이라는 구현체가 창조된다. 패션쇼를 통해 전달되는 오트 쿠튀르적인 취향은 타인을 향한 과시적 소비를 하면서도 동시에 꿈을 머금은 자기표현이라는 가치가 돼 소비자는 지갑을 열었다.
스티치 픽스 : IT 기술 기반의 패션업체로 스타일리스트를 기계 기반의 데이터 분석으로 대체했고 구독형으로 패션을 공급했지만 반품, 물류비용, IT투자 비용 대비 구독자의 감소로 현재 비즈니스적으로 어려우며 최고 주가 대비 95%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는 중구난방 디자인으로 고객의 뇌리에 바로 각인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의 창조성이 낫지 않을까. 이제 패션업은 더 이상 제조업이 아닌 대고객(B2C) 서비스업으로 변모했다. 생성형 AI 도입은 고가의 GPU 인프라 도입과 결부되기에 선뜻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AI 기반의 개인화 상품추천과 검색의 고도화, 가상피팅 고도화, 챗봇 등 AI 기술의 혁신은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 김은희 l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profile
- 현 한국오라클 상무, 컨설턴트
- MIT 로지스틱스, SCM 공학석사
- FIT 패션바잉, 머천다이징 AAS
- 서울대 의류학과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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