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Boycott vs Buycott, 혼쭐 對 돈쭐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다. 불매운동이 매일 벌어지는 느낌…. 뭐 그리 분노할 일이 많은지…. SNS가 갈수록 활발한 오늘날, 사업자들은 불매운동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패션계에서도 보이콧 혼쭐은 일상사다. 하지만 요즘은 돈쭐 내려는 ‘Buycott’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수년 전 우리는 이미 불매운동의 극한을 겪었다. 때아닌 ‘죽창가’ 강제소환과 반일감정에 기초한 No재팬 불매운동이 곳곳에 잡음을 일으켰다. 기업의 도덕성 결여와 사회적 폐해를 이유로 벌어졌던 불매운동이 아니라 정치적 · 이념적 이유였기에 분열을 조장했다.
널리 알려진 일본계 패션기업 유니클로와 데상트뿐 아니라 의문의 1패 일격을 당한 ABC마트와 아식스까지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철수 위기까지 몰렸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구호 때문에 (또는 덕분에) 보이콧과 바이콧 사이의 촌극이 벌어졌다.
한참 지나고 나니 참 철없고 우습기 짝이 없던 반일 불매운동이었지만, 불매운동 그 자체는 엄연히 소비자의 주권을 실현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마치 노동자가 노동법상 노동쟁의를 통해 근로자 권리를 수호하는 메커니즘과 같다. 따라서 근로자의 권리만큼이나 소비자의 불매운동도 적법성과 정당성에 기초한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사업자가 헌법상 누리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매운동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강요죄, 명예훼손 등의 죄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무척 잘 알고 있고, 익숙한 불매운동이다. 그러나 정치의 양극화와 사회 분열 갈등이 극심해짐에 따라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양상이 새롭게 등장했으니…. 자기가 응원하는 기업의 상품을 적극 구매하는 현상, ‘Buycott-돈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보이콧과 바이콧이 처절하게 부딪쳐 왔다.
전통적으로 인권과 환경 쟁점이 원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불매가 극심해지면서, 그에 대한 반사적 현상으로 바이콧 운동이 떠오른 것이다. 특정 기업이 후원금을 지원한 정당에 따라 소비자의 혼쭐과 돈쭐이 나뉘는 것을 비롯해 인종 및 LGBT(성적 소수자) 차별 금지를 다루는 ‘정치적 올바름(PC · Political Correctness)’도 시장의 분열을 가져온다. 대형 유통업체 ‘타겟’의 트랜스젠더용 의류 진열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움직임은 극명하게 갈렸다.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 제품에 대해서도 돈쭐과 혼쭐은 팽팽하게 맞섰다. PC를 지지하는 진보 소비자들은 폭풍 오픈런을 선사하지만, 이와 반대로 PC에 반감을 가진 보수 구매층은 불매운동의 전선에 나선다.
보이콧과 바이콧 사이에 기업의 위험관리 정책은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다. 인권과 환경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면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길을 선택하지만,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에 직결된 문제에는 어느 한쪽의 편에만 서기 쉽지 않다.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다면 회사의 가치관과 방침을 일관되게 고집하는 선택이 낫다. 적어도 한쪽 진영은 충성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으니까. 마치 정치인이 집토끼 지지세력의 콘크리트 표심을 지키려는 전략과 같다.
중국 위구르 지구의 강제 노동 비판을 둘러싼 ‘버버리’와 ‘자라’의 무대응 전략도 기업의 시기적절하고도 균형감 갖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온라인 활성화와 함께 보이콧과 바이콧은 순식간에 벌어진다. 특히 MZ세대의 가치소비, 사회참여 의식은 기업의 경영 판단에 중요한 변수다.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 현상을 매일 읽어내고 대처해야 한다. 혼쭐과 돈쭐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기업은 쭐쭐이 사라질 것이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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