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대기업 수입BIZ ‘정면 승부’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23.07.04 ∙ 조회수 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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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대기업 수입BIZ ‘정면 승부’ <br. 삼성패션 SI 한섬 LF 주도 3-Image



패션 대기업들의 관심이 신(新)명품에 쏠려 있다. 해외 컨템퍼러리 마켓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치하려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웬만한 브랜드는 이미 국내에 진출한 상황이라 글로벌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브랜드를 누가 먼저 선점할 지가 관건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앞다퉈 론칭하는 신명품 브랜드들이 기업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까.


신명품 시장을 잡아라!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김), 한섬(대표 김민덕), LF(대표 오규식, 김상균) 등 패션 대기업들의 공통된 미션이다. 해외사업본부나 수입 비즈니스 파트에 힘을 실어 기업의 뉴엔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3~4년간 신명품 매출은 백화점의 콘텐츠와 수익을 보장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소비 주체가 MZ세대로 옮겨가면서 해외여행과 직구 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정보에 빠르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져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메종키츠네’ ‘아미’ ‘톰브라운’ ‘르메르’ 등 신명품 선점 효과를 톡톡히 봤던 삼성물산패션부터 지난해 박철규 해외패션부문 사장을 영입하며 공격적으로 수입 파트를 강화하는 한섬까지 이들이 갖고 있는 히든 카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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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라이징 브랜드 누가 먼저 찜(?)

신명품 시장 활성화에 윤활유 역할을 해온 삼성물산패션은 올 들어 ‘자크뮈스’ ‘스튜디오니콜슨’ ‘가니’를 뉴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 첫 단독 매장을 연 뒤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먼저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의 경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첫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두 번째 매장을 냈다. 이 브랜드는 2009년 프랑스에서 론칭한 브랜드로 생동감 있는 컬렉션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눈길을 끌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져 지난 1~4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0% 신장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브랜드인 가니는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첫 단독점을 열었으며 이어서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추가로 매장을 오픈하며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개성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 브랜드는 MZ세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200% 증가했다.

삼성, 자크뮈스 · 니콜슨 · 가니 뉴 3인방

삼성물산패션은 편집숍 ‘10꼬르소꼬모’와 ‘비이커’를 통해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한 다음 단독 브랜드로 론칭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키우고 있다. 편집숍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독점 계약을 맺고 백화점 주요 점포에 단독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과 만나는 전략이다.

이번에 단독 매장으로 독립한 자크뮈스는 10꼬르소꼬모를 통해, 가니는 비이커를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점검했다. 스튜디오니콜슨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 본점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이 브랜드는 2010년 영국 런던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닉 웨이크먼이 론칭한 브랜드로 여행을 통해 경험한 건축, 인테리어, 음악, 자연 등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소재와 컬러로 시즌별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출시하고 환경친화적인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한 다양한 아이템도 내놓는 등 동시대의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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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꾸레쥬 · 리포메이션 이어 2개 더?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패션 대기업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해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버버리’와 ‘올세인츠’ 등 글로벌 브랜드 출신의 윌리엄김 대표를 올해 선임하면서 해외패션 부문을 강화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올해에만 4개의 패션 브랜드와 3개의 코스메틱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다음 하나씩 꺼내놓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핫 브랜드로 떠오르는 프랑스 브랜드 ‘꾸레쥬’와 유통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첫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전했다. 꾸레쥬는 디자이너 앙드레 꾸레쥬가 1961년 설립한 브랜드로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당시 미니 스커트, 비닐 슈트, 고고 부츠 등 파격적인 제품으로 패션을 선도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2020년 디자이너 니콜라 디 펠리체가 부임한 다음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더불어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로제 등이 입어 화제가 된 미국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었다. 이어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도 선보였으며 추가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리포메이션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빈티지숍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이에 앞서 SI는 지난해 9월 일본 여성복 브랜드 ‘엔폴드’를 국내에 론칭했다.

힐리 · 쿨티 독점 계약, 니치향수 10개로

엔폴드는 정식 론칭 이전부터 편집숍 내 매출 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브랜드다. 지난 3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매장이 오픈 첫 달 목표 매출의 272%를 초과 달성했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세 번째 매장을 열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SI는 ‘셀린느’ ‘끌로에’ ‘디젤’ 등 매출을 뒷받침했던 브랜드들이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패션 매출에서 수입부문이 6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컸기 때문에 공백을 메울 브랜드를 찾는 것에 올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SI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힐리’, 이탈리아 향수 브랜드 ‘쿨티’ 등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니치 향수 사업도 강화한다. 힐리는 영국 출신 조향사 제임스 힐리가 2006년 프랑스에서 선보인 브랜드로 독특한 원료를 사용해 국내에도 마니아가 많은 브랜드다. 힐리는 현재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하반에는 주요 백화점과 편집숍 ‘분더샵’에 입점할 계획이다.

쿨티는 홈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아그라티가 공간과 사물에도 특유의 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조향사로 전향해 만든 브랜드다. 디퓨저와 캔들 등에서 시작해 향수와 보디케어 등으로 확장했으며, 디퓨저 향을 꽂아두는 리드스틱을 최초로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써 SI는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을 포함해 총 10개의 니치 향수를 전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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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해외패션부문 1조 목표… 잇단 론칭

한섬도 해외 패션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패션 출신의 해외 비즈니스 전문가 박철규 사장을 영입한 이후 론칭이 이어졌다. 2027년까지 해외패션 부문 매출을 현재의 2배가량인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플랜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박 사장 취임과 함께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를 시작으로 최근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허스트’ ‘베로니카비어드’,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 등 4개 브랜드의 국내 독점 계약을 맺었다. 한섬은 해외 브랜드 수를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며 브랜드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워레가시는 지난해 8월 아시아 첫 단독매장을 현대백화점 본점에 오픈했으며, 2호점은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에 열었다. 아워레가시는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미니멀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브랜드는 단독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익스클루시브 라인 ‘워크숍 컬렉션’을 운영하는데, 스웨덴 · 독일 · 영국 단독점에 이어 국내에 처음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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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 ~ 베로니카비어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또 다른 스웨덴 브랜드인 토템은 올 1월 현대백화점 본점에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였다. 토템 단독매장으로서는 아시아 지역 3호점이기도 하다. 이어서 국내 2호점으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열었다. 2014년 엘린 클링과 칼 린드만이 공동 설립한 토템은 스웨덴 스톡홀름 기반의 여성복으로 현대 여성의 지향점을 반영해 유니폼처럼 매일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표방한다. 미국 여성 의류 브랜드인 베로니카비어드는 지난 3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매장을 냈다. 이 브랜드는 오피스 룩과 캐주얼한 스타일을 모두 연출할 수 있어 미국 직장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섬은 자체 편집숍인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폼’ 등을 강화하면서 신명품 발굴과 인큐베이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아워레가시와 가브리엘라허스트 등이 대표적이며 미국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오브갓’은 무이 매장에 선보인 이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첫 단독매장을 열었다. 피어오브갓은 2013년 패션 디자이너 제리 로렌조가 설립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고급 소재를 스포츠웨어 방식으로 재단하며 차분한 모노톤이 특징이다.

무이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를 활용해 영국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인 ‘에르뎀’의 2023 프리폴 컬렉션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에르뎀은 영국의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이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는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팝업 공간을 마련해 ‘미하라야스히로’의 F/W 컬렉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무이 등 자체 편집숍 통해 바잉 노하우↑

톰그레이하운드는 남성 전문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3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톰그레이하운드맨’을 처음 선보인 다음 더현대서울과 더현대대구 등에 7개점을 연이어 오픈해 총 8개의 남성 매장을 확보했다. 이곳을 통해 멘스 패션과 액세서리 등의 인큐베이팅이 이뤄질 전망이다.

‘폼’ 역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카테고리를 다변화하고 있다. 럭셔리 여성 편집숍인 ‘폼스튜디오’는 브랜드 수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본점 매장에 슬로바키아 디자이너 브랜드 ‘네헤라’의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며 6월에는 프랑스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 ‘데스트리’의 팝업을 열어 주목받았다.

데스트리는 LVMH 아르노 회장의 셋째 며느리 제럴드 구이엇이 2016년 론칭한 브랜드로 국내에 첫 팝업 매장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 브랜드의 핸드백을 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섬은 온라인몰 h패션몰과 폼스튜디오 매장에서 데스트리 주요 제품인 핸드백, 여성의류, 주얼리 등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남성 전문 편집숍 ‘폼라운지’는 패션 상품 비중을 줄이고 대신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여 차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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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빠투 등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LF 역시 지난 3월 LVMH 그룹이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 ‘빠투’를 선보이며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빠투는 지난 5월 더현대서울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4개의 핵심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오픈 첫날에만 2주간의 판매 목표를 달성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빠투는 1914년, 23세의 ‘장 빠투’가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며 탄생한 브랜드다. 장 빠투는 유럽과 미국 전역을 무대로 활동했으며, 자신의 이니셜 ‘JP’를 이용해 최초의 모노그램을 개발하는 등 당대 라이벌이었던 잔 랑방, 가브리엘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자이너로 평가받았다. 1936년 장 빠투가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1987년 장 빠투 하우스의 운영은 종료됐다. 이후 2018년 LVMH에서 장 빠투를 인수해 2019년 빠투라는 브랜드로 부활시키면서 급성장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패션시장의 소비주체인 MZ세대들이 신선하고 희소성 높은 브랜드에 열광하는 성향에 대응하고, 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요구하는 브랜드도 글로벌 라이징 브랜드이기 때문에 패션대기업들의 신명품 유치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글로벌 마켓에서도 라이징 브랜드로서 마니아층 중심으로 떠오른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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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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