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디자이너, 스토리텔링 더한 친환경 워크웨어를
신라호텔, 현대백화점, 코카콜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친숙한 기업들의 ‘워크웨어’는 모두 한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됐다. 그 정체는 바로 ‘이재우’ 디자이너. 200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내로라하는 브랜드, 기업들의 근무복을 모두 디자인한 그는 이제 디자인성을 넘어 ‘환경’까지 고려한 유니폼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소재만을 친환경을 사용한 것이 아닌 그 안에 ‘스토리텔링’을 담아낸 유니폼을 만들어낸 것이 그가 주목받는 이유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현대오일뱅크 유니폼 개발이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체 공장은 모두 ‘바다’ 근처에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근무복부터라도 해양생태계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안한 것.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폐페트병’을 활용한 유니폼이었다. 먹고 버린 폐페트병을 수거해 친환경 원사를 생산하고 이 원사로 근무복을 제작한다.
이재우 디자이너는 “쓰레기부터 줄여보자가 첫 생각이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수기가 사라지고 1회용 500ml 생수로 다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현대오일뱅크에 근무하는 몇천 명의 임직원들이 사용 후 버려지는 페트병이 어마무시하게 쏟아질 것에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먹고 버리는 페트병으로 내 옷을 만든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게 지금의 현대오일뱅크 유니폼이다”라고 설명했다.
폐페트병, 해양쓰레기를 유니폼으로
실제로 이 당시 슬로건으로 ‘우리가 버리는 페트병으로 우리 회사 유니폼을 만들자’였다고. 또한 ESG 마크를 개발, 유니폼에 부착해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ESG 실천을 알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고 이 또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성공적인 사례로 현대오일뱅크만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지금은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에 6개 브랜드 모두가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됐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포스코’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해양쓰레기’가 주된 스토리텔링이다. 해양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인 것에서 착안, 이것을 리사이클해 ‘티셔츠’로 제작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9년부터 클린오션봉사단을 발족해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2060톤에 이른다.
특히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방’이다. 백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분리하면 미니 크로스백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이 독특한 가방은 기존 유니폼을 재가공해서 만든 것. 포스코는 내년부터 창립이래 처음으로 근무복이 바뀐다. 이로 인해 기존 수백만벌의 옷이 버려져야 했고 쓰레기로 버려진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현실성 있는 친환경을
이재우 디자이너는 기존 유니폼 업사이클링을 제안했고, 사내 부지의 특성과 업무를 고려한 만능템을 개발했다. 그는 “사내 부지가 넓어 무조건 차량을 사용해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다. 급하게 업무를 나가야 할 때 소지품을 수납할 패션소품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 아이템을 제작했다. 각각 고리가 있고 탈부착이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티셔츠 위에 조끼처럼 착용할 수도 있고 바지 위에도 착용할 수 있어 특히 기계를 작동할 때 움직임에 방해가 안되도록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과 유니폼 그 두 가지를 ‘디자인’ 그리고 ‘스토리텔링’으로서 완벽히 풀어낸 그는 앞으로도 친환경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유니폼’이라는 장르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패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쏟아낼 계획이다.
그는 “안 먹고 안 입고 살 수 없듯이 진정한 친환경은 조금이라도 지구가 노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일반인, 그리고 나와 같은 전문가들이 자기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현실성’ 있는 친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는 틀림없이 나오기 때문에 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덜’ 버리고 버려지는 것을 다시 재활용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존할 수 있도록 제안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패션비즈=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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