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인터뷰 ] 우종필 l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이미지 하나로 ‘옷’ 디자인이 가능한 시대
요즘 챗GPT가 열풍이다. 기존 구글 같은 검색어 중심의 서비스가 아닌 챗GPT는 문맥을 이해하고 답을 해준다. 챗GPT가 텍스트(문자) 관련 혁명이라면, 이러한 흐름이 이미지 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인공지능 회사들이 이미 디자인 분야에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우종필 세종대 교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패션 쪽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디자이너 못지않은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즉, 디자이너의 핵심 영역인 디자인 창작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 다. 이렇게 되면 디자이너들의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실제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고도, 인공지능에게 단순히 다음의 텍스트만을 입력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다 그려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데이터 변환(Data Transformation)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Text to Test, Text to Image, Image to Image, Image to Video처럼, 어떤 형태의 데이터가 다른 형태의 데이터로 전환되는 겁니다. 이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어떠한 텍스트를 잘 넣어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느냐가 핵심입니다”라고 덧붙인다.
Q. 이번 이미지 기술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사실 본인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인공지능에 원본사진 하나만 넣으면 다양한 디자인을 무한대로 제공해 줍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옷이나 모델의 포즈가 다 다릅니다. 동일한 이미지가 제공되지 않아, 표절 부분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원하는 부분은 수정도 가능합니다. 자세히 보면 배경이 모두 다릅니다. 결국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배경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수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기존 디자이너에게는 이러한 기술 혁신에 대해서 막연한 공포심이나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상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얼마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골라낼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이 더 중요해지리라 봅니다.
이런 기술이 나온다고 디자이너의 직업이 없어질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고, 단지 그 역할이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디자이너의 창작의 고통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선순환 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거나,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좋은 디자인을 골라내는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좋은 패션 디자인이 가능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Q. 빅데이터가 상품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빅데이터가 상품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합니다. 여기서 빅데이터는 정형(숫자기반)과 비정형(이미지, 동영상, 소리 등)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네이버 쇼핑몰에서 모든 의류에 대해서 어떠한 옷들이 검색되고, 그 옷들과 관련한 연관어와 어떠한 제품들이 팔리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출시한 상품이 얼마나 고객에게 관심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바로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제품에 대한 검색어나 구매 등 기록을 이용해 특정 성별이나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화해서 맞춤형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CRM 광고를 통해 이익 극대화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Q. 현재 기술적용이 된 패션기업들 사례와 반응은
일단 우리 세종대 연구팀들의 경우 앞서 말한 부분에 대한 기능을 현재 한국 패션 디자인에 맞게 특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텍스트를 한국말로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장착했고, 외국 기업들의 각기 부족한 부분이나 장점을 선별해 최고의 한국형 패션 토털 솔루션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모 골프 업체에서 3년 동안 제품 판매량을 기준으로, 잘 팔린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등급별로 나눠서 제품의 이미지를 학습한 후 새로운 제품 디자인만을 갖고 이 제품이 잘 팔릴지 그렇지 않을지 시도를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높았지만, 실전에서는 약점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제품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가 많지 않았고, 패션의 트렌드가 자주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게 되면, 알고리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기에, 이러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와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래 패션산업의 주요 요소는 무엇인가
디자인과 소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악성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소재와 디자인을 떠나서 팔리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잘 팔리지 않았던 제품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디자이너를 교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을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해봐야 합니다. 이럴 때 인공지능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험자나 전문가들의 감각에 의존을 하곤 했는데요.
그 회사 맞춤형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최소한 대박 상품은 몰라도 쪽박 상품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을 도입해 디자인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면, 그 여력을 소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패션산업은 산업폐기물을 많이 생산하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악성 재고는 결국 환경문제와도 직결됩니다. 결국 잘 팔리는 옷을 팔릴 만큼만 만들어야 되는데, 이것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양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이용해 최적화가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의류 회사들이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ESG 경영 자체는 좋지만, 그보다 앞서 잘 팔리는 옷만을 만들어서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훌륭한 ESG 경영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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