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찬ㅣ에이션패션 대표
4000억대 캐주얼 명가 진입, 레거시 기업의 밀레니얼 CEO
지난 2019년 연말 모회사인 신성통상의 전략기획 본부장에서 폴햄사업부장 겸 에이션패션 대표로 부임한 박희찬 대표. 자리를 옮기자마자 발발한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역신장이 아닌 플러스를 이끌어냈다. 이후 202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폴햄사업부장 직을 양도하고 대표 역할에 집중해 더욱 큰 그림을 그리며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션패션(대표 박희찬)에 지난해는 여러 모로 의미가 큰 한 해였다. 창립 이래 처음 4000억대 매출을 올렸을 뿐 아니라 대표 브랜드인 ‘폴햄’은 2000억대, ‘프로젝트엠’은 1000억대 외형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2000억대에 머무르던 회사 매출은 지난 2021년 3100억으로 3000억대를 돌파했고 다시금 1년 만에 4000억대를 돌파했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에는 5000대 컴퍼니 반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찬 대표는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였겠지만 10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장 중요한 숙제였습니다. IMF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를 통해 ‘띵스 체인지(think chang)’로 오히려 투쟁심을 갖고 투자했죠. 온택트가 대세였지만 매장도 많이 내고, 상품 회전율을 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브랜드 모델도 톱스타로 기용했고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금융사 상품기획과 마케팅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당시 재직하던 카드는 시장에서 6~7위의 후발주자였지만 어마어마한 예산을 마케팅에 쏟아부어 현재는 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창 성장가도를 달릴 때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웠죠. 특히 ‘티파니 박스(이미지) 안에 사이언스(숫자)가 있다’라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패션 회사에 오니 더욱 실감이 됩니다. 패션은 이미지와 환상을 소모하지만 내실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라고 말했다.
동료의식 · 투쟁심 강조, 임직원 소통 브리지 역할
계획은 누구나 세울 수 있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 덕이라며 공을 돌린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동료, 투쟁심’이라는 단어를 즐겨 썼다. 에이션패션에서 첫 보직으로 대표 겸 폴햄사업부장을 맡으며 직원들과 부대껴 현장에서 의사소통 해온 그에겐 대표와 직원이라는 조직체계보다 ‘원팀’이라는 동료의식이 더욱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 직원들의 중위 연령에 해당한다는 그는 1981년생으로 밀레니얼세대에 속한다. 그는 “밀레니얼이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임원들과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브리지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팀워크의 비결을 설명한다. 이어 “우리가 이룬 성과들이 숫자로 보이자 동료들도 신이 나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무엇보다 ‘싸워서 이기자’라는 인식이 강해졌어요. 저를 포함한 직책자들이 더욱 솔선수범해 등을 보고 따라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근간이 된 폴햄은 올해 19주년이지만 ‘스무살’이라는 표현으로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2200억에 이어 올해 2500억을 목표로 하는 이 브랜드는 국내 캐주얼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니치를 공략하기보다 매스를 상대로 성별, 젠더, 연령, 소득수준까지 넓은 포지셔닝을 커버하는 브랜드를 지향하기에 사회나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아젠다를 내걸고 있다.
폴햄 - 탑텐, 캐주얼계의 기아 - 현대차로
박 대표는 “많은 분들이 이지·베이직 캐주얼의 1등 브랜드로 명맥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해주는데, 이제는 조닝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당장 그룹사 내 ‘탑텐’만 하더라도 폴햄의 2배가 넘는 외형이잖아요. 패션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싶지, 캐주얼 조닝 내에서 ‘방구석 여포’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 스페인, 스웨덴의 대표 브랜드 하면 각각 ‘갭’ ‘자라’ ‘H&M’이 떠올라요. 한국 대표 패션 브랜드로 폴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라는 포부를 전한다.
또 “패션시장에서 가장 큰 두 축은 포멀과 캐주얼이라고 봅니다. 오프타임에 입을 수 있는 캐주얼은 거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죠. 어떤 플레이어가 파이를 크게 차지하느냐의 문제인데, 최근에는 온라인 기반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선전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도전은 항상 있었습니다. 한때는 폴햄이 도전자였으나 이제는 수성하는 역할인 것이죠. 현대와 기아차처럼 탑텐과 폴햄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장에서 큰 포지셔닝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폴햄키즈도 마찬가지다. 탑텐키즈가 몇 개월 앞서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인 2017년 론칭해 지난해 700억 매출을 넘어섰고 특히 코로나19 시기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아동복이 매우 비쌌어요. 흔한 내러티브이지만 ‘리즈너블한 가격에 진정성’이 빛을 발했습니다. 가격적으로나 안전성능적으로나 ‘엄마의 마음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강력한 단어는 없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한다.
메가 브랜드 등극 ‘프로젝트엠’ 여성 강화
폴햄과 폴햄키즈는 각각 별도의 사업부를 운용하고 있지만 따로 또 같이, 긴밀한 소통으로 대형 복합 매장 8~9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직영점이 매출 견인에 큰 힘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복합점을 고집하기보다는 상권에 맞는 유통 전술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폴햄키즈의 입장에서 단독으로 99~132㎡(30~40평) 규모의 매장을 채울 수 있기에 복합 매장은 한계를 규정 짓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00억원으로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오른 프로젝트엠은 큰형인 폴햄에 비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6~7년간 500억대에 머물던 볼륨은 리뉴얼을 통해 2021년 800억으로 단숨에 도약했고 지난해 1000억 고지를 찍은 것. 기존에 프로젝트엠이 남성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과 포멀 룩의 중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여성 상품 비중을 확대해 40~50%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폴햄, 폴햄키즈, 프로젝트엠은 모두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둥글고 매스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프렌치, 이탈리안 퀴진 좋아하시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 연달아 먹으면 쌀밥을 찾게 되더라고요. 백반이 글로벌 퀴진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넓고 매스한 브랜드가 좁고 깊은 브랜드보다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거죠”라고 부연한다.
TF 브랜드 ‘티메이커’ 1년간 13억 성과
한편 에이션패션은 뿌리 깊은 레거시 기업이지만 지난해 젊은 직원을 필두로 ‘뾰족하고 캐주얼하며 아웃핏’한 브랜드 ‘티메이커’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론칭한 신규 브랜드로 별도의 홍보나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자사몰인 탑텐몰에만 입점해 있음에도 연간 13억원 매출을 올려 가능성을 엿봤다. TF 개념으로 운영되던 팀은 올 초 3명을 전속으로 세팅했다. 올해는 외부몰로도 입점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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