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루이비통닭’과 ‘내로남불닭’ 사이
광고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을 바라보게 하라’ ‘그것에 다가오게 하라’ 등이다. 특히 비주얼로 승부를 거는 패션 광고에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그 뭔가가 필요하다. 광고주가 광고의 원칙에만 집착한 나머지 규칙을 간과하면 패착을 두기 쉽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최근 사례를 통해 광고의 원칙, 규칙, 법, 윤리적 철칙을 되돌아봤다.
2023년 2월, 많은 사랑을 받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조안 미첼 재단은 핸드백 광고에 조안 미첼의 그림을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고 있는 루이비통 측에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중지하라는 성명을 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사전에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출연하는 카푸신 핸드백 광고(시가 1만500달러 상당)에 미첼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수차례 요청했다. 광고에 사용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미첼 재단에 기부금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미첼 재단은 이를 거절했다. 1992년 미첼이 사망한 후 그녀 작품을 관리하는 비영리 재단은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오로지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미첼의 작품을 광고 사진의 배경에 사용해 뉴욕타임스 선데이 스타일 섹션과 온라인을 통해서 공개했다. 루이비통은 재단의 허가도 없이 최소 3점의 미첼 작품을 광고에 등장시킨 것이다. 미첼 재단은 최근 루이비통이 파리에서 열고 있는 ‘클로드 모네와 조안 미첼’ 전시회장에서 해당 광고 배경 작품을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비통이 금전적인 영리 목적을 위해 작가의 저작권을 무시한 것은 개탄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힌 미첼 재단은 루이비통이 미첼 작품이 노출된 광고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쩌다 이런 망신살이 뻗쳤을까.
루이비통의 흑역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미디어 이북 캄보디아(Ebook Cambodia)는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LV 모노그램 디자인이 캄보디아 크메르 예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LV 모노그램과 유사한 꽃 패턴의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입은 캄보디아 무용수의 석조물을 비교한 사진을 게시했다. 프랑스가 과거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루이비통이 캄보디아의 전통 유산을 함부로 베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루이비통은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수만 건의 지재권 소송을 서슴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우리에게도 루이비통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유별난 집착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16년 ‘루이비통닭(LOUIS VUITON DAK)’이라는 패러디 상호를 사용한 한국의 어느 치킨집과 소송 끝에 1450만원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자신의 지식재산권에는 엄격한 루이비통이 내로남불식으로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개념 없이 침해하는 모습에 소비자들은 무척 실망스러워한다. ESG 경영에 있어 S(Social) 분야에서는 영락없이 낙제점이다.
최근 ‘타미진스’는 제품 홍보를 위한 유튜브 광고에서 어느 미술작가의 그라피티 벽화를 배경으로 사용한 문제 때문에 분쟁을 겪는 중이다. 저작권법 제35조 2항에 의하면, 건축물 외벽 등 공중에게 항시 전시돼 있는 미술저작물은 복제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제품 홍보 및 판매 목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저작권법 제35조의 3에 의해 ‘촬영의 주된 대상에 타인의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포함되는지’ 여부도 다투게 될 것이다. 광고 관련 분쟁은 루이비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의 원칙, 법칙, 철칙 사이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루이비통닭만 잡으려다가는 내로남불닭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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