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라이프스타일 키덜트 공략
애니메이션 컬래버 & Y2K 접목 활발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3.03.06 ∙ 조회수 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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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 굿즈에 기꺼이 돈을 쓰며 어린 시절 향수를 느끼는 ‘키덜트 문화’는 이제 소수의 취향이 아닌 2023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SPA,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숙박업계까지 애니메이션과 협업하거나 Y2K 무드, 어린이들의 장난감에서 영감받은 제품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나이보다 어리게 살며, 어렸을 적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에 기꺼이 돈을 쓰는 ‘키덜트’들. 이러한 사람들이 이제 소수의 취향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알파세대와 Z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1조6000억원을 돌파했으며 향후 11조까지 내다보는 산업으로 커졌다.
포켓몬빵으로 어른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SPC그룹은 2022년 3분기 대비 4분기에 9.1%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최근 1980년대 만화 ‘슬램덩크’가 새롭게 극장에 개봉하면서 301만명(2023년 2월 17일 기준)의 관람객을 끌어모았고, 더현대서울에서 진행한 팝업은 전날 밤을 새우며 줄을 서는 현상까지 벌어지며 5일 만에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이렇듯 ‘네버랜드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패션, 라이프스타일, 숙박 등 키덜트를 공략하는 상품이 쏟아졌다. 럭셔리 브랜드도 키덜트의 취향을 저격하는 컬래러베이션 상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로에베와 몽블랑 등 럭셔리 브랜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나루토’ ‘세일러문’ 등과 협업해 컬렉션을 발표했고 이는 오픈 첫날 ‘품절’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브랜드도 달빛천사 등 고전문화부터 잔망루피와 망그러진 곰 등 떠오르는 캐릭터 IP와 손잡은 컬렉션이 큰 호응을 얻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브랜드마다의 아이덴티티에 Y2K 무드를 접목해 2배 가까이 신장했다. 이러한 트렌드가 흥행하는 이유는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행복함’과 ‘추억’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 × 애니메이션 컬래버레이션 붐
지미추코리아(대표 한나루시빅토리아메릿)의 ‘지미추’는 세일러문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실제 창작자인 나오코 다케우치와 함께한 컬렉션을 발표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세일러문 부츠, 각 캐릭터의 대표 컬러에서 영감받은 펌프스, 만화의 한 장면을 따온 듯한 백 등을 전개한다.
세일러문을 경험한 밀레니얼세대에게는 이번 협업 상품에 대해 ‘화려하고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다’ ‘만화를 봤던 옛날이 떠오른다’라는 반응이었다면, 이 만화를 직접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 알파와 Z세대는 파격적인 디테일과 색감에 오히려 ‘신선하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로에베코리아(대표 이승진)의 ‘로에베’는 스튜디오지브리 협업 컬렉션 또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상품 자체로도 이슈였지만 컬래버를 기념한 여의도 더현대서울 팝업도 북새통을 이뤘다.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팝업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올해 세 번째이자 로에베 마지막 컬래버레이션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진행했으며 마지막 협업인 만큼 오픈 첫날부터 빠르게 상품이 품절됐다.
국내 만화와도 협업, 100만원 호가 상품 품절
리치몬트코리아(대표 이진원)의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몽블랑’은 나루토 20주년을 기념해 액세서리, 스마트워치, 레더 제품군 등 다양한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나루토가 새겨진 만년필 가격대가 130만원대, 토트백이 170만원대임에도 ‘찐’ 나루토 덕후팬을 공략해 판매로도 활발히 이어졌다. 영국 패션 브랜드 ‘JW앤더슨’이 협업한 한국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 캡슐 컬렉션’의 파장도 컸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국내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달려라 하니는 국내 1980년대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다.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은 한스타일의 제안으로 시작했으며, 국내 유통과 마케팅을 같이 담당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 출시한 상품이지만, 최근 대세 아이돌 ‘뉴진스’의 하니가 ‘달려라 하니 프린트 팬츠’를 착용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 수지와 블랙핑크 제니도 착용했다.
스파오, 포켓몬 ~ 달빛천사 파자마 매출 400억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의 ‘스파오’는 달빛천사, 포켓몬, 마시마로우 등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 고전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으로 2030세대에 이슈가 되고 있다. 캐릭터 IP를 활용한 파자마의 경우 연간 100만장 이상 판매됐으며,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만 2022년 매출 400억을 기록했다.
이러한 IP의 경우 레트로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스파오 협업 제품이 2030세대에게는 향수를, 10대 소비자에게는 신선함을 자극하며 인기를 끈 것. 스파오 관계자는 “덕질이 트렌드가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캐릭터 굿즈에 대한 니즈가 강해졌다. 스파오는 이런 부분을 집중했고, 매출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 홈웨어 판매가 급성장한 시점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IP와 스파오 메인 컬래버 아이템인 파자마의 조합이 고객에게 잘 설득됐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제작하기를 원하는 상품을 재빠르게 캐치하는 것은 ‘대국민 설문조사’가 밑받침이 됐다.
남성 타깃 IP 영역 확대, Y2K 패션도 활발히
제작 단계인 컬렉션을 공개한 후 소비자에게 제품에 관한 니즈와 피드백 데이터를 쌓는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소비자 인터뷰를 진행한 후 비로소 상품이 만들어진다. 10대부터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고객조사를 실시했는데 최근 키덜트와 Y2K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타깃을 넓혀 고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컬래버레이션 IP의 경우 기존 여성 타깃층에 맞춰왔다면, 앞으로 남성도 즐길 수 있는 IP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패션 트렌드와도 접목돼 있는 Y2K 패션도 올해 협업으로 다채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도 디즈니 덕후를 위한 미키마우스 컬래버 워치를 출시했다. 지속적으로 디즈니 프린세스 주얼리 등 키덜트를 위한 상품을 전개하고 있다. ‘클루’는 웨딩피치, 천사소녀네티 등과 협업한 주얼리 제품부터 키링 굿즈까지 출시했으며 현재도 꾸준히 구매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애니메이션 자체 개발 ‘로맨틱스’ 2D 요소 활용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협업으로 키덜트를 공략했다면, 디자이너 브랜드는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Y2K 무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맨틱스컴퍼니(대표 박연희, 손지연)의 디자이너 브랜드 ‘로맨틱스’는 2D적인 요소를 활용한 Y2K 컬렉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전만화인 세일러문와 웨딩피치 등 떠오르는 독창적인 일러스트를 티셔츠와 백 등에 프린팅했다. 의상의 경우 핏과 손 부분에 슬릿을 넣어 워머 느낌으로 디자인해 트렌드를 세세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컬렉션 영감에 박연희 · 손지연 로맥틱스컴퍼니 대표는 “S/S 컬렉션의 경우 우리가 지내온 환경, 세대,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 우리들의 취향을 만들었고 그것들이 녹아 상품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브랜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드로 다소 과감히 기획했고 어렸을 적 자주 그리던 애니메이션을 직접 개발하는 등 취향 그대로를 녹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항적이면서 러프한 컬렉션을 발표한 후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이 확실한 소비자층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독창적인 컬렉션 전개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라고 설명했다. Y2K 무드를 담은 디테일과 컬렉션를 전개하는 것에 대해 실제로 두 대표가 그 시대를 살아왔고, 그에 대한 향수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에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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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피크하우스, 1990년 레트로 무드 반응 굿
그들은 “우리 또한 지금 Y2K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시절을 지내온 세대이며 언제나 그때에 대한 향수가 있다. 슬램덩크가 화제 된 것에 대해 어렸을 적 아무 계산 없이 무언가를 좋아했던 그 시절만의 순수함, 뜨거웠던 열정을 회상해 가며 거기에서 오는 향수가 ‘네버랜드 신드롬’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는 생각을 했다”라며 “다양한 브랜드들이 과거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큰 화제를 모으는 것처럼, 패션계가 Y2K 무드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로맨틱스의 컬렉션도 소비자 마음을 흔들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스메이드(대표 조영우)의 ‘아트스피크하우스’는 1990년대 레트로한 무드가 느껴지는 빈티지한 그래픽 & 색감으로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조영우 미스메이드 대표는 1990년대 향수가 느껴지는 것에 대해 큰 호감이 있었고 그러한 취향이 자연스럽게 의상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1990년대 향수가 느껴지는 그 시대의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곤 했다. 특히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가장 좋아했고, 드라마 속 센트럴 파크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들의 패션을 가장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레트로가 섞여 있는 것이 취향이 됐고, 브랜드를 전개할 때도 그 시대의 무드를 베이스로 현시대의 세련됨을 함께 섞어 선보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고코리, 스토리텔링 + Y2K 신규 소비자층 흡수
레트로 트렌드에 대해 그는 “저처럼 직간접적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의 문화를 경험해 온 2030세대는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향수나 환상이 있다. 이 때문에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 무드를 입힌 아트스피크하우스 컬력션에 소비자 반응이 확실히 높았고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코리(대표 안현경 · 임채건)의 디자이너 브랜드 ‘고코리’는 스토리텔링과 Y2K 무드를 접목한 컬렉션으로 기존 마니아부터 신규 소비자까지 흡수했다. 기존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고 있는 Y2K 무드 의상이 심하게 짧거나 딱 붙는 핏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시도하기 어려웠다면, 좀 더 편안한 실루엣으로 Y2K 무드를 담아내 더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고코리는 본래 ‘당신을 위한 어른동화’라는 콘셉트로 감도 높은 제품을 전개해 왔다면, 최근 감도를 조절하고 맨투맨과 티셔츠 등 아이템을 대폭 확장했다. 안현경 · 임채건 고코리 대표는 “슬로건부터 아이템까지 전반적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있다. 이야기를 담은 옷이라는 콘셉트로 브랜드를 운영해 오며, 소장하고 싶은 오브제 같다는 평을 많이 들어왔다. 앞으로는 감도를 조절해 좀 더 일상에 스며들기 좋은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규 컬렉션은 계속 진행하지만 패션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드롭식으로 고코리의 매력을 담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어른 파티템으로 프린세스 목걸이 인기
VVV(대표 표민정)의 ‘브이브이브이’는 매 시즌 1990년대 하이틴 영화에서 영감받아 컬렉션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핑크 하이틴 프린세스 하트 큐빅 목걸이’가 셀럽과 일반인에게 화제를 모았다. 어릴 적 갖고 놀았던 프린세스 장난감의 액세서리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볼드하고, 색감이 화려해 일반적으로 착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 같으나, 파티템으로 소비자 반응이 높았다.
표민정 VVV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콘셉트를 보여주려고 하는 소비자 니즈가 높았다. 그 니즈를 바탕으로 브랜드 컬렉션에 하이틴 콘셉트를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발매 이후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반짝거려서 공주가 된 기분이다’ 등 구매 고객의 좋은 후기가 많았고, 매출로 이어져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촌스럽다’는 말이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브랜드에서도 나이와 성별에 대한 경계를 낮추고 있다”라며 “향후 다양한 카테고리로 출시해 상품군의 범위를 넓혀 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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