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일촉즉발! 패션 브랜드 캡처 공방
대행사측 본연 업무 VS 방송사측 저작권 침해
mini|23.03.01 ∙ 조회수 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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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미지 못 나가요, 잠시만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홍보 자료 건으로 통화 중이던 한 광고 대행사 담당자가 다급히 전화를 끊는다. 방송에서 잘나가는 Z브랜드를 입은 장면을 사진 캡처해 홍보 PR에 나선 광고 홍보 대행사 A. 그간 당연한 홍보활동으로 해왔던 ‘방송 캡처’에 제동이 걸렸다.
방송사에서는 이것을 방송저작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행사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광고 대행사뿐만 아니라 블로거들에게도 불똥이 튀면서 일명 ‘브랜드 협찬을 통한 방송 화면 캡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행사 C 대표는 “대행사는 홍보 업무가 본연의 업무이고, 브랜드 협찬 나간 부분을 당연히 활용하게 되는데요, 이번에 제약이 걸린 것은 방송사 수입원 중 하나인 PPL에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대행사를 통하게 되니, 경로 중 걸림돌이 생기게 된 거죠. 방송사는 방송물 저작권으로 보지만, 저희는 PR 업무로 보고 있습니다”라며 의견을 피력한다.
침해 주장. 블로거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홍보대행사 K 대표는 “다른 시대도 아니고 SNS 등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자유롭고 활발한 시대에 방송 캡처가 ‘불가’라니요”라며 호소한다. 한 블로거도 “사실 블로거 활동 대부분이 브랜드 시장조사와 방송 캡처를 통한 일이 많아요. 이를 막는다면 실제 활동에서도 발목이 묶이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반면 방송사는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대행사와 블로거에게 홍보게시물의 삭제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통지서(내용증명)를 발송하고 있다.
또한 대행사와 블로거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제기하는 등 경찰조사를 받은 사례도 포착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 일부 대행사나 블로거는 방송국 측의 강압적인 태도에 못 이겨 형사합의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다.
결국 방송사는 연예인 의상 협찬에 대한 구조와 흐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방송사와 대행사(또는 패션브랜드 본사) 사이에 방송저작물 사용에 대한 계약이 없는 상황을 악용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률적 조치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찬 계약서 없음 노려 법률적 조치 강행도
대행사측은 의상 협찬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서 연예인에게서 연예인의 초상과 성명이 포함된 사진과 영상의 상업적 사용 허락을 받아 해당 방송 캡처 본을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방송사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다면, 결과적으로 협찬 계약의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므로 저작권법 규정과 달리, 계약 법적인 측면으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협찬 계약 단계에서부터 방송까지 포함한 방송사도 대행사의 방송저작물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3자 계약을 체결하든지 아니면, 연예인 기획사가 사후 방송사의 동의를 받아 대행사의 협찬의 대가(방송 캡처 본 사용)를 보전함으로써 협찬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U대행사 대표는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행사는 연예인에게 의상을 협찬할 수 없으므로 연예인은 일일이 유상으로 패션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대행사도 협찬을 통한 효율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없으며, 방송사 입장에서도 비용이나 제작물 품질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며, 미래의 잠재적인 광고주들인 패션 브랜드 기업과의 관계도 불편해질 것이니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션산업 생태계 위협하는 부메랑 될 수도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은 제 살 깎아 먹기식으로 되돌아올 확률이 크다는 중론이다. 그동안 에이전트가 도맡아왔던 역할을 방송사가 직접 나서게 될 것인가. 방송사가 브랜드로부터 협찬에 대해 비용을 받아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심지어 그동안 해 오던 패션산업 내 생태계 파괴까지 거론이 되는 상황이다. 연예인들 입장은 어떨까. 일일이 옷을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비단 방송 제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패션산업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더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서로 간에 당장 좁혀지지 않는 불협화음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패션마켓에서 협찬 홍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패션 마케팅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비중이 커지는 흐름 가운데 향후 대행사와 브랜드 간 업무 조율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 모든 촉각이 쏠려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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