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의 딜레마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3.02.06 ∙ 조회수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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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는 모 여성복 브랜드가 백화점으로부터 라이선스나 수입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리를 비워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 한국 패션시장에서 라이선스나 수입 브랜드의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져서 국내 브랜드가 역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웨어 시장에서는 히트를 친 대부분이 라이선스 브랜드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패션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회사들이 글로벌 명품과 라이선스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먼저 인정해야 할 사실은 우리나라 기업의 라이선스 브랜드 운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최근 크게 성공한 라이선스 브랜드도 실제 현지에서는 평범한 브랜드였다. 한국 패션기업들은 현지에서 패션 브랜드로서 존재감이 낮은 브랜드의 라이선스 사업권을 가져와서 멋지고 강력한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는 여기서 라이선스 브랜드의 본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본래 패션 사업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사업이다. 하나는 현금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의 목적은 잘 구축된 브랜드 자산의 사용권을 가져와서 브랜드의 낙차를 이용해서 현금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라이선스 사업 기반의 기업 가치 평가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제외한 현금 창출 능력만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라이선스 브랜드도 계약이 종료될 때 일부 영업권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이 점점 직진출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처럼 계약 종료와 함께 모든 사업권을 넘겨 줘야 하는 위험한 라이선스 모델에 한국 패션 대기업이 목을 매는 상황은 매우 염려스럽다.

이렇게 어리석어 보이는 라이선스 사업을 탁월한 사업 역량을 갖춘 한국 패션기업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브랜드 자산 구축은 오래 걸리는 반면 당장 사업에 성공해서 현금을 만들어내는 데 라이선스 사업이 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는 라이선스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는 라이선스 브랜드를 더 좋아할까? 이것을 패션 사대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

관건은 브랜드의 오리진(Origin)이 아니라 브랜딩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안목과 상품 지식에 상응하는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가이다. 현재 한국 패션 브랜드의 역량은 충분히 글로벌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상품과 브랜딩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패션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새로운 안목과 비전으로 젊은 패션 인재를 통해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라이선스 브랜드를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역사성과 인지도에서 앞선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장기적으로 독점적인 라이선스권을 확보하고 종료 시 브랜드 자산 투자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식의 계약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도한 한류의 지원과 세계 6대 강대국(by US News World Report)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지원을 받는 한국 패션기업이 한국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라이선스 브랜드만 좋아하고 국내 브랜드를 역차별하는 유통업계의 인식과 이에 따라 남 좋은 일인 라이선스 브랜드만 찾아다니는 한국 패션 대기업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 패션기업의 역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문제다.


■ PROFILE
- 2009년 미국 NYU 경영대학원(Stern) EMBA(Executive MBA)석사 과정 졸업
- 1988년 2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 경력
- 2019년 꼬끼오 대표(부사장)
- 2016년 미니소코리아 대표
- 2012년 세정 전략기획실장
- 2009년 인디에프 전략기획실장
- 2005년 한섬 경영기획실장
- 2004년 코오롱FnC 경영기획실 담당 임원
- 2002년 9월 모라비안바젤컨설팅 부사장
- 1989년 이랜드그룹 기획조정실 & 전략기획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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