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낮아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는 마음이 여느 해와 다르게 개인이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살인적인 물가와 금리, 빠르게 식어가는 소비 시장과 수출시장, 폭락해 가는 부동산과 자산시장 앞에서 극소수 여유로운 현금 부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개인과 기업은 어느 정도의 ‘고난’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다수가 절망에 빠지기 쉬운 이러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는 우리가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난을 당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고난을 당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무엇인가?

•고난은 핵심과 본질을 드러나게 해 준다. 진짜 친구는 내가 어려울 때 비로소 구별할 수 있다. 나의 진짜 실력은 어려울 때 드러난다. 고난이 오면 그동안 애매했던 많은 일이 안개가 걷히듯 사라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의미 없는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게 해 준다. 좋은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많은 일을 깨닫게 해 준다.

•고난은 사람을 성장하고 성숙하게 한다. 고난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스승이다. 개인의 인생과 기업의 역사에, 나아가 인류의 역사 발전에 고난은 엄청난 기여를 해 왔다. 개인과 기업에 고난의 때는 자기의 성장과 인재 양성에 집중할 때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역량을 기르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묵은 때를 벗겨내고 살을 빼서 건강하게 하고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일을 해야 한다. 어려울 때 더 집중해서 경영 능력을 점검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고난은 구조조정의 최적기다. 조직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내부에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무질서도가 증가하게 돼 있다. 구조조정이란 이렇게 무질서도가 증가한 조직 내부에 질서를 잡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는 과정이다. 구조조정은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재점검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조직 설계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재배치하고 조직 문화를 재점검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목표설정을 하기 쉬운 리더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난은 혁신의 최적기다. 기업이나 조직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혁신과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한다. 좋은 시절에는 양적 성장에 취해서 질적인 혁신을 이루기 힘들다. 떠나는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은 대부분 고난의 시기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고난은 투자의 최적기다. 성공하는 투자는 언제나 최저점에 사서 최고점에 파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불황기는 역설적으로 최저점에 매수할 수 있는 투자의 최적기다. 불황기에 투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불황 이후 기업의 운명이 뒤바뀌는 사례가 많다. 불황기에 현금이 중요하다고 모든 투자를 포기하고 숨어버린 기업은 불황 이후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불황 전 현금을 확보하라는 조언은 현금을 쥐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라 불황기에 낮은 가격으로 투자를 해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2023년 세계 경제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각자 상황은 달라도 고난이나 고통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고난을 쓴 보약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건강을 회복할 기회로 여기는 기업과 개인에게 2023년은 희망찬 새해가 될 것이다.


■ PROFILE
- 2009년 미국 NYU 경영대학원(Stern) EMBA(Executive MBA)석사 과정 졸업
- 1988년 2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 경력
- 2019년 꼬끼오 대표(부사장)
- 2016년 미니소코리아 대표
- 2012년 세정 전략기획실장
- 2009년 인디에프 전략기획실장
- 2005년 한섬 경영기획실장
- 2004년 코오롱FnC 경영기획실 담당 임원
- 2002년 9월 모라비안바젤컨설팅 부사장
- 1989년 이랜드그룹 기획조정실 & 전략기획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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