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본부장 시대! ‘우먼 파워’ 뜨겁다<br>한경애 고희진 박남영 조보영… 패션 대기업 女風
2023 패션마켓에 여풍(女風)이 뜨겁다. 지난 몇 년 사이 ‘여성 인재’에 대한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임원에 오르는 케이스도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패션 대기업의 고위급 경영진 자리까지는 사실상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세대교체와 혁신을 내걸고 여성 임원들이 차세대 리더로 지목되며 한층 넓어진 기회를 엿보게 한다. 그만큼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기대가 되는 해이다. 여성 인력이 집중돼 있는 디자이너 · 기획 파트 출신의 리더들이 경영진까지 오르는 경우가 확실히 많아졌으며, 디자이너 출신 사업부장에서 임원까지 멀티 플레이어로서 섬세한 리더십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여성 리더들부터 현재 중견 및 대기업에서 사업부를 총괄하는 여성 경영인들을 조명해 봤다. 여성 임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은 한경애 부사장이 승진하며 눈길을 끈다. 디자이너 출신의 사업부장으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던 한 부사장은 특유의 꼼꼼하고 포용력 갖춘 소통 능력으로 소프트한 여성 리더십의 본보기로 조명받고 있다.
‘미다스 손’ 한경애 부사장, ESG + 브랜딩 성과
한 부사장은 지난해 초 이 회사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맡아 ESG 경영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코오롱스포츠’ ‘래코드’ ‘에피그램’ 3개 브랜드의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사업부장으로서도 환경과 브랜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패션 1세대 디렉터로 자리잡은 한 부사장은 2005년 코오롱FnC에 합류해 ‘헨리코튼’ ‘시리즈’ ‘존바바토스’ 등 주로 남성복 기획를 총괄했으며 2015년부터 사업부장을 겸하면서 디렉터 출신 사업부장의 롤모델이 됐다.
2015년 코오롱FnC의 패션2본부장(시리즈, 헨리코튼, 래코드), 2018년 캐주얼본부장(시리즈, 에피그램, 헨리코튼, 래코드, 커스텀멜로우)을 거치며 영역을 넓혔으며 ‘미다스 손’이라 불릴 만큼 각각의 브랜드가 아이덴티티를 갖고 성장할 수 있게 뒷받침해줬다.
또 남성복과 캐주얼 전문가라는 한계를 스스로 벗고 전통 아웃도어인 코오롱스포츠를 맡아 다양한 세대가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제2 도약을 이끌고 있다. 올해 론칭 50주년을 맞는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전체 상품의 50%를 리사이클 소재로 만드는 등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입혀 환경친화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희진 · 박남영, 삼성패션 女부사장 시대 활짝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은 고희진 · 박남영 두 명의 여성 임원을 나란히 부사장에 선임됐다. 이 회사 창사이래 처음으로 여성 부사장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조직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탁월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차세대 리더군을 발탁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고희진 부사장은 성균관대 섬유공학과 출신이며 삼성물산패션부문의 액세서리 사업부장과 ‘에잇세컨즈’ 사업부장 등을 맡으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가 ‘빈폴액세서리’ 상품기획을 맡았을 당시 브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어 빈폴 액세서리 파트의 저변을 확대한 공로가 있다.
박남영 부사장은 서울대 의류학과와 카이스트 MBA 석사 출신으로 패션부문 기획팀장과 상하이법인 기획팀장, 전략기획실 상무, 빈폴사업부, 해외패션사업부 등 다양한 사업부를 거쳐왔다. 빈폴사업부장 시절에 여성복, 남성복, 골프웨어, 액세서리, 아동복 등 5개부문의 빈폴을 총괄하면서 브랜드 리프레시 작업을 주도했으며 한층 젊고 세련된 브랜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원은경 빈폴사업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원 상무는 ‘구호’ 등 여성복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현재 빈폴사업부장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비하고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여걸’ 김정미 전무, 에스앤에이 진두지휘
우먼 파워의 움직임이 거세 삼성가(家) 출신의 여성 본부장들이 계속 배출되는 상황이다. 삼성에서 충분한 커리어와 능력을 검증받고 패션전문기업에서 활약하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 글로벌세아의 계열사인 에스앤에이(대표 김기명)의 김정미 전무가 대표적이다. 김 전무는 삼성물산패션부문에서 여성복 사업부장으로 활약하며 ‘구호’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구호와 르베이지 등 여성복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냈던 김 전무는 2016년 휠라코리아에 합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휠라’의 의류사업부 총괄 본부장을 맡아 리뉴얼과 부활이라는 결과를 냈으며 스마트하고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조직을 유연하게 이끌고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열정으로 팀과 팀 사이를 조화롭게 조율하는 데도 탁월하다고 주변인들이 얘기한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1년에는 인디에프로 자리를 옮겨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하이엔드 컨템퍼러리 여성복 ‘존스’, 젠더리스 캐주얼 ‘컴젠’, 스트리트 컬처 캐주얼 ‘티리버럴’을 동시다발적으로 론칭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삼성물산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구호 CD와 작업하던 중 2021년 인디에프의 신규 사업이 계열사인 에스앤에이로 양도되며 현재 이곳의 핵심 리더로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골프웨어 ‘톨비스트’도 맡아 올해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조보영 부사장, 탁월한 기획 & 마케팅 귀재
LF(대표 오규식, 김상균)도 패션 대기업들 가운데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편이며 디자인이나 상품기획 부문 출신들이 사업부장을 겸하면서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승진한 조보영 부사장은 LF 액세서리 부문 사업부장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이 회사의 ‘닥스액세서리’ ‘헤지스액세서리’ ‘질스튜어트액세서리’ 등이 현재 패션 잡화 업계의 마켓셰어 1위를 차지하기까지 리딩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국내 핸드백 디자이너 1세대 디렉터로 주목받은 조 부사장은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성주인터내셔날 ‘MCM’, 로만손 ‘제이에스티나’ 등을 거쳐 2013넌 LF 액세서리 부문 CD(상무)로 합류했다. 다양한 핸드백 브랜드의 기획을 총괄하며 액세서리 부문 매출을 크게 성장시키는 등 기획과 마케팅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백화점 의존도가 높았던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매출을 활성화하고 SNS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각각의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도록 지원했다. 조 부사장은 2015년부터 LF의 액세서리 사업부장을 맡았으며 2018년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22년 부사장에 오르며 LF로서도 이례적인 액세서리 부문장이 부사장에 자리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소프트 리더십’ 윤정희 전무, LF서 활약
LF는 작년 상반기 삼성물산패션부문 출신의 윤정희 전무를 신사캐주얼 부문 총괄로 영입했다. ‘닥스남성’ ‘마에스트로’ 등을 관장하는 윤 전무는 외유내강형 스타일로 꼼꼼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점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에서 여성복사업부장을 맡았던 터라 LF에서 신사캐주얼 부문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현재 사업부 내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전 브랜드의 리뉴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윤 전무는 1996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남성복 로가디스, 란스미어, 지방시 등의 MD로 근무했다. 2010년 르베이지 팀장을 맡으면서 여성복사업부로 이동했으며 2011년 구호 팀장을 거쳐 2015년부터 여성복사업부장으로 활약했다. 상무로 승진한 이후 구호, 르베이지, 구호플러스, 준지 여성복 등을 관장해 왔다.
컨템 마켓 리더 김준희 전무, LF에 합류
2023년 주목되는 또 한 명의 우먼 파워가 있다. 바로 컨템퍼러리 마켓의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김준희 전무다. 그는 15년간 아이디룩에서 ‘마쥬’ ‘산드로’ ‘아페쎄’ ‘마리메꼬’ ‘에센셜’ ‘일레븐티’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아페쎄골프’까지 총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LF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비즈니스 능력까지 겸한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인 김 전무는 아이디룩에서 충분히 실력을 검증받은 터라 다음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LF에서 ‘바네사브루노’ 등 컨템퍼러리 여성복을 맡아 변화를 줄 예정이며, 신규 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여성복, 남성복, 골프웨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 다양한 복종과 다국적 브랜드를 핸들링해왔기 때문에 현재 국내 패션마켓에서 가장 핫하고 경쟁도 치열한 여성 컨템퍼러리 조닝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골프웨어 내 손에! 문희숙 상무 종횡무진
코오롱FnC부문은 한경애 부사장을 비롯해 여성 임원 발탁이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이다. 문희숙 코오롱FnC부문 상무는 골프사업부를 맡아서 ‘잭니클라우스’ ‘왁’ ‘엘로드’ 등 기존 브랜드는 물론 새롭게 론칭한 ‘지포어’까지 대박을 터트리며 골프웨어의 상승기류를 확실히 타고 있다. 중앙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출신인 문 상무는 LF에서 골프사업부 임원으로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2018년 코오롱FnC에 합류해 지포어 론칭을 이끈 주역이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그는 특히 여성 골퍼가 원하는 골프웨어와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비즈니스에 접목해 성과를 제대로 올리고 있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상품부나 영업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과감한 추진력으로 사업본부장으로서 역할도 완벽하게 해낸다는 평이다. 2021년 7월 코오롱FnC에 합류한 이지은 상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남성복 디렉터 출신의 이 상무는 CN사업부의 CD 겸 사업부장을 맡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로맨즈’ 신규 론칭과 45주년을 맞은 신사복 ‘캠브리지멤버스’ 콘셉트 재정비, 여성복 ‘이로’의 리뉴얼까지 동시에 진행하면서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지은ㆍ장정애 상무, 멀티플레이어 강점
중앙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이 상무는 삼성물산(빌트모아), 크레송(워모), 미도(파코라반캐주얼) 등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으며 2008년 LF 닥스 남성복 디자인실장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LF 신사캐주얼 부문 CD로 지목돼 닥스, 헤지스, 마에스트로 등 주요 브랜드를 핸들링하며 남성복 업계에서 손꼽히는 디렉터로 이름을 알렸다. LF 시절 질스튜어트뉴욕과 알레그리의 론칭 당시 디렉터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도 중요한 성장 포인트가 됐다.
코오롱FnC의 W사업부를 책임지는 장정애 상무도 여성복 디렉터 출신 사업부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럭키슈에뜨’ ‘럭키마르셰’ ‘슈콤마보니’를 이끄는 장 상무는 3개 브랜드 모두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면서 젊고 트렌디한 감성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럭키슈에뜨가 론칭 10주년을 맞아 10년간의 아카이브를 기념하는 단독 컬렉션을 개최하면서 다시 한번 이슈몰이를 했으며 골프와 테니스 등 애슬레저 트렌드가 몰려오자 ‘럭키 드 스포츠’를 론칭하는 등 시장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장 상무는 ‘EnC’ ‘나인식스뉴욕’ ‘아이잗바바’ ‘지고트’ 등 여성복 디자이너를 거쳤는데, 당시에도 적중률 높은 상품 기획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감각으로 업계 내에서 유명했다.
류정하 전무, 오프로드 이끄는 올라운더
한편 패션업계에 손꼽히는 1세대 디렉터 류정하 전무는 현재 독립문(대표 김형건)의 신규 브랜드 ‘오프로드’의 기획총괄 겸 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젊고 액티브한 감성의 오프로드는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웃도어의 고정적인 틀 안에서 벗어나 패션과 기능성이 믹스 매치된 컨템퍼러리한 테크웨어를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오프로드 기획 단계부터 론칭까지 진두지휘한 류 전무는 모던한 디자인에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맞춘 신개념 아웃도어로서 차별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환경적인 요소를 강력하게 내세워 스타일 수를 줄이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류 전무의 강점이라면 남성복으로 시작해 여성복, 스포츠캐주얼, 골프웨어 등 다양한 복종에서 디렉터를 맡으며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폴스튜어트, 트루사르디, 맨스타, 인디안, 헤리토리, 지센옴므, 올포유, 캘러웨이골프웨어 등 디자이너와 디렉터로 3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제일모직, 코오롱, 세정 등 굵직한 대기업에서 인정받은 실력파로 오랜 세월 만큼 노하우가 축적돼 현재 기획 전반은 물론 영업과 마케팅까지 관장하는 올라운더로 활약하고 있다. 패션마켓에서의 우먼 파워 열풍은 2023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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