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퍼, 윈터 필수 아이템으로
몰리올리 · 레몬플렛 · 앙크1.5 …
샤넬, 구찌, 버버리 등 글로벌 럭셔리업계에서 ‘퍼-프리’를 선언하고 나서며 페이크퍼가 최고 수혜를 받고 있다. 동물과 자연 친화적인 착한 의미의 ‘에코퍼’로 통칭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어엿한 패션 필수 부자재로 자리잡으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착한 패션으로 관심을 끌었던 페이크퍼가 트렌드를 타고 모피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동물성 원료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에코퍼’로 불리던 페이크퍼는 이제 윤리적 소비의 일환으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예뻐서 팔린다. 겨울 필수 아이템 페이크퍼 마니아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환경과 윤리 의식을 지키려는 비건 패션 트렌드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 비교적 가벼운 무게, 관리의 용이함 등 실용성까지 인정받으면서 진짜를 넘어선 ‘가짜’가 대세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안정감을 주는 부드러운 소재와 편안한 캐주얼웨어가 더욱 각광받으면서 코트보다는 편하고 패딩보다는 멋스러운 페이크퍼 아우터가 트렌드의 정점에 올랐다. 모든 복종에서 앞다퉈 한층 다채로운 페이크퍼 스타일을 제안해 컬러 및 패턴, 기장, 품목 등에 있어 신선한 변주를 보여준다.
리얼 퍼는 베이지와 아이보리 등 따뜻한 느낌의 무채색이 주를 이루지만 페이크퍼는 블루, 그린, 핑크 등 포인트 컬러와 레오파드, 페어아일 같은 독특한 패턴도 재미를 더해준다. 아우터의 경우, 롱, 하프, 쇼트 기장이 두루 구성되고 애슬레틱한 집업부터 칼라(collar)와 아웃포켓이 특징적인 재킷 형태까지 다채로워 체형 ·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또 아우터를 벗어나 베스트, 스웻셔츠, 원피스 등 이너와 가방, 모자, 부츠 등 액세서리에도 페이크퍼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퍼-프리’ 선언. 페이크퍼 전성기
지난 2016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 2017년 ‘구찌’의 퍼프리 선언에 잇따라 글로벌 럭셔리 기업에서 리얼 모피 아웃을 선언하면서 페이크퍼는 전성기를 맞기 시작한다. 2014년 겨울 즈음부터 등장, 이 시기 에코퍼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다수 론칭해 화제성과 수익성 면에서 성과를 얻었다.
콤포(대표 서창우)의 ‘몰리올리’는 지난해 키즈 라인까지 확장하며 페이크퍼 리딩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4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에코퍼를 전문으로 해서 꾸준히 매출 볼륨을 키워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에코퍼 수요가 늘어나면서 몰리올리의 성장 속도에 불이 붙었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 오더도 증가하고 있다.
몰리올리, 인조모피 생산 노하우 전문성 자신
올해는 지난해 반응이 좋았던 키즈 라인을 ‘몰리올리 키즈’ 단일 브랜드로 분리해 전개한다. 성인 상품은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엑시츠’에, 키즈 라인은 ‘분주니어’에 각각 입점하면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또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팝업스토어도 전개한다. 자체 온라인몰을 물론 SSF샵과 W컨셉 등 온라인 부문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몰리올리는 올겨울 한층 가볍고 실용적인 캐주얼 상품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모피 코트 같은 이미지보다는 베이직한 디자인의 셔츠 재킷, 숏 재킷, 뽀글이 코트, 은사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리디아 에코퍼 등을 선보였다. 컬러 또한 스카이블루와 민트 등 파스텔톤을 가미해 패션성을 높였다.
한편 몰리올리는 에코퍼 소재 전문기업 동림이 모기업으로, 소재부터 소싱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해 경쟁력이 있다. 베트남 자가 공장을 통해 생산해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며, 해외 유명 브랜드의 OEM · ODM도 운영하고 있어 글로벌에 홀세일 비즈니스도 전개한다.
신세계백화점 편집숍 엑시츠, 해외 홀세일 수주
서창우 대표는 “몰리올리를 론칭할 당시에는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는 경쟁사가 많았으나 현재는 소수만이 남았다. 마켓 파이는 커진 반면 플레이어가 줄어 수혜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품질대비 가격경쟁력과 디자인 파워도 있어 코로나19 여파에도 해외 바이어들과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았다.
초요주(대표 주초요)에서 전개하는 프랑스 파리 기반 에코퍼 브랜드 ‘레몬플렛’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페이크퍼 대표주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 10월 일본의 대표적인 명품거리 도쿄 오모테산도거리에 정규 매장을 오픈한다.
2017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국내와 동시에 일본 시장을 공략해 주요 상권의 메인 백화점을 중심으로 양국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올해는 일본 마켓에서 전년대비 300% 신장세를 기록하며 첫 리테일 매장을 일본에 오픈하게 됐다.
레몬플렛, 키즈 론칭 등 日 매출 전년대비 3배 ↑
지난 4월 삿포로 다이칸마야에서 진행된 3년만의 컬렉션 전시회를 시작으로 7월에는 ‘레몬플렛키즈’가 오사카 다카시마야백화점의 유아동복 편집숍에 입점했다. 당초 팝업으로 예정됐으나 기간을 연장해 올해 연말까지 이어간다. 또 지난 9월 29일 도쿄 이세탄살롱 롯폰기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2023 F/W 컬렉션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파리의 시크한 무드를 담은 파스텔 컬러의 에코퍼를 주력으로 하는 이 브랜드는 퍼 액세서리 뿐 아니라 여름 시즌을 겨냥한 RTW까지 출시하며 토털화를 진행중이다. 특히 지난 4월 론칭한 레몬플렛키즈는 정교한 자수, 프린트 등 디테일을 더한 톡톡 튀는 색감의 아동복으로 일본에서 먼저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 키즈 액티브웨어까지 선보이고 F/W 시즌을 맞아 ‘모녀룩’으로 연출할 수 있도록 키즈 에코퍼 아이템까지 선보인다.
페이크퍼 전문 김진선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앙크 1.5’는 미국 캘빈클라인 디자이너 출신인 김 대표는 국내에서는 페이크퍼 브랜드 모이몰리에서 활약하다가 독립해 론칭했다. 앙크1.5는 페이크퍼를 메인으로 하면서 천연 소재, 오가닉 소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해 에코 패션으로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하며 겨울시즌에는 주요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페이크퍼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앙크1.5, 페이크퍼 & 비건레더로 업사이클 제안
이번 F/W시즌에는 양모 페이크퍼를 중심으로 한 재킷 뿐 아니라 비건 레더를 사용한 무스탕 등 아우터를 주력으로 한다. 또 환경 보호와 비동물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답게 겨울 시즌 이외에는 업사이클 소재의 리조트룩을 선보인다.
전문 브랜드를 표방했던 ‘래비티’ ‘펀퍼팩토리’ ‘리얼리리얼’ ‘아이토브’ 등 브랜드가 현재는 전개를 중단하거나 새로운 콘셉트로 브랜드 방향성을 전환했다. ‘랭앤루’의 경우 S/S시즌 저지 원피스, F/W시즌 페이크퍼 아우터라는 킬링 아이템으로 시작해 리조트웨어로 확장, 현재는 국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유통사 모피 시즌 팝업 줄어 전문 브랜드 고갈
또 ‘케이미’를 전개하던 이경민 디렉터는 페이크퍼 해외 홀세일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다 현재는 본업인 웨딩 브랜드로 복귀했다. 슈즈 디자이너로 페이크퍼로 의류에 도전한 길영실 디자이너의 ‘길트프리’는 에코퍼로 시작 천연소재로 콘셉트를 확장해 리넨과 캐시미어 등 소재를 중심으로 한 컬렉션을 펼치고 있다.
‘진진아일랜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외출복에 대한 수요가 줄자 라운지웨어로 전향해 현재는 잠옷과 수면 가운 등 실내복 위주의 아이템을 전개하고 있으며 ‘펀퍼팩토리’는 여성복 브랜드에서 통채로 인수해 페이크퍼 제작 노하우를 사갔다.
이처럼 전문 브랜드가 사라진 것은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이한 원재료값이 2배가량 상승한 것과 지난 몇년간 외출복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렇다보니 백화점 등 유통사에서도 시즌마다 진행하던 모피 팝업 행사와 함께 페이크퍼 행사 역시 줄어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 이뿐만 아니라 국내 여성 아우터 시장이 모피, 다운점퍼, 코트로 정형화됨에 따라 페이크퍼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적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 패션비즈 정기구독 Mobile버전 보기
■ 패션비즈 정기구독 PC버전 보기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