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소미 l 디엘컴퍼니 대표
장롱 속 모피 심폐 소생술－보관편

리폼을 원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피가 얼마나 비싼 것이었는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강조하며 성공적인 리폼을 원한다. 하지만 모피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모피 리폼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쉽게도 가격이나 브랜드가 아니다. 모피 리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１년이 됐든 수십 년이 됐든 얼마나 잘 보관됐는지가 관건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많이 입을 수도 많이 볼 수도 없게 돼 리폼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이지만, 이미 갖고 있는 모피들의 리폼에 앞서 모피의 올바른 보관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먼저 모피를 입지 않는 여름철 모피 관리다.

지난겨울 입은 후 깨끗이 손질한 모피는 구입할 때 함께 받은 커버와 옷걸이가 평생 단짝친구다. 철사 옷걸이나 멋내기용 가느다란 옷걸이는 절대 피해야 한다.

판매한 곳에서 함께 준 옷걸이의 어깨 부분에 두꺼운 고무나 천이 붙어 있거나 혹은 가운데에 비해 두꺼울 것이다. 꼭 이 전용 옷걸이에 걸어 어깨 부분이 양쪽 대칭으로 잘 맞게 걸렸는지 확인하고 커버를 씌워 보관해야 한다.

간혹 커버를 씌우면 모질이 눌린다고 걱정하는데, 불빛에 어깨 부분만 탈색이 되거나 소재가 다른 옷들과 눌려서 부분적으로 끊김 현상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커버를 씌워 놓아야 한다. 눌리는 게 정 싫으면 커버의 지퍼를 열어 공간을 넉넉히 주면 된다.

많은 패션 피플들의 장롱 속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피는 절대적으로 눌리는 것에 약하다. 이를 방지하려면 비좁은 옷장 속에서도 그나마 가장 시원하고 손을 덜 탈 수 있는 가장 끝자리를 추천한다.

모피가 여러 벌 있다면 함께 뭉쳐 눌리게 두지 말고 모피의류들을 각 장롱의 양끝에 보관하면 된다. 이때 제습제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장마철에는 다량의 양을 권하지만 물이 집에 들이닥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적정량 또는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죽을 필요 이상으로 건조하게 만들어 추후 리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옷걸이와 커버, 제습제에 관한 주의는 모피뿐 아니라 캐시미어와 울코트 등 다른 겨울 아우터들도 만찬가지다.

둘째, 꺼내 입을 준비를 하는 가을과 메인 시즌인 겨울철 모피 관리다.

모피 보관의 중심은 '추석부터 설날까지'라고 기억하면 된다. 추석 즈음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모피를 꺼내 보는 것이 좋다. 이때부터는 커버도 벗겨 한 번씩 털어주고, 입어 보고, 필요에 따라서는 모피 전문가에게 의뢰해 손질을 받을 것을 권한다. 거액을 지불하는 사설 수선집보다는 본인이 구입한 브랜드나 동종 업체에서 최소한의 빗질이나 먼지 제거 등의 손질만 받으면 된다.

본격적인 겨울철에는 입는 기간이 짦은 만큼 팔을 끼워서 입는 코디와 조금 덜 추운 날의 어깨에 걸치는 우아한 코디 등으로 매일매일 자주 입길 권한다. 한겨울 눈과 비바람을 맞았을 때는 귀가 후 반드시 살살 오랫동안 털어 주어야 한다. 마른 수건으로 꾹꾹 누르듯이 닦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 역시 전문가에게 맡겨도 되지만 옷을 사랑하는 우리 패션피플들의 감각으로 충분히 손질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모피 보관을 다시 시작하는 봄철과 크리닝 등 보관 전 손질법은 다음과 같다.

설날이 지나고 봄을 기다리는 시기가 되면 모피와 다시 이별 할 시간이다. 안감에 오물이 묻지 않았는지, 목 주변에 화장품과 땀이 묻어 모질이 뭉치지 않았는지, 혹은 모피 겉부분에 오물로 인한 오염과 뭉침이 없는지 잘 보아야 한다.

이때 냄새를 동반한 오염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처리하고, 때에 따라서는 클리닝을 추천한다.그 외의 경우는 잘 털고, 충분히 통풍을 시킨 후 장롱 속 제자리를 찾아 주면 된다.겨울을 앞두고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집 장롱 속 귀한 보물인 모피 의류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 PROFILE
학력
- (현) 동덕여자대학교 패션전문대학원 박사과정재학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사

경력
- (현) 디애소미 모피 수석 디자이너
- (현) (사)아시아 시니어모델협회 이사
- (현) 청운대학교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 (현) 항주백부리복식유한공사 수석디자이너
- 2016년 ‘디애소미’ 론칭 •2015년 디엘 컴퍼니 설립
- 2009~2015년 한 · 중 모피디자이너로 활동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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