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매력적인 패셔니스타가 되는 법
얼마 전 25년 지기 친구와 한 의류 매장에 옷을 사러 함께 갔다. 친구와 나는 옷에 대한 취향이 참 다른데 희한하게도 둘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어서 종종 그 매장에 함께 가곤 한다. 선호하는 옷 종류는 달라서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스커트와 원피스 쪽으로 가고 친구는 청바지와 티셔츠 매대로 갔다. 따로-또-같이. 나와 친구의 쇼핑 방법이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어깨선 부분에 독특하게 장식이 들어가 있는 니트 원피스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집어 들었다. 그 사이 친구는 봉제선이 하얀색 실로 굵게 들어간 청바지와 목이 살짝 파진 흰색 셔츠 하나를 피팅룸에서 입고 나왔다. 하이 웨이스트로 허리 부분이 높고 길게 된 바지치고는 다리가 짧아 보였고 어깨 끝부분이 부드럽게 처리가 돼 있어서 어깨가 좁아 보이는 듯한 옷이었다. 나는 ‘체형의 단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옷이네’라고 생각을 하면서 친구가 당.연.히. 옷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정화야, 이 셔츠와 바지 정말 예쁘지 않니? 내 취향 저격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상의, 하의 모두 내 마음에 꼭 드는 걸로 찾았네.” 친구는 그 옷을 바로 샀다. 심지어 같은 디자인에 색상이 다른 걸로 각각 두 벌씩 샀다.
취향이라는 건 참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취향에는 기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의 선택(20년이 넘도록 친하게 지낸 친구의 기호조차도) 앞에서 매번 놀라고 겪을 때마다 신기하다. ‘매력적이다’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익숙하고 흔한 단어가 은근하게 정체가 모호하다. 매력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척도라는 게 없다 보니 ‘매력적인 패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패셔니스타 되는 법’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패션에 대한 잣대는 과거 어느 시점에 ‘오, 저 스타일은 참 멋지다’라고 느낀 옷차림, 주위 사람들이 ‘매력적이다, 멋지다’라고 호감을 드러낸 패션, 유명 연예인이 선호하는 트렌드의 영향, 혹은 그냥 무턱대고 내 취향, 이 4가지로 대략 분류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위 사람들이 호감을 드러낸 패션’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다른 사람들이 멋지다고 평가하는 것’이 내 기준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거울에 비친 내 차림새를 보면서 ‘아이고, 정말 매력적인데. 딱 내 스타일이야’라는 생각보다 여기저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더 눈에 빨리 들어오는 건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기준에 따라 ‘누군가’와 비교하게 돼서 그런 건 아닐까? 더 매력적이고 싶어 하는 욕망의 기준에 실은 내 취향과는 조금 다른, 타인의 잣대나 타인의 시선이 끼게 돼 ‘조금 더’라는 갈증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지난 20여 년간 내 옷 입는 스타일은 크게 변함이 없다. 나의 기호는 대체로 일관성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10여 개의 나라에서 지내면서 나는, 어느 곳에서는 옷을 아주 매력적으로 잘 입는 사람이 돼 있기도 하고 또 어느 곳에서는 평범한 스타일로 분류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이 옷 어디서 샀어요? 신발이 아주 멋지네요. 이런 모자는 어디서 사시는 걸까요?’를 물어보거나 ‘스타일이 아주 좋으시네요’를 자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는 옷을 잘 입는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옷차림은 수십 년 동안 변함이 없음에도 나는 매력적인 패셔니스타가 됐다가 안 됐다가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기준은 내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취향이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패셔니스타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겠다. 매력의 기준이 온전히 내 취향이 되면 되니까. 내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차림을 매력적이라 여기는지 생각해보고 내 취향대로 옷을 신경 써서 입으면, 나는 매력적인 패셔니스타다. 아이고, 참 쉽고 간단하다.
■ profile
•현 Mahon Korea 대표
•현 Golden Egg Enterprise 대표
•동원그룹, LG전자, 한솔섬유 근무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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