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진ㅣ넬슨스포츠 대표
‘고객제일주의’ 25년 승부, 하이엔드 이끈 만능 플레이어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2.07.04 ∙ 조회수 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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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진ㅣ넬슨스포츠 대표<br> ‘고객제일주의’ 25년 승부, 하이엔드 이끈 만능 플레이어 3-Image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고객이 가진 직관의 무서움을 알아야 해요. 고객의 눈은 정말 정확합니다. ‘매의 눈’ ‘3초법칙’이라고 하잖아요.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지식의 여부는 상관이 없어요. 고객은 논리로 아는 게 아니라 직관으로 선택하거든요. 지속적으로 고객 눈에 들 만한 진정성 있는 상품을 선보여야 하고, 무엇보다 요즘 시대에는 기업인으로서 떳떳해야 합니다.”

‘아크테릭스’는 현재 아웃도어 마니아는 물론 새롭게 유입된 2030세대와 5060세대까지 사로잡으며 복종을 뛰어넘는 핫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평균 40% 이상 신장하며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성장세와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 정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아웃도어 마켓에 주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기적 이점이나 가파른 성장세가 아닌 ‘고객’이다.

“2011~2014년 사이 아웃도어 붐이 일어, 아웃도어 상품을 내놓기만 하면 다 팔린다고 하던 때를 기억하시죠. 그때 오죽하면 ‘상표 떼면 어느 브랜드 상품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색깔 없이 다 같이 잘 팔리는 상품에 쏠리고, 유행에 휩쓸리면서 단박에 떠올랐다가 다 같이 침체됐어요. 그때 브랜드들도 깨달았을 거예요. ‘관성적 비즈니스는 고객에게 들킨다’라는 것을요.”

‘아크테릭스’ 지난 3년간 연평균 40% 신장

그는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진정성에서 우러난 아이덴티티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수입이든 내셔널이든 브랜드 특유의 차별점이나 색깔, 독특함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 아웃도어 업계 ‘마이너’라고 지칭하고 높은 성장률도 의외의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가장 잘하는 것을 '진정성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아크테릭스는 론칭 이후 역신장 경험은 없지만 성장이 둔화되며 지난한 시절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 답답했죠. ‘우리는 이게 다인가. 내려갈 일만 남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때 본사에서 브랜드 특유의 무드를 잃지 않고 계속 뛰어난 상품과 디자인, 디테일을 강화해 보내줬어요. 또 직원들이 내놓은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을 했고요. 그때, 딱, 때마침 고객들이 반응을 해주더라고요.”

최근 들어 아크테릭스 온라인 단독몰을 내고, 베일런스 여성 라인과 시스템A 라인을 추가하고 ‘더기어샵’을 테스트하는 등 적극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이유도 모두 고객이 달라진 데에 기인한 것이다. 정 대표가 고객의 힘을 새롭게 인지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아크테릭스 강남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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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플래그십 오픈 전 · 후 ‘고객이 달라졌다’

사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 상권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것은 전적으로 ‘넬슨스포츠 젊은 피’들의 의견이었다. 정해빈 상무를 위시해 젊은 직원들은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계속 산으로만 들어갈 게 아니다. 패션 스트리트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상권 임차료나 많은 투자금을 생각했을 때 정 대표 스스로는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강남 플래그십스토어가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매출은 타 매장들과 비슷한데,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놀라운 수준으로 젊은 고객이 아크테릭스에 갖고 있는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압구정 매장 이전과 이후, 우리가 생각하는 아크테릭스의 고객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단순하게 젊은 층의 소비자가 유입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넬슨스포츠는 아크테릭스를 ‘목적성 아웃도어웨어’로 인식하고 전개했는데, 매장에 유입되는 소비자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구매 목적이 있고 그것이 넬슨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구매 성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압구정 매장 오픈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 체계와 전개 방식을 바꾸는 아주 큰 사건이었다.

‘브랜딩에 필수’ 오프라인 단독점 확장 중

실제로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이후 백화점 업계에서도 콜이 몰려들었다. “강남 플래그십스토어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기존 전개 매장과 달리 브랜드 표현의 공간, 레인룸과 베일런스 코너 등 차별화된 포인트가 많은데요. 이를 통해 아크테릭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매장 하나만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점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어요. 다른 매장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찾아가기 시작했거든요.”

젊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자 자연스럽게 여성 소비층의 비중도 높아졌다. 아크테릭스는 남성 상품이 강한 편인데 ‘베일런스’의 여성 라인을 처음 선보인 후 아크테릭스 내 여성 판매 비중도 차츰 올라갔다. 핏과 컬러가 국내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앞으로도 판매율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한다. 비중은 남성과 여성 65:35를 유지하겠지만, 판매 절대액이 커지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유통 전개 형태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게 됐다. 앞서 말한 아크테릭스 단독몰 오픈과 자체 편집숍 더기어샵의 확대 운영이다. “기존에 ‘넬슨스포츠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자사에서 전개 중인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했는데, 그중에서 아크테릭스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종합 자사몰에서 개별 브랜딩을 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독립을 시켰고,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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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단독몰 성과 굿… 온라인 비중 20%

그는 “아크테릭스 단독몰 이후 매출도 매출이지만 브랜드 빌딩이 효과적으로 잘 이뤄진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온라인 전문 회사가 아니다 보니 이를 위해 전문 직원들도 보강을 많이 했죠. 물론 아직은 오프라인이 막강합니다. 온라인 단독몰 매출 비중은 20% 정도인데, 상당히 효율이 좋은 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넬슨스포츠 온라인스토어를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옮긴 듯한 더기어샵은 아직 실험단계임에도 아웃도어 전문 편집숍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아크테릭스 매출은 그대로 나면서 그 외 다른 브랜드들의 활성화에 도움이 톡톡히 되고 있고, 특히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등 오프라인 입점처는 소비자들의 흥미를 끄는 공간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앞으로는 넬슨스포츠 온라인스토어의 이름도 더기어샵으로 전환하고 O2O 비즈니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일부 아크테릭스 단독점을 더기어샵으로 바꿔 전개하고 있는데, 복층이면서 면적이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보여주고 인큐베이팅하는 곳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좋은 사례로 더기어샵 북한산성점이 있다.

편집숍 ‘더기어샵’, 온 · 오프 통합 O2O로 전환

정 대표는 “브랜드 스토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도 직접 운영하기 전에는 전문점 형태 등산 매장이나 쇼핑몰 같은 곳이 주 거래처였는데요. 아무래도 거래처는 한 브랜드의 전 상품을 다 매입하는 게 아니라서 브랜드의 진면목을 보여주긴 어렵거든요. 확실히 단일 브랜드 스토어로 한데 모아서 보여줘야 브랜드의 흐름과 기조를 전달하고 상승 효과를 확실히 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 상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중국 상하이 봉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6월 중순 현재까지도 S/S 상품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품만 제대로 공급했다면, 지난해 못지않은 성장세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거래처와 대리점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타 생산지에서 생산한 상품도 상하이에 모아 한 번에 운송하는데 그곳이 봉쇄되면서 의욕적으로 잡은 올해 매출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겼어요. 다행히 본사에서 유럽이나 미국 상품 일부를 보내줬지만 많이 부족했습니다. 공급이 부족함에도 여전히 브랜드에 성원을 보내주시는 고객이 있어서 감사하고, 파트너사에 죄송한 마음이 커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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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하이 봉쇄로 상반기 물류 직격탄 맞아

“직접 느끼기에도 이번 시즌 동종 업계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수한 상품을 풀면 곧바로 매진되고 매출에서도 바로 드러날 정도로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7월 중순경 물건이 다 들어오고 나면 하반기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해요. 한편으로는 판매율이 높아,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가벼운 몸집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1년 국내 도입 후 20년이 넘는 동안 아웃도어 시장의 굴곡진 시간 속에서 꾸준히 ‘최고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본사와 한국 전개사 간의 이해와 협업에 있다고 본다. 본사는 파트너사의 전개 방침을 존중하며 돕고, 전개사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고 온전히 그 철학에 따라 로컬라이징하는 방식이다.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크테릭스는 시작부터 상당히 ‘미니멀하고 솔리드한’ 브랜드였습니다. 늘 하나라도 덜어낼 것이 없나를 생각하는 브랜드죠. 이들의 회의 과정에 들어가 보면 놀랍게도 ‘경쟁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온전히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만 집중을 하고, 그것이 곧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죠. 저희는 인위적으로 부풀리지 않았고, 우리 고객들은 그 고집스러운 점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반기 목표 달성 가능, 올해 700억 도달

서로의 특성과 성향을 이해하고 진행해서일까. 아크테릭스 본사에서도 이렇게 긴 시간 거래를 이어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넬슨스포츠가 유일하다. 직접 직진출하거나 다른 파트너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아크테릭스 전개사 교체에 대한 루머가 떠돌고,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하는 동안은 내 브랜드다’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성장률은 예상 밖의 일로 상당히 이례적이었어요. 약 3년 동안 브랜드 인지도가 급속하게 올라갔거든요. 보통 코로나 효과라고 하지만 그것은 우연일 뿐이고, 그와 별개로 저는 ‘브랜드가 때를 만났다’라고 생각합니다. ‘넬슨의 영웅들’이라 불리는 젊은 직원들만의 방식과 영업 및 마케팅 전략, 압구정 매장 오픈 등이 때를 잘 만나 성과를 냈다고 봐요.”

“저희는 앞으로도 고객의 직관력을 무섭게 생각하면서 그들 앞에 떳떳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 친화적인 경영으로 대대적인 ‘그린워싱(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동)’을 하기보다 지불할 수 있는 비용 선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방식으로요. 저희 넬슨스포츠와 아크테릭스를 사랑해주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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