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ㅣ서양네트웍스 대표
숫자 + 트렌드 역량 갖춘 전문 경영인
지난해 박연 대표가 부임하고 서양네트웍스는 2159억 매출, 124억 영업이익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30년의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유아동복 전문 기업과 투자회사 & 대기업 출신 박 대표의 합(合)은 눈에 보이는 지표뿐 아니라 사무실 라운지에서의 격의 없는 소통, 내부 테라스 텃밭에서 직원들이 키우는 작물처럼 한층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서양네트웍스 신임 CEO로 보낸 지난 1년간의 시간보다 지금 하는 사진 촬영이 더 힘들다”라며 웃음 짓는 박연 대표. 지난 3월 대표직을 맡으며 이제 막 1년여가 지났지만 박 대표로 말미암은 긍정적 변화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7월, 20년 이상 사용하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양빌딩을 떠나 새로운 사무실에 둥지를 틀며 생긴 직원 휴게 공간 라운지, 임직원 단체 보험가입, 이벤트데이 등을 기획한 것 모두가 그의 아이디어다.
박 대표는 회사 전체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가감 없는 의견을 수렴해 가며 유연한 조직 문화를 안착하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됐지만 임직원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은 재택근무의 날로 지정하고 매월 마지막 주는 4.5일 근무로 금요일 오전 근무 후 퇴근, 앞뒤로 휴일이 있는 샌드위치데이엔 전체 휴무를 시행하는 등 ‘워라밸’을 획기적으로 향상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이 회사의 30여년 업력 동안 처음으로 2000억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며 조직 내 의욕과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진 현시점에 유아동복 전문 기업의 수장으로 박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은 심플하다. 온 · 오프라인 채널의 균형 성장이라는 이제는 진부할 수도 있는 전략을 내세우지만 철저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서양네트웍스에 시사하는 바는 기업 체질 개선 그 이상이다.
하반기 온라인면세점 입점, 면세 BIZ 재도전
대표 브랜드인 ‘블루독’ ‘밍크뮤’는 상품력 강화와 고급화를 키로 내세워 유아동복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 자리를 수성한다.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키즈웨어 수요가 급증한 데 따라 블루독은 프리미엄 라인으로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한 상품과 패키지를 선보여 환경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전달한다.
‘블루독베이비’와 밍크뮤는 국내 영유아복 마켓의 대표 주자로서 몇 안 되는 백화점 유아 조닝을 지키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10개 이상 경쟁을 하던 내셔널 브랜드가 이젠 자사 브랜드 2개를 포함해 5개 정도만 남았다. 수입 브랜드와 경쟁할 정도의 브랜드력과 상품력이 아니면 백화점 영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는 올 하반기 온라인면세점을 시작으로 면세 비즈니스에도 재도전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밍크뮤는 지난달 프리미엄 실크 라인 ‘샤를 뮤’를 출시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배냇저고리 한 벌에 33만원이지만 100% 실크로 제작해 아기의 첫 번째 옷을 간직해 기념하려는 부모들에게 워너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롯데호텔제주와 협업해 예비 부모에게 선물한 이 아이템은 큰 호응을 얻으며 ‘베이비문×밍크뮤’ 패키지를 구성했다. 의류뿐 아니라 카시트 ‘싸이벡스(cybex)’, 프랑스 젖병 ‘엘리(Elhee)’ 등 수입 용품 비중도 대폭 늘린다.
윙켄 · 일구포, 인큐베이팅 완료 모노숍 가동
이 회사가 지향하는 프리미엄의 끝판왕 키즈 편집숍 ‘리틀그라운드’는 올 S/S시즌 전년대비 30% 광폭 성장이 예상될 만큼 고급화 트렌드의 수혜를 보고 있다. 국내외 하이엔드 감성 브랜드를 큐레이팅하며 ‘보보쇼즈’ ‘스텔라맥카트니’ ‘벨레로즈’ 등을 주력으로 내세운다.
이외에도 ‘마르니’ ‘N21’ 등 고가 브랜드 아이템도 바잉하며 론칭 10년 차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리틀그라운드 내 인큐베이팅 작업을 마치고 4개의 단독숍을 운영하는 보보쇼즈에 이어 하반기에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럭셔리 키즈웨어 ‘윙켄(WYNKEN)’과 ‘일구포(IL GUFO)’의 독점 전개권을 확보해 모노스토어를 오픈한다.
이후에도 리틀그라운드와 함께해 온 해외 브랜드의 단독 매장으로 유통 채널과 매출 측면에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수입 브랜드를 적극 유치해 해외 브랜드 비중을 늘리고 매장마다 차별화된 MD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미엄뿐 아니라 중저가 포지셔닝도 폭넓게 커버하기 위해 ‘래핑차일드’에서는 합리적 가격대의 상품을 제안한다.
당초 유아동 SPA로 야심 차게 론칭했으나 대량 생산과 규정 생산을 탈피해 서양네트웍스의 기업 문화를 담은 가심비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한다. 비대면 시대에 활동성이 높은 키즈를 타깃으로 한 애슬레저 라인 ‘플레이지(PLAY-Z)’는 자사몰과 대표 매장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또 올해 옥수수 원사의 소로나 소재 아우터를 출시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
자사몰 → 패밀리 & 라이프 플랫폼 ‘룩스루’
자사몰인 ‘서양몰(THE SYMALL)’은 이달 11일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룩스루(looxloo)’로 탈바꿈한다. 유아동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를 아우르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 룩스루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의 ‘look through’와 동일한 발음이기도 하고 영문 표기가 ‘100x100’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1만가지의 취향을 충족하는 상품과 콘텐츠라는 의미를 더했다.
룩스루를 중심으로 E-Biz를 한층 강화해 10%가 조금 넘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3년 이내에 30~40%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E-biz는 결국 IT와 물류의 결합체다. 재탄생하는 룩스루를 구현하기 위해 해당 사업 본부 조직 충원에도 공을 들였다.나도 미국계 금융회사와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인재 영입에서 패션과 유아동 출신만을 고집하지 않고 문호를 활짝 열었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그는 “유아동복 마켓의 미래와 경제 흐름을 볼 때 중국 시장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기엔 리스크가 매우 큰 독특한 시장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 일부 아이템의 상품기획 리드 타임을 줄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블루독과 블루독베이비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티몰’에 입점해 있으며 중국 온라인 채널인 샤오훙슈와 위챗 등에서 홍보하고 있다.
금융맨 출신 박 대표 효율 경영, 재고 30% 덜어
패션 전문 기업 경우 기업 가치가 점점 높아지면 카테고리의 전문성에서 벗어나 수익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네트웍스는 금융과 패션, 버티컬커머스를 총괄한 경력의 박 대표를 통해 유아동 패션이라는 전문성에 유연함을 더해 비즈니스 확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재고를 전년대비 30% 가까이 덜어내며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고 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증권 사업에서 기업이 창출한 숫자를 판단하던 노하우와 패션업에서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실행하던 경험 덕분에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서양네트웍스의 미래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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