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OTB코리아 설립, SI 컨템 포폴 변화 예고
글로벌 OTB그룹(CEO 렌조 로쏘)이 OTB코리아(대표 윌리엄윤)를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국내 패션 마켓의 장악력이 명품뿐 아니라 컨템퍼러리까지 확장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의 컨템퍼러리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해외 패션을 수입·전개해 오던 국내 패션 업체들에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상황'처럼 되면서 진입 장벽을 더욱 두텁게 만들기도 한다.
OTB코리아는 지난해 11월5일자로 법인을 설립하고 윌리엄윤 지사장을 필두로 조직을 세팅했다. 이 회사는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기존에 산하 브랜드를 전개하던 국내 기업들과의 사업 조정을 마무리 짓고, F/W 시즌부터 본격적인 전개에 돌입한다.
윌리엄윤 지사장은 구찌코리아, 발렌티노코리아 지사장을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OTB그룹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지난 2012년 구찌의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하고, 발렌티노에 부임해서는 2017년 전년대비 매출을 40% 가까이 끌어올릴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윌리엄윤 지사장 필두 조직 세팅, F/W 본격 영업 스타트
재미교포 2세로 CI컨설팅 전문가인 그는 글로벌 구찌그룹에서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알렉산더맥퀸' '발렌시아가' 등 브랜드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번 OTB그룹도 프리미엄진 디젤부터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마르니 등과 하이엔드 스트리트 '아미리'까지 정체성 강한 산하 브랜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OTB그룹이 OTB코리아를 설립한데는 한국 내 메종마르지엘라가 최근 몇 년간 신명품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MZ세대를 대상으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일으킨 것과 함께 오는 2024년을 목표로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번 OTB그룹의 국내 직진출로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이길한, 이하 SI)은 OTB 산하 '디젤' '메종마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를 한꺼번에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이번 S/S 시즌까지는 기존 전개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지난해 급작스럽게 결정된 OTB그룹의 직진출 선언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질샌더의 경우 지난해 F/W시즌 지현통상에 이어 DT권을 확보한 터다.
디젤~질샌더, OTB-SI 20년 파트너십 논의중?
일각에서는 기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에 운영하는 백화점 스토어는 당분간 그대로 운영하면서 OTB코리아가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미입점 핵심 점포에 신규 매장을 오픈해 공존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양측은 모두 "논의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수입업계에 정통한 외부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OTB코리아 산하 5개 브랜드 중 4개(디젤, 메종마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의 판권으로 국내 사업 기반을 잘 다져놨고 이미 함께한지 20여년에 가까운 만큼 매장과 재고 모두 원만하게 이양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 이미 60여개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3~4개의 신규 브랜드가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매출 중 네 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I, 컨템 포트폴리오 '전통·골프·신명품' KEY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 리빙, 온라인 영역이 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수입 패션 부문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21.5% 성장했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먼저 신세계백화점 시절부터 함께한 '아르마니'를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르마니익스체인지'로 직접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또 다른 효자 브랜드로는 스웨던 프리미엄 골프웨어 '제이린드버그'가 꼽힌다. 단일 골프웨어로 600억대(추정치)를 기록하는 이 브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골프웨어로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라이선스 브랜드의 도입도 검토중이다.
MZ세대를 주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명품 시장을 겨냥해서는 '아크네스튜디오' '셀린느' '끌로에' '알렉산더왕' 등이 빈틈을 메꿀 예정이다. 특히 아크네스튜디오는 해외 패션 평균 성장율인 20%를 훨씬 웃도는 30%대를 기록할 정도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셀린느와 끌로에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꾸준히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패션비즈=정효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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