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지~ 시스템옴므
실용성+가성비 잡은 남성 컨템 스타(★)
전 세계적으로 신사복이 몰락하면서 반대 급부로 남성 컨템퍼러리 마켓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 · 신세계 · 롯데백화점 3사 기준으로 신사복(셔츠, 타이 포함)의 2020년 매출을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2~13%로 떨어진 반면 컨템퍼러리는 최대 20% 이상 오른 지점도 있다. 컨템 브랜드는 스트리트 캐주얼처럼 착용감이 편하면서 그대로 입고 나가도 갖춰 입은 느낌을 줘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가벼운 미팅을 하러 나갈 때 입기 편하다.
특히 내셔널 컨템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다. 사실 과거에는 수입 컨템퍼러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준지’ ‘시스템옴므’ ‘솔리드옴므’ 등 내셔널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상품력과 디자인에 사이즈도 한국 남성 체형에 맞게 나와서 굳이 맞춤을 하지 않아도 바지 기장이나 어깨 너비가 넉넉하게 빠진다. 가격대도 수입 컨템보다 합리적이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남성복 컨템 조닝의 터줏대감인 수입 브랜드의 성장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미’ ‘띠어리’ ’산드로옴므’ ‘스톤아일랜드’ 등 메이저 남성 컨템 브랜드는 2020년 매출 신장률이 2019년 대비 20~60%까지 올랐다. 컨템 마켓이 상한가를 치면서 정통 정장 브랜드도 캐주얼 라인을 점차 확장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갤럭시’는 캐주얼 라인을 전체 상품의 70%까지 늘렸고, ‘슈트서플라이’는 정장 라인과 더불어 캐주얼 조닝을 따로 구성했다.
준지, 지난해 매출 21% 성장, 올해 40% 도약
삼성물산패션(부문장 이준서)의 준지는 최근 유통 바이어들에게 ‘효자 브랜드’로 불리는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21% 이상 늘었다. 파격적으로 무신사에 입점해 MZ세대 남성 고객과 소통에 나섰다.
준지는 어떤 남성복보다 기본에 충실한 의류로, 클래식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성장한 브랜드다. 트렌드에 맞춰 옷을 만들기보다는 클래식 철학을 바탕으로 캐주얼한 테일러링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는 필요에 의해 갑자기 만든 옷들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꽉 담아 만들어서 스테디셀러가 많다.
2014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마니아층을 견고하게 확보하고 있다. 처음에는 포멀 룩 위주로 입었던 남성들이 ‘보기엔 멋지지만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시도하지 않다가 막상 입었을 때 몸에 착 감기는 테일러링을 한번 맛보고는 준지의 매력에 빠져든다고.
브랜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도 믿고 구매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실제로 스테디셀러인 엠이에원 재킷은 온라인에 올리면 무조건 품절이다. 이 아이템도 스테디셀러인데 시즌마다 꾸준히 판매가 잘 된 상품 중 하나다.
컨템 캐주얼 대표 주자… MZ세대와 소통 강화
준지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정도’를 걸으면서 컨템퍼러리 캐주얼을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남성복이다. 특히 직장인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지만 최근 무신사 등 대중적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20대 소비자의 유입을 어느 정도 이끌었다는 평이다. MZ세대들에게도 준지를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좋은 기회가 됐다고.
이 브랜드가 시즌마다 밀고 있는 엠에이원(MA1) 재킷이나 울 카고팬츠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데 각각 여섯 시즌과 아홉 시즌 연속해서 컬렉션에 상품이 추가되면서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이들 상품이 매출을 잡아주면서 올해 1월에는 42% 신장 마감했으며 2021년 40% 성장을 자신한다.
준지 담당자는 “코로나19 이슈가 아니어도 준지는 꾸준히 실용성과 디자인의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브랜드라 고객층이 탄탄하게 성장했다”라며 “트렌드에 휩쓸려 단기간에 유행할 만한 상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스테디셀러로 키울 수 있는 상품군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시스템옴므, 재택근무 이슈 등 이너웨어 인기
한섬(대표 김민덕)의 대표 남성복 시스템옴므와 솔리드(대표 우영미)의 솔리드옴므는 이제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내셔널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대표 남성복 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스템옴므는 지난해 코로나19 이슈가 터지면서 오히려 상반기와 하반기 매출이 급증했다. 원래 캐시미어 코트나 점퍼 등 아우터 제품이 인기가 좋았는데, 작년에는 니트와 셔츠 그리고 맨투맨 상품의 판매율이 2019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인기가수 BTS와 협업한 컬렉션도 판매율이 좋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남성들이 화상회의를 하면서 상의를 챙겨입을 때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니트나 셔츠 상품군을 이곳에서 많이 찾은 것이다. 예상 외의 반응으로 이 브랜드는 니트와 셔츠 등 이너웨어 라인의 상품 스타일 수를 작년보다 올해 소폭 늘렸다.
사실 시스템옴므는 상의 혹은 셋업물로 유명했지만 지난해는 면 바지와 청바지 상품군도 재미를 봤다. 특히 진 라인은 스타일 수를 늘렸다. 먼 곳으로 여행은 못 가지만 원마일웨어처럼 입을 수 있는 라인들이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티셔츠, 리넨 셔츠 등 캐주얼 스타일 2배 확장
다가오는 여름에는 티셔츠와 리넨 셔츠에 그래픽을 가미한 위트 있는 상품 디자인 수만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외에도 스트링 팬츠나 진 라인, 맨투맨 등 캐주얼웨어와 함께 간절기 아우터와 셋업물도 일부 선보인다.
브랜드 관계자는 “사실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남성들이 가지고 있던 슈트에 겹쳐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은 꾸준히 잘 팔리는 부분”이라며 “활용도 좋은 컨템퍼러리 상품군에 대한 수요가 점차 많아지면서 앞으로 시스템옴므의 정체성도 이쪽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같은 회사에서 전개하는 타임옴므는 지난해 테일러링에 힘을 조금 덜어내고 클래식과 캐주얼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는 셋업물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캐주얼 아이템을 확장하는데 재킷 · 셔츠 · 니트 등 데일리 캐주얼 라인을 50%로 가져가고, ‘더젠틀’ 등 정장 라인은 15% 내외로 줄인다.
솔리드옴므, 백 로고 티셔츠 ~ 오버핏 슈트 히트
우영미 디자이너가 론칭한 솔리드옴므는 마니아가 많은 남성 컨템퍼러리 브랜드다. 현대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브랜드인데, 다른 내셔널 브랜드보다 디자인이 가미된 느낌이라 한번 브랜드에 유입되면 고정 고객이 꾸준히 유지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솔리드옴므는 최근 티셔츠, 후드, 맨투맨 등 캐주얼 라인을 대폭 확장하면서 히트 아이템을 생산했다. 특히 지난해 S/S 시즌부터 인기가 좋은 백로고 티셔츠는 수차례 리오더에 들어갈 정도. 이 아이템의 반응이 워낙 좋아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상품인 후드와 맨투맨까지 라인을 확장했다.
원래도 넉넉한 사이즈의 트렌디한 핏을 추구했지만 최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라인을 보면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넣은 슈트나 과감한 디자인의 코트 등 다채로운 아이템이 눈에 띈다. 같은 셋업 슈트여도 입었을 때 활동성이 편하도록 라인을 넉넉하게 잡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렸다.
아미, 200% 성장… 화상회의 ‘필수템’ 니트 완판
사실 국내 남성 컨템퍼러리 마켓이 형성된 초창기에는 해외 브랜드의 역할이 상당했다. 지금도 컨템 마켓의 톱 브랜드 자리를 지키는 띠어리 · DKNY · APC 등 주요 브랜드부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아미·메종키츠네·산드로옴므는 백화점 내 매출 톱 브랜드로 꼽힌다.
‘아미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아미는 하트 로고 하나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브랜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만 2019년 대비 200% 매출 성장을 이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남성복과 여성복부터 액세서리까지 토털숍을 구성해 국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이 브랜드가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캐주얼 라인이 90%를 이루고 있고, 특히 시그니처 니트 라인이 단단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띠어리옴므, 조거 팬츠 등 라운지웨어 매진 행진
현대백화점 판교점 남성 패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아미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브랜드 중 하나”라며 “평소에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고 포멀하게도 믹스매치가 가능한 디자인들이 많아서 3040세대 구매력이 있는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라고 전했다. 이 브랜드는 삼성물산패션과 손잡은 후 매출이 25% 이상 늘었다.
해외 남성 컨템 브랜드 대표 주자 ‘띠어리’는 론칭 후 ‘럭스 라운지’라는 원마일웨어를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집 앞에 잠깐 외출하는 남성의 라이프패턴에 맞춘 것이다. 로브, 후드, 스웨터, 조거팬츠, 와이드팬츠 등 상품 수만 32개 이상이다.
특히 팬츠류 외 대부분의 상품은 스트레치 소재를 가미해 신축성을 넣은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오랜 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해 만든 상품이며 조거팬츠는 완판 후 리오더에 들어갈 정도로 팬츠류는 인기가 좋다.
한편 이 브랜드는 오프라인 유통으로 채널을 운영했는데 최근 온라인 사업도 대폭 확대했다. 국내에 공식 몰을 오픈하고 온라인 패션 편집몰 무신사에 입점해 밀레니얼 남성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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