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무신사스탠다드
토종 SPA 4, 유니클로 대항마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지난 2019년 2조7700억을 기록하며 최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소폭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는 한때 1조3000억까지 매출 볼륨을 차지하던 ‘유니클로’의 부진이 가장 크다. 이 틈을 10여년 역사를 가진 토종 SPA 브랜드들이 파고들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SPA 마켓이 형성된 지 어느덧 10여년이 지났다. ‘유니클로’를 필두로 ‘자라’ ‘포에버21’ 등이 앞다퉈 국내 진출을 하던 지난 2009년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에서 야심 차게 론칭한 ‘스파오(SPAO)’를 시작으로 지난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대표 이준서)에서 ‘에잇세컨즈’를, 같은 해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에서 ‘탑텐’을 론칭했다.
이후 수많은 내셔널 브랜드가 SPA로 전환하며 이 대열에 합류하려 했으나 타고난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하고 암암리에 사라져 갔다. 이후 온라인 패션마켓이 주류를 이루며 온라인 유통 공룡 무신사(대표 강정구, 한문일)에서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무신사스탠다드’가 앞선 이들의 대열에 합류해 토종 SPA 브랜드의 4강 체제가 구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패션계의 금수저’라는 점이다. 사실 SPA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라는 DNA 자체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생산부터 소매와 유통까지 한 업체가 모두 운영해야 하기에 대기업이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는 기업은 시스템을 이끌어 가기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탑텐, 내년 6000억대 외형으로 유니클로 앞서
탑텐은 명실상부 국내 SPA 절대강자임을 입증하며 론칭 10년 차를 맞은 올해 키즈를 포함해 6000억대로 외형을 확장한다. 지난 2019년 처음 스파오(SPAO)를 제치고 국내 SPA 브랜드 중 가장 높은 3340억을 기록한 이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 4300억으로 전년대비 28%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올해는 430여개 매장 확장에 6000억으로 과감하게 목표를 설정했다.
이런 자신감은 탑텐키즈의 성장에 탄력을 받았기 때문. 이 브랜드는 지난해 연 115개의 신규 매장 가운데 키즈 매장이 69개로 일반 매장보다 확장세가 빠르다. 이 중 유니클로가 철수한 롯데마트 영통점 · 구리점 · 전북 군산점, 홈플러스 작전점 · 경남 가야점 · 경기 금천점 등 매장에 신규 입성하며 유니클로 하향세의 반사이익을 직접적으로 보고 있다.
탑텐은 유니클로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내의와 플리스 등 아이템에 집중해 국내 브랜드라는 히스토리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웠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 등을 모두 도맡아 실제로 같은 품목의 아이템을 유니클로에 비해 1만~2만원가량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또 아이템에 제한을 두지 않고 1+1을 진행하는 ‘텐텐데이’ 등으로 상품 회전을 높였다.
기능성 내의 · 플리스 등 유니클로 대체품 집중
여름용 기능성 내의 ‘쿨에어’의 판매액은 전년대비 10배가 늘었고, 겨울용 발열 내의 ‘온에어’ 역시 F/W 시즌에 들어서며 전년대비 50%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에어는 지난해 9월 초도물량 310만장을 발주한 가운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연말 50만장을 리오더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온에어 판매량은 전년대비 2배 성장했다.
탑텐키즈 역시 발열 내의 온에어 컬렉션과 같은 기능성 내의와 트레이닝 세트 등의 실용성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온라인 수업과 외출 감소로 기능성 내의에 집중한 탑텐키즈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신학기, 소풍, 어린이날 등 학사일정과 구매 목적이 뚜렷한 아이템이 많은 경쟁 브랜드와 달리 편안한 착용감 중심의 상의와 트레이닝 팬츠 등 라운지웨어와 홈웨어 상품의 확대가 아이들의 실내 활동이 많았던 올해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것.
온 · 오프 투트랙 전략, 자사몰 80% 신장세
이와 함께 오프라인 위기 속에서도 유통을 더욱 확대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스타필드 시티 위례점 등 신규 오픈한 쇼핑몰을 중심으로 기존 132㎡(약 40평)의 매장 규모를 최대 298㎡(약 90평)대의 대형 매장으로 꾸렸다. 기존에 교외형 매장으록 국한됐던 대형·멀티 매장을 확장하면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온라인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누적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0% 성장했다. 이에 따라 UI(사용자 환경)·UX(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온라인몰을 개선했다. 탑텐·탑텐키즈 공식 SNS와 온라인스토어의 연계로 인한 소비자 유입도 증가하고 있다. 또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라 홈쇼핑 & 네이버 라이브 쇼핑 등의 채널로 새롭게 진출했다.
강석균 탑텐 사업부문장 상무는 “주거 밀집 상권 분석을 통해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탑텐 매장 중심으로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스파오, 자사몰 개편 후 매출 전년비 70% 증가
스파오는 2019년 말 91개에서 현재 120여개로 매장을 늘렸다. 스파오는 그간 아이돌 등을 모델로 기용하고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최근엔 태연, 박수홍, 엑소 세훈 등 연예인의 반려동물과 이색 협업을 하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인기 드라마와 협업 상품 등을 선보였다. 매장 내 비치한 마네킹에도 변화를 줬다. 대한민국 25∼34세 남녀의 평균 체형을 마네킹에 적용한 것.
지난해 8월부터 뉴발란스, 스파오, 미쏘 등 브랜드의 단독 온라인몰을 론칭했고 스파오는 온라인 전용 상품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단독 출시되는 상품도 확대했다. 이런 온라인 자사몰 개편에 힘입어 스파오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대비 70% 성장한 수치를 보여 고무적인 흐름세를 보인다. 또 온라인 채널을 통해 선출시한 후 상품 반응을 보고 오프라인으로 물량을 확대해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패스트 패션 오명 벗고 친환경 상품 라인 전개
이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를 위해 O2O 시스템을 타임스퀘어점과 삼성동 코엑스점에 도입 했다. 무선 주파수(RFID) 기술을 앞세워 매장 창고와 물류 시스템을 스마트하게 설계해 빠른 상품 픽업과 사이즈 누락 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재고 처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패스트 패션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스파오의 친환경 데님 상품 비중은 전체 데님 상품 중 40% 수준으로 112개 스타일에 달한다. 2022년 S/S 시즌에 60%, 2023년까지 전체 데님 상품을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량으로는 약 100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오 전체 매출 포션에서 데님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가량으로 단일 아이템으로 티셔츠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지난 10월에는 때 이른 한파에 시즌 아이템 ‘허니푸퍼’가 이틀간 7000장 이상 팔리며 전주보다 매출이 300% 늘었다. 누적 기준 3만장이 팔렸으며 점차 인기가 늘자 올해 50만장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에잇세컨즈, 강남역 · 명동점 접고 百 · 쇼핑몰로
여성 전용 상품인 ‘파스텔 푸퍼’는 톤 다운된 파스텔 컬러와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기장이 길다는 고객 피드백을 받아 올해 상품은 전체 기장과 소매 기장의 밸런스를 알맞게 조절했다. ‘파스텔 푸퍼’는 43만 유튜버 밤비걸과의 협업으로 크림, 라이트 블루, 바이올렛 컬러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야심 차게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국내 SPA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2년 만에 참패를 맛봤다. 이후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하며 방향성을 찾았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의 10~20%를 차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브랜드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SPA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매주 새로운 스타일을 론칭한다는 막연한 콘셉트에서 매주 100가지의 새로운 아이템을 수혈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그해 매출이 14% 성장했다. 마침 맞물린 코로나19 상황으로 유통 채널도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여성 상품 비중 UP · 상품 출시일 앞당겨 매출↑
오프라인 매장은 기존 가두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것에서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2019년 48개점, 2020년 56개점, 올해는 61개점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볼륨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매장이었던 강남점은 지난해 말 문을 닫았고 올해 3월에는 에잇세컨즈 명동 본점을 삼성패션아울렛으로 전환하며 효율 점포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특히 올해 신규 출점한 아울렛 롯데타임빌라스 의왕점에서는 프리 오픈 기간인 사흘간 7700만원 매출을 올리며 매출 상위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SPA의 실질적인 소비자인 MZ세대의 소비 패턴을 반영해 단독 매장을 늘려 매출을 끌어 올리기보다 체험형 콘텐츠가 있는 점포를 위주로 상쇄 매출을 발생시키겠다는 것.
또 온라인 채널은 자체 패션 ·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을 중심으로 강화했다. 매달 8일 신상품과 아울렛 상품을 할인해주는 에잇세컨즈 데이를 열어 온라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체형별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셀러브리티 등이 출연하는 콘텐츠를 통해 MZ세대와 적극 소통에 나서고 있다.
스타일 다변화에도 힘썼다. 여성복 비중을 늘리고 신상품 출시 기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지난 S/S 시즌에는 Y2K 패션 열풍에 따라 셋업 상품 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늘렸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이 매출을 견인해 같은 상품의 전년대비 72% 증가했고 여름 시즌 전체 매출은 27% 성장했다.
캐시카우 무신사스탠다드, 영업이익만 71억
무신사스탠다드는 올해 7월 기존 위클리웨어라는 자회사에서 모회사인 무신사 내 사업부로 통합돼 스토어와의 연결성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클리웨어의 영업이익은 약 71억9000만원이었다. 이는 무신사 종속기업 11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전년대비 76% 증가한 11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1500억대로 점프한다.
무신사 PB로 시작한 만큼 베이직한 아이템의 인기가 특히 높다. 대표 상품인 슬랙스는 지난해에만 100만장 이상 팔렸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었지만, 5월에 연 플래그십 오프라인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 ‘무탠픽업’을 통해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매장이나 무인로커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최대 약점인 택배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한 것.
현재 전개 중인 상품은 컬러 포함 총 3000SKU. 아우터부터 액세서리까지 토털 라인업으로, 카테고리별 특화된 공장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협력 업체만 30곳에 달한다. 지난해 F/W 시즌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라인에서는 베이직한 아이템을 탈피해 캐시미어 등 고급 원단을 사용한 코트와 니트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남성 뷰티 · 키즈 카테고리로 선두주자에 도전
무신사스탠다드의 최대 강점은 공룡 플랫폼 무신사의 인프라를 총동원해 다양한 루트로 시도와 판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는 무신사 라이브를 통해 일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방송 시작 20분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누적 시청 접속자 수는 4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라이브 진행 시간 동안 3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후 하루 동안 판매된 금액은 6억6000만원으로 당일 총매출은 10억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성과는 무신사스탠다드 제품 퀄리티에 대한 고객의 높은 관심과 호응의 결과다. 무신사스탠다드는 최근 6개월간 고객 재구매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날 무신사 라이브에서 선보인 ‘블레이저’는 스타일리시한 핏과 높은 제품 퀄리티로 가을 시즌 필수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172%까지 증가한 스테디셀러다.
무신사스탠다드는 2030세대 남성을 위한 코스메틱 컬렉션을 론칭한 데 이어 내년에는 친환경,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대두되는 시장 흐름을 반영해 그린 라인 론칭을 준비한다. 올해는 오프라인 플래그십 오픈을 통해 매장을 꾸린 만큼 성장 여력이 더욱 크지만 스토어 거래액의 10% 내외로 외형을 조절한다는 방침에 따라 성장세를 조절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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