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문제 해결사 ‘오프프라이스’ 붐

조태정 해외통신원 (fashionbiz.tokyo@gmail.com)
21.03.08 ∙ 조회수 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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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온워드카시야마, 사자비리그 등 ‘속속’
재고 문제 해결사 ‘오프프라이스’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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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한 오프프라이스(Off- Price) 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CD와 DVD 렌털 사업을 하는 게오(GEO)가 ‘럭락클리어런스 마켓(Luck Rack Clearance Market)’을 2019년 1월 오픈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으로 매장 영업일 수가 적었지만 매출은 오픈한 해인 2019년 대비 20% 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 작년 12월에는 나고야 메이테쓰백화점의 입점 제의 요청으로 오픈 3주 만에 매출 목표의 1.5배를 넘었다.

어패럴 기업 중에서는 월드사가 2019년 9월 첫 포문을 열고 ‘앤드브리지(&Brige)’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사자비리그의 ‘에스티네이션’과 온워드카시야마의 ‘그린스토어’까지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를 속속 열며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디스카운트 리테일러인 돈키호테도 ‘오프프라’ 상호명으로 오프프라이스 업태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오프프라이스 업태가 패션 업계의 심각한 재고 문제를 넘어서 어패럴 업계의 재고 처분과 빈 매장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까?

사자비리그, 긴자점 1층에 에스티네이션 오픈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회사 사자비리그는 지난해 10월 긴자점 1층을 오프프라이스 업태인 에스티네이션 센트럴(Estination Central)로 리뉴얼했다. 올 2월까지 2 · 3층도 리뉴얼해 전관을 오프프라이스 매장으로 변경했다.

오프프라이스 업태를 먼저 시작한 게오사의 럭락클리어런스 마켓이나 월드의 앤드브리지는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해서 갈 수 있는 교외 지역에 위치해 있어 어패럴뿐 아니라 생활 잡화 등을 함께 판매한다. 하지만 하이 브랜드 중심으로 전개하는 에스티네이션 센트럴이 긴자점을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로 전개하는 것은 아주 의외의 경우라 화제를 모았다.

주로 일본 어패럴사들은 시즌이 지난 아이템을 일부 고객이나 관계자에게 패밀리 세일 형태로 도심에서 좀 거리가 있는 아울렛몰에서 은밀하게 처분한다. 재고를 싸게 적극적으로 팔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라는 우려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티네이션이 이 암묵의 룰(?)을 깨고 도심 긴자에 오프프라이스 매장으로 리뉴얼한 것이다. 교외 지역은 그만큼 가격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취급하는 아이템이 중구난방식으로 될 염려가 있어 도심에 매장을 열었다.

오리지널 브랜드 믹스, 새로운 가능성 부여

에스티네이션의 경우 이미 아울렛 2개 매장을 전개하고 있지만 긴자점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시즌이 지난 상품을 30~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되 에스티네이션 회원만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남은 재고이지만 VIP룸도 그대로 남겨 두고 단골 고객 위주로 브랜드 가치관을 지키면서 제대로 판매하는 것이 포인트다.

에스티네이션 센트럴 1층에서 취급하고 있는 브랜드는 플랜 C(PLAN C), 베트멍, 막스마라 같은 고급 브랜드들이다. 에스티네이션 관계자는 단순하게 싸게 팔기 위한 매장이 아니라는 점을 취급 브랜드가 납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가두점을 오프프라이스 업태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매장에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취급하고 있는 상품은 지난 시즌에 바잉한 재고뿐이지만 향후는 브랜드를 사입할 때 오프프라이스 판매도 염두에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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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네이션’ 이어 ‘앤드브리지’ 도심 진출

스타일링과 신선한 매장임을 보여 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입하는 유니크한 아이템도 과잉 재고로 두지 않고 리스크를 줄여 사입할 것이라고 한다. 또 사자비리그가 전개하는 오리지널 브랜드 ‘메종스페셜(Maison Special)’과 믹스해 기존 매장에는 없는 자유로운 MD · VMD로 연출해 새로운 업태를 보여 줄 계획이다.

2019년 9월 오픈해 화제가 된 월드사의 앤드브리지는 첫 매장을 교외에 오픈한 이후 도심형 매장으로 오픈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도쿄 아사쿠사와 교토역 앞에 있는 기간 한정점도 올해 초까지 연장했다. 그 외에도 사이타마와 가나가와현 같은 지역과 다른 도심에도 오픈해 그동안 마켓 테스트를 해 왔다.

앤드브리지에서 잘 팔리는 상품은 정가 1만~3만엔 전후의 비교적 고단가의 백화점 어패럴 상품이다. 도심형인 아사쿠사점에서는 주변에 거주하는 고감도 30~40대 여성 고객을 위해 수입 브랜드도 전개한다. 객단가는 보통 6000~6500엔으로 타 매장 평균(4500~5500엔) 보다 높다.

월드사 ‘앤드브리지’ 2023년까지 20개점 목표

교외 매장도 비교적 고단가가 잘 팔리는데 그 이유는 매장의 편집력 때문이다. 상품 조달은 고든 브라더스재팬이 다채로운 상품을 확보해 주고 월드사는 매장 운영에 집중한다. 앤드브리지 매장 특징은 타 매장보다 마네킹을 많이 세워 두고 주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 주고 특정 장르에 포커스를 둔 팝업 공간도 활용한다.

가능한 한 많은 상품 밸류에이션을 보여 주고 구매까지 이어지기 위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매장 연출에 집중한다. 처음에는 고든브라더스재팬에 상품 조달을 맡겼지만 이제는 월드사가 자체적으로 사입한 생활 아이템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유즈드 상품을 취급하는 래그태그(Rag tag) 같은 그룹 기업과 연계해 앤드브리지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160개 회사, 취급 브랜드는 250개 이상으로 늘었다. 향후에는 매장을 확대해 사입량도 늘릴 것이라고 한다. 백화점을 포함해 많은 상업 시설로부터 오픈 요청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노하우를 적절한 형태로 만들어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오는 2023년 3월 결산까지 총 2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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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테마 온워드 가시야마 ‘그린스토어’

온워드 가시야마도 온워드 그린스토어를 지바현에 있는 SC 모라주 가시와 1층에 2019년 9월 오픈했다. 온워드가 전개하는 브랜드 23구, 자유구, ICB 같은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프라이스로 판매한다. 온워드가 전개하는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골프웨어 같은 의류 회수도 실시한다.

온워드의 오프프라이스 특징은 리유즈 및 리사이클 가능한 의류품을 회수해 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의류를 선별해 세탁한 후에 환경을 테마로 한 매장 온워드 리유즈 파크에서도 판매하고 그 수익은 환경이나 사회공헌에 되돌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적십자사와 협력해 일본 국내에 자연재해가 있는 지역에도 지원해 단순한 오프프라이스 매장이라기보다 SDGs 가치관도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유명한 돈키호테는 2020년 3월 말 오프프라이스 스토어 사업의 ‘오프프라’ 1호점을 아이치현의 상업 시설 메가 돈키호테 유니 오구치점에 오픈했다. 매장 면적은 960㎡ 규모다. 해외에서 사입한 어패럴이나 유즈드 상품과 가방 등 과잉 재고를 40~60% 저렴하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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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저가로 판매하는 돈키호테식 사업 모델

대대적으로 스타트한 신사업이지만 기존 돈키호테 매장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돈키호테의 독자적인 압축 진열이라고 불리는 진열 방법 그대로 상품을 대량으로 쌓아 두고 POP도 혼잡스럽게 붙여 놓고 일부러 복잡한 공간으로 만들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고객이 자연스럽게 매장을 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사실 돈키호테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상 생활용품이나 식품 메이커의 과잉 재고를 대량으로 사입하는 디스카운트 스토어이기 때문에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라는 사업 모델은 기존 모델과 아주 유사한 것이 현실이다.

기존 매장 로케이션 활용해 적극적인 오픈 검토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회사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는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의 사업본부를 새롭게 신설했다. 이번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주로 해외에서 조달망을 개척해 본격적으로 준비해 온 경우다. 이 매장에서 취급하는 3만개가 넘는 아이템의 80%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사업한 아이템이며 나머지 20%는 돈키호테의 기존점 재고로 충당했다. 폴로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나이키, 아디다스, 챔피언, 리복 같은 미국 캐주얼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 상품을 취급한다.

돈키호테의 오프프라라이스의 경우 남성복이 여성복의 2배 정도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돈키호테의 임원은 “일본에서 팔지 않는 모델 등 해외에서 조달한 유니크한 상품이 많다. 당사의 바잉 파워를 살려 대량으로 사입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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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프라이스, 백화점 유통 솔루션으로 등장

돈키호테 매장은 잡다한 곳에서 손님이 직접 물건을 골라서 찾아내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우연히 발견해내는 것이 재미있는 매장이다. 향후 오프프라이스 매장은 4~5개 오픈할 예정이며 전국에 대형 매장이 많이 있으므로 사업이 궤도에 올라가면 매장 오픈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

어패럴의 과잉 재고를 사입해서 싸게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 스토어 업태 자체에 대해서 일본 마켓은 초기에 브랜드 이미지나 기존 유통 업체에 대한 배려나 상업 관습 등이 달라 업태 개발이 늦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어패럴의 과잉 재고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패션 업계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어 향후 기업들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업태 중 하나다.

도심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백화점이 침체되고 있는데 유통의 빈 공간을 채워줄 하나의 돌파구로 보여 점차 패션 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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