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범 신발연구소 vs 허세일 비주얼 대표
종횡무진 2세 CEO ... 틀을 깬 시도 ‘Acc + IT’ 통했다!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21.02.22 ∙ 조회수 1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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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업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뉴 비즈니스에 뛰어든 두 명의 2세 경영인!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는 잡화업계에서 신구를 아우르며 브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마음과 산업에 대한 이해, IT 기술이 만난 결과다.
박기범 신발연구소 대표 & 허세일 비주얼 대표가 잡화업계의 솔루션 컴퍼니를 운영하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엘칸토 창업주의 외손자인 박기범 대표와 부모님이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하셨던 허세일 대표는 전통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수년이 흘러 30대 중반의 CEO가 된 이들은 다소 폐쇄적인 분위기의 마켓에서 IT 기술을 활용해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박기범 대표의 신발연구소는 생산 공장과 브랜드 사이에서 생산 컨트롤, 시장 조사, MD 기능까지 감당하며 프로모션 이상의 ‘신발 디자인스튜디오’로 활약 중이다. 허세일 대표의 비주얼은 국내 첫 주얼리 전문 플랫폼으로 ‘주얼리의 온라인화’에 시동을 걸었다.
신발연구소는 브랜드가 공장에 생산만 의뢰하는 것이 아닌, 특화되지 않은 R&D 기능까지 요구하게 되는 상황을 국내 신발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봤다. R&D를 공장에 맡기니 디자인 면에서 눈이 높은 소비자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신발연구소는 공장이 오직 높은 퀄리티의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장 분석부터 상품 트렌드 제안까지 도맡는다. 브랜드는 ‘마케팅’에 공장은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켓 고질 문제 솔루션 찾다 비즈니스로
과거 무크에서 일했던 경력과 신발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유아더디자이너’를 개발했던 경험, 직접 브랜드 ‘맨솔’을 론칭해 성공적으로 성장했던 이력 등 여러 경험을 통해 쌓은 많은 데이터가 밑바탕이 됐다. 허세일 대표의 비주얼은 주얼리만을 다룬 플랫폼 ‘아몬즈’를 통해 국내 스몰 주얼리 브랜드가 이름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얼리가 잘 조명되지 않거나 이미 유명한 소수 몇 개의 브랜드만 노출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주얼리 산업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금은방 사업을 돕기 위해 종로의 예물 매장들을 무료 비교하고 견적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지금은 소비자의 수요가 종로 금은방보다는 디자이너 주얼리에 있다고 판단해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플랫폼 ‘아몬즈’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입점을 원하는 일부 종로 금은방 매장의 입점도 추진해 구(舊)와 신(新)을 아우르는, 카테고리의 폭이 넓은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파편화 정보 모은 전문가 기업 중요성↑
두 대표는 △생산을 비롯한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브랜드 운영 경험(신발연구소 ‘맨솔’ 비주얼 ‘마마카사르’)에서 오는 패션 시장에 대한 감각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위한 솔루션 제시를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솔루션 컴퍼니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두 기업과 같은 솔루션 컴퍼니의 역할은 잡화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의류와 달리 잡화업계에는 비전문가가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는 공개된 정보가 적고, 파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신발 산업은 디자이너들이 공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분야이고, 주얼리는 기존에 팬덤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의류에 묻혀 노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브랜드가 홀로 성장하기 어려운 분야다.
두 솔루션 컴퍼니는 이러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고민했고, 그것이 곧 비즈니스가 됐다. 기존의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효율적이고 수준이 높은 마켓을 형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신발연구소 ‘슈즈의 모든 솔루션’ 제안
신발연구소는 신발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트렌드 분석을 통한 상품 기획과 생산 일정 조율, 공장 컨트롤, 넓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외 신발 생산 공장 리스트를 꿰차고 있는 만큼 브랜드와 생산 공장의 니즈를 파악해 효율적인 OEM & ODM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요즘 브랜드에서 원하는 우수한 퀄리티의 중국 생산 공장 데이터도 꽉 잡고 있어,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빅 브랜드에서 알아서 찾아온다.
올해 신발연구소가 OEM & ODM으로 의뢰를 받은 국내 유명 브랜드는 17개, 최근에는 성수동에서 생산을 원하는 해외 브랜드의 OEM 의뢰도 논의 중이다. 여기에 상품기획 능력을 강화해 기존의 ‘프로모션’이라 불리는 업체 이상의 역할을 감당한다.
트렌드 분석 AI 시스템 개발, 언택트 시동
최근 신발연구소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트렌드를 뽑는 AI 기반의 트렌드 분석 시스템이다. 상품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MD들의 역할을 IT화한 것으로, 조금 더 체계적인 분석과 효율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다.
AI가 트렌드를 분석해 상품을 제안하면, 브랜드에서 공장과 언택트 채팅을 통해 디자인을 조율 · 주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지금 신발업계는 생산에 특화된 공장에서 생산뿐 아니라 디자인 R&D까지 맡기고 있는 추세다. 을의 입장인 공장은 브랜드의 요구에 따라 부자재와 디자인을 개발하지만, 이는 눈이 높고 디테일까지 알아보는 요즘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 이에 브랜드가 공장에는 생산만을 맡길 수 있도록 브랜드의 상품기획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IT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 브랜드 · 유통 사이 종횡무진 활약
여러 유통과 SNS의 이미지를 분석해 현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여러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은 국내외 공장과 국내 브랜드를 연결하고 일정에 맞춰 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큰데, 여기에 상품기획 역할을 더해 솔루션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한다.
박기범 대표는 “글로벌 소싱 의존도가 높아지는 요즘, 해외의 소싱 정보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신발연구소는 원부자재와 샘플 소싱 등 글로벌 데이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면서 국내 신발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박기범 대표는 여러 기관의 프로젝트를 맡아 멘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슈즈메이커와 메이저 브랜드의 협업 등 마켓의 시너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모의 성수동 공장을 이어받은 성수동 2세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며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첫 주얼리 플랫폼, 스몰 브랜드 키운다
허세일 대표가 이끄는 비주얼은 주얼리 브랜드만을 모은 쇼핑몰 ‘아몬즈’로 스몰 주얼리 브랜드가 주인공이 되는 주얼리 전문 플랫폼을 전개 중이다. 국내 첫 주얼리 애플리케이션이자 온라인 쇼핑몰로 2018년 거래액 2억6000만원에서 시작해 2019년에는 13억원, 2020년에는 3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캡스톤파트너스와 코오롱 이노베이스 등 6개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입점 브랜드 수는 3년 만에 1100개로 확대됐으며, 최근 유럽 부티크와 계약을 맺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 직수입해 선보이는 ‘아몬즈럭셔리’ 카테고리도 신설했다. 데일리한 주얼리부터 실버 라인, 거기에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까지 탄탄하게 구성했다. 앞으로 일부 종로 금은방의 상품들을 흡수해 예물 카테고리도 확대한다.
주얼리업계에서 아몬즈가 화제가 되는 것은 주얼리만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과 더불어 일일 정산 시스템과 무료 배송 시스템 등을 갖춰 스몰 브랜드와의 상생을 꾀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익과 더불어 브랜드와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운영 정책을 펼친다.
일일 정산 시스템, 11% 최저 수수료 제안
특히 일일 정산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한 달 혹은 2개월 매출을 후정산하는 다른 유통 관례와 다른 정책으로, 영세한 주얼리 업체가 신상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신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자금 운용이 용이하다.
또한 11%라는 최저 유통 수수료를 고집하며, 자체적으로 아몬즈크루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해 입점 브랜드의 홍보와 노출로 판매를 활성화한다. 브랜드에 따로 제작비를 받지 않고 사내에 스튜디오를 두고 직접 입점 브랜드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현재 아몬즈는 성장하는 단계라고 판단하며, 수익은 ‘마마카사르’와 플랫폼 자체 브랜드인 ‘위아몬즈’를 통해 극대화하고 있다.
비주얼이 이러한 시스템을 고수하는 건 ‘아몬즈의 성장’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비주얼 또한 유럽 감성 주얼리 ‘마마카사르’를 전개하면서 느낀 주얼리 브랜드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비주얼이 론칭한 마마카사르는 연 13억원(2019년 기준)을 올리는 패션 주얼리로 성장했다.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도 매장을 확장했고, 면세점과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루트로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신구(新舊) 아우른 이해 & IT 기술로 마켓 창출
2명으로 시작한 비주얼은 현재 직원이 34명으로 커졌고, 개발자를 중심으로 주얼리 디자이너와 MD들로 구성한 주얼리 IT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아몬즈를 적극 육성하고 아몬즈에서 쌓은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비즈니스를 펼칠 계획이다.
허세일 대표는 “의류와 달리 주얼리는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 캐파(capacity)가 크지 않고 생산 원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재고를 확보해서 전개하기 어렵다. 동시에 여러 플랫폼이나 유통에서 주요 카테고리로 다뤄지지 않아 고객 도달도 쉽지 않은 분야다. 비주얼은 이러한 주얼리업계의 환경을 고려해 브랜드가 원활하게 고객과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얼리는 품질이 매우 뛰어나 수출이 가능하고 메이저급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비주얼에서는 라이브방송과 영상콘텐츠 등 주얼리업계에서 하지 않는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통해 주얼리업계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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