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성패 가르는 ‘바이어’ 역할은? 나카지마 하나에 인터뷰

조태정 객원기자 (fashionbiz.tokyo@gmail.com)|20.12.21 ∙ 조회수 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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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바꿀 수 없는 패션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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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더욱 더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바이어는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편집과 디렉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카지마 디렉터는 유나이티드애로즈에서 20년 이상 매장에서 일한 경험들로 단련돼 시대성을 이해하고 고객의 심리까지 파악해서 브랜드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디렉터다.


나카지마 하나에 아비치(AVEC H) 대표는 일본을 대표하는 오사카 한큐백화점을 시작으로 바이어로서 첫 입문했고, 셀렉트숍인 유나이티드애로즈에서 22년 근무하는 동안 15년을 바이어로 활동했다. 현재는 그녀가 설립한 아비치(AVECH H)의 CEO이자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패션 디렉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어 시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빡빡한 스케줄임에도 시간을 쪼개서 일본 국내의 수많은 브랜드의 전시회도 빠짐없이 방문해서 직접 보고 듣는 열정 넘치는 인물로 업계에서도 유명한 마당발이다.

오랫동안 바이어로 활동해 오던 그녀를 수많은 기업들과 브랜드들이 디렉터로 초빙해 바잉 업무와 사입 디렉션, MD 업무까지 맡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코비드19로 인한 자숙 기간 중에 패션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하는 나카지마 디렉터. 어떻게 바이어가 됐는지 그녀의 성장 스토리와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이고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에 과연 어떤 브랜드의 어떤 상품을 바잉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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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에서 패션 디렉터, 새로운 인생 시작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 아비치(AVECH H)를 설립해 디렉터로 활동 중인 그녀는 현재 오사카의 한큐백화점에 있는 셀렉트숍 코너인 ‘D.EDIT/D-LAB’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 많은 패션 회사의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 업무는 시즌별로 전개하는 상품 기획이나 바잉 업무 등 브랜드를 선별해 매장을 폭넓게 전개하는 디렉션 업무다.

대형 어패럴 회사가 만든 온라인 사이트 머천다이징 본부의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로 트렌드 정보는 물론 바잉할 때의 노하우나 MD 어드바이저 업무, 판매하기 위한 서포트나 콘텐츠와 프로모션 기획 업무를 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품 제작 서포트 등 기획업무와 샘플, 상품 품질 향상 관리나 트렌드 예측 업무도 한다.

또 작년부터는 태국 대사관 프로젝트 THAI SENSE 브랜드 육성, 컨설팅과 일본 마켓 진출할 때의 서포트나 상품 컨설팅 업무도 시작했다.

동경하는 셀렉트숍 유나이티드애로즈에 입사

나카지마 디렉터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을 매우 좋아해서 패션 회사 취직을 준비했다고 한다. 보통 4년제 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어패럴 회사나 브랜드에 취직하려고 하지 않는데 나카지마 디렉터는 처음부터 패션 회사 입사를 염두에 뒀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 디자인이나 브랜드만 취급하는 패션 회사보다 여러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셀렉트숍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상장까지 한 일본 최고의 셀렉트숍이면서 연간 매출 1조원을 자랑하는 대기업 회사지만 당시는 몇 개의 매장밖에 없던 1995년 유나이티드애로즈의 문을 두드렸다.


가장 기본은 매장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들


당시 유나이티드애로즈는 매장 수가 4~5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셀렉트숍이었지만 어른이 돼도 동경할 수 있는 고감도 패션을 추구하는 셀렉트숍이라고 생각해서 입사 지원했다고 한다. 나카지마 디렉터가 입사한 후 배정받은 매장은 후타고다마가와 매장이었다.

SC에 입점한 스타일이라서 평수도 좁고 남성과 여성 구분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고객을 접하는 접객의 기초부터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패션을 좋아하는 멋진 선배들이 많고, 존경스러운 동료들이 많았던 점이 자랑스러웠다. 유나이티드애로즈는 동네의 단골 고객들 위주로 운영한 현장 중심 매장이어서 친밀한 접객을 매우 강조했다. 마치 어른들의 놀이터와 같은 매장이었다고 말한다.

‘어른들 놀이터’ 같은 친근한 매장 콘셉트


나카지마 디렉터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좋아하는 옷 속에서 손님들을 대응하는 일은 매우 행복했다. 2년 후에 유라쿠초점으로 이동했는데 대형 매장인 만큼 조직적으로 활동해야 했고, 업무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유나이티드애로즈의 슬로건인 ‘진화하는 노점포’하에 패션을 좋아하는 멋진 동료들과 함께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매장에서 고객들을 접하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패션 감도가 높은 멋진 스타일의 손님도 많았기 때문에 때로는 고객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친해지면 마치 친구처럼, 언제든지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매장이었다. 항상 친근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UA 유라쿠초점, 매출 1위 점포에 개인 매출 톱 기록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듣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항상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임하다 보니 유라쿠초점은 유나이티드애로즈의 전 매장 중에서도 가장 매출이 높은 매장이 됐다.

그녀는 어느덧 30명 이상의 스태프를 매니지먼트하면서 동시에 판매 직원 중에서도 톱 세일즈를 기록했다. 그 결과 본사의 신뢰를 얻어 매장 한정 모델 아이템 기획에도 참여하고 상품을 찾기 위해 바잉팀과 함께 해외 출장도 가게 됐다. 그 후 본사에서 바이어를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어서 바이어가 됐다.

“매장 직원들과 한마음이 돼서 재미있게 일했다. 다음에 우리 무엇을 만들어서 손님들한테 제안할까?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을 또 부를까? 얘기하면서 모두가 한 팀이 돼서 매장 마케팅 업무 및 전반 업무를 맡았다. 이렇게 리더십도 쌓이고 커리어도 업데이트됐다.”

고객과의 인연, 바잉 업무 때 만난 소중한 사람들

“해외 출장으로 바잉 업무를 하면서 좋은 점은 직접 디자이너를 만나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듣는 것이었다. 반 년 후에 매장에 상품이 진열되면 나는 그 스토리들을 얘기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고객들은 나의 얘기를 듣고 공감했으며, 상품을 구입했다. 이런 과정이 보람 있었고 무엇보다 모두가 행복한 기분이 되는 기쁜 일이었다”라고 말한다.

“지금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이럴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 필요할 때가 아닐까? 감성적인 부분을 살리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 여러모로 시스템화되면서 편해졌지만 패션은 실제로 매장에 가서 직접 느끼고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 경험과 체험들, 특별한 감각을 느끼고 매장과 사람의 만남을 통한 스페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더욱 더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어느 정도 상품에 진정한 감성을 갖고 부가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로 구분될 것이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체크한 고객들을 어떻게 매장까지 오게 만들고, 어떤 고객 체험으로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확실한 신념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것이다. 좋은 상품은 제대로 된 브랜드, 마켓, 바잉까지 모든 과정들이 전부 어우러져야 효과가 나타난다.”

좋은 브랜드, 바잉할 때 기준과 바이어 역할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이고 고객에게 제안하고 싶은 브랜드의 기준이 있는지 물었다. “기준은 아이텐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다. 나 자신도 그런 브랜드에 아주 끌린다. 그 브랜드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재능 있는 브랜드 발굴을 끊임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드와 같이 바이어 자신도 성장하고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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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장 모습과 고객을 항상 의식하고 마켓과 사회 전반적인 동향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바잉해야 한다. 수많은 변동 지수를 염두에 두고 향후 마켓을 상상하면서 반 발 앞선 움직임과 융통성 있게 편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좋은 브랜드는 브랜드다움 즉 오리지널리티와 퀄리티가 모두 그 시대에 매칭돼야 한다. 바이어는 부가가치를 느낄 수 있는지 상품을 보고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하고 브랜드의 장점을 이해한 후에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팬데믹 시대, 오프라인 중요성 더욱 깨닫다

일본에서는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만남’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나카지마 디렉터는 자신이 선택한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고 그 만남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온라인과 AI 기술 발달로 인해 갖고 싶은 것을 언제든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화상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 간의 연계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카지마 디렉터가 강조하면서 말한 내용은 항상 고객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계돼서 얻을 수 있는 가치였다.

패션 역할 재인식 ‘이모션 요구되는 일’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패션의 역할인데 특히 바이어는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편집과 디렉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카지마 디렉터는 유나이티드애로즈에서 20년 이상 매장에서 일한 경험들로 단련돼 시대성을 이해하고 고객의 심리까지 파악해서 브랜드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디렉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의 패션 업계에서 유명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패션 회사들이 나카지마 디렉터의 감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패션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능력은 아직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카지마 디렉터의 이러한 능력은 향후 패션 업계에서 더욱 필요한 요소다. 이제는 온라인까지 아우르며 질주할 그녀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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