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인 공모전 'MDF'에 선정된 '정상현'은?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
20.08.21 ∙ 조회수 1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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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재단(이사장 강현철)이 주최한 제 1회 MDF 패션디자인 공모전에서, 국내 재학생 부분에 삼성디자인교육원(사디) 2학년을 마친 정상현이 선정됐다.

MDF는 패션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모전으로, 철학과 재능을 지닌 패션 디자이너 양성 · 발굴을 위해 기획됐다. 제 1회임에도 총 119명이 지원해 시작부터 관심을 받았으며, 전미경 서울컬렉션 총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강훈 나자인 대표, 한경애 FnC코오롱 전무, 한현민 뮌 대표, 김민주 민주킴 대표 등 모두 8명의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 미래 꿈나무 디자이너를 선발했다. 정상현을 포함해 총 14명에게 2억9000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갔다.

공모전 심사는 국내 대학 재학생과 해외 대학 재학생을 나눠 진행했고, 국내 대학 재학생 부분에서는 정상현이 컬렉션 제시와 뛰어난 아이디어 실행력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너∙아우터 아우른 올인원 슈트 선봬

정상현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참신한 상상력과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차 포트폴리오 심사에서 ‘디지털 노마드’가 주제로 나왔을 때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서 재택근무했던 일상을 떠올렸다.

정상현은 “예상 외로 일이 아주 잘됐고, 침대에서 일어나 편한 차림으로 근무했다. 직장에 가려면 속옷과 상의, 하의, 재킷 등 여러 종류의 옷이 필요한데 재택근무를 하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간편한 옷차림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출근할 때도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옷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일상에서 영감을 이너웨어와 재킷까지 모두 하나로 합쳐진 올인원 슈트를 선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A New System for Worker’라는 주제 안에서 지퍼로 한 번에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했다. 여러 아이템이 필요한 다른 착장과 달리 옷 간의 경계가 없다. 환경을 고려했을 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 의류 각 1벌씩 총 2벌을 제안했는데, 여성은 언뜻 보면 트렌치코트 같은 올인원 의류를, 남성은 이너웨어와 일상 캐주얼을 합친 듯한 보디 슈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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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상상력 & 주제 연결성 두각

그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3차 심사인 즉석 메이킹 심사 ‘코로나 이후의 여행’에서다. 전반적으로 다른 작품들이 이미 참가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것에 반해 그는 오롯이 주제에만 맞춰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점이 뭘까 생각했고, 내가 생각한 결론은 사람들 간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코로나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누구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계급이나 계층이 구분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 두드러질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미래에는 사회적인 조건이나 계급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의류와는 다른 위치와 방식의 매듭을 적용했고 이러한 매듭을 통해 디테일이나 실루엣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옷을 입는 과정에서 평소 옷 입을 때와는 다른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 옷들을 구상했고 그 과정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길 원했다”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0부터 시작 “용기 두드러져”

즉석 메이킹 테스트인 만큼 주제는 사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대회에서는 보통 자신이 선보일 의상을 이미 머릿속에 그려 놓고 이를 제시된 주제와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제작도구의 제약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현은 컬렉션을 일절 구상하지 않고 주제에 맞는 컬렉션을 0부터 준비했다. 무언가를 이미 그리고 가면 그 틀 안에서 갇혀 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태도가 무모할 수도 있지만 그는 ‘본인이 우승할 수 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주제에 맞춰 사고해야 주제와의 연결성이 더 긴밀해지기 때문이다.

주제에 맞춰 처음부터 생각을 하다 보니 메시지가 잘 짜인, 왜 이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틀과 논리가 잘 맞는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한현민 심사위원은 “현장에서 새로 디자인을 잡고 모든 것을 완성한 게 눈에 보였다. 그 용기가 정말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타임 시뮬레이션으로 마인드 세팅

그는 “컬렉션을 미리 구상하지는 않았지만 대회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예상하면서 철저하게 시뮬레이션을 했다. 최대한 생산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위해 스토리를 짜는 기획단계는 짧게 잡고, 생산 과정에서도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지 예상하고, 그 시간표를 머릿속에 새겼다. 이런 연습이 현장에서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핫한 브랜드보다는 지속적으로 롱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특히 실루엣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있고 아이덴티티가 담긴 실루엣을 표현하고 싶다. 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 설명을 할 수 있는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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