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이대로 좋은가?
소재·디자인·유통 ‘동공현상*’

강지수 기자 (kangji@fashionbiz.co.kr)|20.07.31 ∙ 조회수 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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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웨어 이대로 좋은가? <br> 소재·디자인·유통 ‘동공현상*’ 3-Image



소재·디자인·유통 ‘동공현상 *’
* 동공현상 : 홍채 안쪽 중앙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알차지 않은 골프웨어 마켓을 빗댐

소재 개발과 디자인 변화 없이 이어지는 국내 골프웨어 마켓. 가격대는 여러 패션 카테고리 중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소재와 변화 없는 디자인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내 골프웨어 마켓에서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퍼포먼스 브랜드부터 캐릭터 브랜드까지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을 중심으로 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F/W의 니트류 아이템 또한 적은 함량의 캐시미어와 골프웨어 마켓 태동기에 사용했던 면 소재들을 대부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 해도 소재의 업그레이드와 디자인 개발 없이 9  ~  10배의 가격 배수 정책을 적용하고, 패션 카테고리 중 유독 전체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10배수 가격 정책? 남성 라인 심각

국내 한 디자이너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진행하는 대량 생산과 비슷한 박음질 및 핏을 강조한 디자인까지, 상품 퀄리티에 반해 가격이 매우 높게 책정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수입 소재로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디자인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실제 가격 배수는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은 특히 남성 골프웨어에서 더 두드러진다. 디자인 자체가 심플하고 여성 골프웨어보다 디테일한 디자인이 적다 보니, 변화를 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재 부문에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하는데 여기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특히 퍼포먼스 브랜드의 경우 신규 브랜드가 워낙 많고, 디자인 자체가 심플해 로고를 박지 않으면 어느 브랜드인지 알아볼 수 없다. 비슷한 기능성과 소재 퀄리티, 컬러로 상품 면에서 차별화되는 점이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폴리 · 나일론 등 스포츠 소재 쏠림 현상

가두점을 중심으로 한 골프웨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기존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소재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스포츠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영 타깃 라인을 론칭해 소비자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한 남성 소비자는 “합성 섬유 소재의 골프웨어는 넘쳐나는 데 반해 면 소재 아이템은 한정적이라 선택의 폭이 좁다. 전문 골프웨어는 아니지만 통풍이 잘되는 ‘폴로랄프로렌’이나 ‘라코스테’의 피케 원단 셔츠 등 프리미엄급 남성 캐주얼 브랜드에서 골프웨어에 적합한 아이템을 고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소재 개발이 이뤄지기보다 스포츠 소재에 쏠리는 이유는 투자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영층 골퍼만을 타깃으로 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본 라인들조차 핏과 사이즈, 디자인 디테일에 신규 골퍼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넣어 기존 골퍼들까지 브랜드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거나 이탈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고급화’보다 영 골퍼 겨냥만

패셔너블하고 감각적인 시니어들이 늘어가는데 반해 골프웨어에서는 감도 높은 중장년층 아이템을 선보이는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시즌 론칭한 10개 내외의 신규 브랜드 또한 모두 영층 타깃의 스포티 혹은 스트리트 감성 골프웨어다.

다른 패션 카테고리의 경우 수입 의류를 중심으로 감도 높은 시니어 패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골프웨어에서는 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한 골프웨어 브랜드 디자인 실장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에서조차 아주 짧은 기장의 스커트를 중심 상품으로 선보이는 등 기존 고객보다는 신규 골퍼들을 타깃으로 한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착화된 유통망도 골프웨어 시장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요인 중 하나다. 골프웨어의 중심을 이루는 백화점 유통 수수료가 38  ~  40%이며, 매장 관리는 대부분 중간관리자 형태로 움직인다. 수수료와 인건비가 적어도 매출의 50  ~  60%를 차지하고 있고,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이라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브랜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프라인 유통망 · 전개 방식 고착화

한 골프웨어 브랜드 임원은 “유통 부문에서 큰 변화를 꾀하기가 어렵다.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 중이지만, 매장 매니저들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관리해 온 시장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친숙한 2030 세대의 유입이 크게 증가했지만 그래도 골프웨어 마켓의 중심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형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골프장의 숍인숍 매장도 브랜드들의 새로운 유통 판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입점 브랜드나 운영 형식의 변화 없이 고리타분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골프장 숍인숍 매장의 경우에도 수수료와 중간관리 비용이 매출의 50%를 차지하며, 위탁판매 형식으로 전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높은 배수 정책과 상품, 유통망이 고착화돼 있던 국내 패션 기업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급격하게 외면받기 시작한 것처럼 골프웨어 시장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위기를 맞을 것이다. 골프는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과도하게 부풀린 골프웨어 시장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패션비즈=강지수 기자]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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