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뷰] 부모X자녀 협업 '장인 브랜드' 성수동 살린다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0.07.15 ∙ 조회수 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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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제조 기반과 섬세한 브랜드로 윈윈한다! 최근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부모 세대와 디자인 및 마케팅 파워를 갖고 있는 자녀 세대의 협업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브랜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부자 승계라는 흔한 2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업체로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사양화 길로 접어든 국내 잡화 제조 시장에서 부모 세대의 일을 그대로 이어받는 대신 좀더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 전개를 선택한 자녀들의 모습이 특징적이다.
제조는 자체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파트너를 얻음으로써 성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고, 브랜드는 경쟁사 대비 기술 개발이나 생산 부문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든든한 성장 기반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 접근은 열악한 제조 환경에 우리 세대와는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 이정상 레더시스 대표
제조 명인 아버지와 디자인 전공 딸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아버지는 제조 공장에서 다양한 주문을 처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딸은 그 공장의 특장점을 강조할 색다른 가죽 소재 개발과 ODM 디자인을 ‘브랜드’로 테스트 한다. 27년 된 핸드백 OEM/ODM 제조 기업 레더시스의 이정상 대표와 그의 딸인 이은진 일리일리 대표의 이야기다.
아버지 이정상 대표는 꼼꼼하고 섬세한 손 기술로 월 6000개 이상 생산 규모를 유지하며 국내에서는 루이까또즈와 메트로시티 등 라이선스 브랜드의 오랜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는 OEM 수출을 병행하고 있으며 클레임 없는 높은 퀄리티로 유명하다.
그의 딸인 이은진 대표는 어릴 때부터 가죽 가공하는 방법이나 제조 경험을 쌓으면서 가방 디자인에 대한 꿈을 키우다 2017년 직접 ‘일리일리’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가방 브랜드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소재나 가공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말 다양한 아이템을 테스트하다 ‘특수 방수 우레탄 가공법’을 개발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시도하지 않는 가공법으로 해외에서는 애슬레저뿐 아니라 패션 가방에도 많이 사용하는 가공법이다. 일리일리는 이 가공법을 중심으로 '테니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백을 선보이고 있다.
두 부녀는 제조와 소재 개발, 가방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며 각자 사업부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 악화로 조만간 공장 규모를 줄일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는 아직도 눈이 반짝이는 모습에서 일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신발 패턴 장인 아버지와 촬영 전공자 아들
정희균 옹디느 대표 & 정종근 로우플로우 대표
"중국산 신발들이 ‘수제화’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가 브랜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수제화 브랜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정종근 로우플로우 대표
성수동을 기반으로 한 수제화 브랜드 중, 유독 입소문이 난 ‘로우플로우’. 맞춤 수제화로 시작해 온라인, 특히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에서 이름을 날리며 성수동의 대표 수제화 브랜드 반열에 올라섰다. 로우플로우는 40년 넘게 여성화 제조 공장을 운영해 온 정희균 옹디느 사장의 아들, 정종근 대표가 론칭한 브랜드다.
국내 제화 생산량이 줄면서 아버지 공장의 주문 물량도 자연스레 줄었고, 결국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공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브랜드가 로우플로우다. 창고로 사용하던 지하 공간을 모두 걷어내고 쇼룸을 만들었다. 로우플로우라는 브랜드명은 낮은 곳에서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희균 대표는 처음에 아들의 합류를 극구 반대했다. 대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친 아들이 힘들고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화 업계에 발을 들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촬영을 전공한 아들이 합류하면서 공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했고, 지금은 세대가 변해도 아들이 공장을 잘 이끌어가길 바라게 됐다고.
다행히 공룡 포탈 '네이버'에 '성수동수제화' 카테고리가 생기던 2015년 론칭해, 입점과 동시에 온라인에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제화는 온라인에서 팔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을 때라 로우플로우의 성장은 성수동 일대에서 화두가 됐다.
한 번 구매한 고객들의 재구매가 계속 이어진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공장의 특화된 기술력을 꼽았다. 정희균 대표는 저부 부문에, 큰아버지는 봉제 부문의 장인으로 두 사람은 40년 동안 함께 공장을 이끌며 기술을 닦아왔다. 최종 검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 제화 마스터 아버지와 모델 전공 아들
서교석 바쏘 대표 & 서명원 피에드마리에 디자이너
"라스트와 패턴 개발, 임가공 등 신발의 전 생산 과정을
제대로 마스터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생산처의 급변과 기술자들의 고령화 등 세상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교석 바쏘 대표
수제화 공장이 모여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14년 동안 품질에 대한 고집으로 입소문이 난 바쏘(VASSO). 오랜 시간 이어온 아버지의 노하우와 히스토리를 그의 아들이 슈즈 브랜드 ‘피에드마리에’와 ‘티니지오’로 잇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공장에 친숙했던 서명원 대표는 2015년 제대하자마자 제조 현장에 합류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장에서 검수 작업 등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 대표는 슈즈에 대한 고집이 남다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이끌어 온 공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버지 서교석 사장이 닦아 놓은 공장 기반과 최상의 기술력에 패션에 관심이 많고 모델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젊은 감각을 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 그렇게 아티스틱한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 슈즈 '피에드마리에'와 1:1 커스텀 슈즈 '티니지오'를 론칭한 이들은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교석 사장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자신 역시 제조 외에 경영인으로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은 제조와 경영, 아들은 디자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생산처의 급변과 기술자들의 고령화 등 세상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현재 국내 슈즈 브랜드의 성장이 둔화된 상태인데, 이들처럼 공장 자체를 키우는 것보다 공장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 공장의 장점을 살리는 품앗이 형태로 산업이 발전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국내 슈즈 생산량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ODM 보다는 OBM(브랜드 생산 개발) 형태의 제작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전달한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강지수 기자, 촬영=구경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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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업의 부자 승계라는 흔한 2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업체로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사양화 길로 접어든 국내 잡화 제조 시장에서 부모 세대의 일을 그대로 이어받는 대신 좀더 발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 전개를 선택한 자녀들의 모습이 특징적이다.
제조는 자체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파트너를 얻음으로써 성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고, 브랜드는 경쟁사 대비 기술 개발이나 생산 부문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든든한 성장 기반을 얻을 수 있다.
■ 제조 장인 아버지와 디자인 수재 딸
이정상 레더시스 대표 & 이은진 일리일리 대표
젊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 이정상 레더시스 대표
제조 명인 아버지와 디자인 전공 딸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아버지는 제조 공장에서 다양한 주문을 처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딸은 그 공장의 특장점을 강조할 색다른 가죽 소재 개발과 ODM 디자인을 ‘브랜드’로 테스트 한다. 27년 된 핸드백 OEM/ODM 제조 기업 레더시스의 이정상 대표와 그의 딸인 이은진 일리일리 대표의 이야기다.
아버지 이정상 대표는 꼼꼼하고 섬세한 손 기술로 월 6000개 이상 생산 규모를 유지하며 국내에서는 루이까또즈와 메트로시티 등 라이선스 브랜드의 오랜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는 OEM 수출을 병행하고 있으며 클레임 없는 높은 퀄리티로 유명하다.
그의 딸인 이은진 대표는 어릴 때부터 가죽 가공하는 방법이나 제조 경험을 쌓으면서 가방 디자인에 대한 꿈을 키우다 2017년 직접 ‘일리일리’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가방 브랜드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소재나 가공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말 다양한 아이템을 테스트하다 ‘특수 방수 우레탄 가공법’을 개발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시도하지 않는 가공법으로 해외에서는 애슬레저뿐 아니라 패션 가방에도 많이 사용하는 가공법이다. 일리일리는 이 가공법을 중심으로 '테니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백을 선보이고 있다.
두 부녀는 제조와 소재 개발, 가방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며 각자 사업부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 악화로 조만간 공장 규모를 줄일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는 아직도 눈이 반짝이는 모습에서 일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신발 패턴 장인 아버지와 촬영 전공자 아들
정희균 옹디느 대표 & 정종근 로우플로우 대표
'성수동 수제화'가 브랜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수제화 브랜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정종근 로우플로우 대표
성수동을 기반으로 한 수제화 브랜드 중, 유독 입소문이 난 ‘로우플로우’. 맞춤 수제화로 시작해 온라인, 특히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에서 이름을 날리며 성수동의 대표 수제화 브랜드 반열에 올라섰다. 로우플로우는 40년 넘게 여성화 제조 공장을 운영해 온 정희균 옹디느 사장의 아들, 정종근 대표가 론칭한 브랜드다.
국내 제화 생산량이 줄면서 아버지 공장의 주문 물량도 자연스레 줄었고, 결국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공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브랜드가 로우플로우다. 창고로 사용하던 지하 공간을 모두 걷어내고 쇼룸을 만들었다. 로우플로우라는 브랜드명은 낮은 곳에서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희균 대표는 처음에 아들의 합류를 극구 반대했다. 대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친 아들이 힘들고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화 업계에 발을 들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촬영을 전공한 아들이 합류하면서 공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했고, 지금은 세대가 변해도 아들이 공장을 잘 이끌어가길 바라게 됐다고.
다행히 공룡 포탈 '네이버'에 '성수동수제화' 카테고리가 생기던 2015년 론칭해, 입점과 동시에 온라인에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제화는 온라인에서 팔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을 때라 로우플로우의 성장은 성수동 일대에서 화두가 됐다.
한 번 구매한 고객들의 재구매가 계속 이어진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공장의 특화된 기술력을 꼽았다. 정희균 대표는 저부 부문에, 큰아버지는 봉제 부문의 장인으로 두 사람은 40년 동안 함께 공장을 이끌며 기술을 닦아왔다. 최종 검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 제화 마스터 아버지와 모델 전공 아들
서교석 바쏘 대표 & 서명원 피에드마리에 디자이너
제대로 마스터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생산처의 급변과 기술자들의 고령화 등 세상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교석 바쏘 대표
수제화 공장이 모여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14년 동안 품질에 대한 고집으로 입소문이 난 바쏘(VASSO). 오랜 시간 이어온 아버지의 노하우와 히스토리를 그의 아들이 슈즈 브랜드 ‘피에드마리에’와 ‘티니지오’로 잇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공장에 친숙했던 서명원 대표는 2015년 제대하자마자 제조 현장에 합류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장에서 검수 작업 등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 대표는 슈즈에 대한 고집이 남다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이끌어 온 공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버지 서교석 사장이 닦아 놓은 공장 기반과 최상의 기술력에 패션에 관심이 많고 모델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젊은 감각을 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 그렇게 아티스틱한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 슈즈 '피에드마리에'와 1:1 커스텀 슈즈 '티니지오'를 론칭한 이들은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교석 사장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자신 역시 제조 외에 경영인으로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은 제조와 경영, 아들은 디자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생산처의 급변과 기술자들의 고령화 등 세상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현재 국내 슈즈 브랜드의 성장이 둔화된 상태인데, 이들처럼 공장 자체를 키우는 것보다 공장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 공장의 장점을 살리는 품앗이 형태로 산업이 발전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국내 슈즈 생산량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ODM 보다는 OBM(브랜드 생산 개발) 형태의 제작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전달한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강지수 기자, 촬영=구경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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