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도 파워! 연평균 25% 폭풍 성장
유럽 최대 패션 이커머스… 작년 거래액 규모 11조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0.06.01 ∙ 조회수 1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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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스포티파이에 접속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스트리밍을 위해서는 넷플릭스(Netflix)에 접속하듯이 소비자들이 옷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잘란도에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 잘란도의 목표다. 잘란도는 이에 대해서 ‘패션에서의 시작점(starting point for fashion)’ ‘패션에서의 스포티파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잘란도가 모바일 중심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목표다.
2012년 잘란도가 쇼핑앱을 론칭한 후 모바일을 통한 구매는 전체의 84%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러한 잘란도 고객의 모바일 구매 경향은 고속성장의 키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바일, 특히 앱으로 쇼핑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시작점(entry point)을 갖게 된다고 한다.
휴대폰에 여러 개의 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 CEO인 루빈 리터(Rubin Ritter)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잘란도의 목표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패션상품을 찾는 데 이용하는 유일한 앱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잘란도 미션 = ‘패션의 스포티파이 · 넷플릭스’
잘란도는 고객들이 잘란도앱에서 디지털 쇼핑을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서 2500개의 브랜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 범위는 H&M의 위크데이(Weekday) · 인디텍스의 오이쇼(Oysho) · 풀앤베어(Pull & Bear) · 갭 등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부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그리고 알렉산더맥퀸 · 프라다 · 구찌 · 미소니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광범위한 상품과 브랜드를 포함한다.
잘란도의 공동 창립자인 겐츠(Robert Gentz)와 슈나이더(David Schneider)는 2008년 잘란도 론칭 당시 2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스타트업 벤처를 론칭해서 운영하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학 동창(WHU-Otto Beisheim School of Management)인 겐츠와 슈나이더는 학교를 졸업하고 멕시코로 향했다. 거기서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되기 위해 남미 버전의 페이스북을 론칭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대학 내의 소셜네트워크였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결국 무일푼이 된 둘은 독일로 돌아올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베를린 베이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로켓인터넷 CEO 올리버 샘워(Oliver Samwer)의 도움으로 항공료만큼 일해 주기로 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켓인터넷의 지원금으로 두 번째 벤처인 잘란도를 창립하면서 성공신화가 시작됐다.
글로벌 신용위기 때 론칭… 위기가 기회로!
창립자인 겐츠와 슈나이더는 당시 미국에서 성공한 온라인 비즈니스인 자포스(Zappos.com)에서 영감을 받아서 잘란도를 론칭했다. 자포스는 1999년 창립한 온라인 구두 리테일러로 2009년 아마존이 인수했으며 2018년 매출이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성공한 벤처기업이다. 이처럼 잘란도는 ‘신발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미국에서 검증되자 이를 유럽에 도입했다.
잘란도를 론칭한 2008년 10월은 리먼 브라더스(Rehman Brothers) 은행이 파산하기 2주 전이었다. 론칭하자마자 세계는 글로벌 신용위기로 치닫게 됐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잘란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동안 독일시장에서 파워를 발휘하던 메일오더 회사인 켈(Quelle)과 네커만(Neckermann) 등이 부도가 나서 사라지면서 잘란도가 자리잡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준 셈이 됐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독일시장은 개편되기 시작했고 위기를 기회 삼아 잘란도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론칭 때부터 잘란도는 주문금액과 상관없이 무료배송과 사용하지 않은 반품 상품 도착 후 100일 내 무료반품을 내걸었다. 이는 독일시장 공략과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주요 전략이자 성공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2008년 당시만 해도 독일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특히 구두를 구매하는 것을 별로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었으나 잘란도의 무료배송과 100일 무료반품 정책으로 부담없이 주문을 하게 됐다.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전략으로 고객 공략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료배송과 무료반품 조건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고, 반품률이 50%에 이르렀다. 하지만 잘란도는 개의치 않는다. 반품은 판매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주문 수량이 늘어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무료배송 한도액 정책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 스칸디나비아 · 영국과 아일랜드 등지에서는 3만3750원 이상의 주문금액에 한해서 무료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국가는 계속 무료배송을 운영한다.
이러한 무료배송 및 반품 외에도 잘란도는 다양한 지불수단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고객을 중심에 두는 아이디어라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먼저 입어 보고 나중에 지불(try first, pay later)’하는 방법이다. 주문할 때 결제하지 않고 상품이 도착하면 입어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서비스다. 이를 두고 잘란도는 오프라인 리테일을 결합한 이니셔티브라고 말한다. 구매 전에 피팅룸으로 상품을 가져가서 입어 보고 원하는 상품만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을 온라인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론칭 후 2년도 지나지 않아 잘란도는 재빠르게 구두 전문에서 패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창립 이후 구두의 온라인 리테일 부문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지만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패션으로 옮겨가야 했고, 이러한 카테고리 확대는 잘란도 성장의 도약대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테크놀로지와 물류관리 시스템을 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만큼 패션시장으로의 확대는 신속히 이뤄졌다.
구두로 시작, 패션으로 확장… 스케일 업 계기
2010년 네덜란드 시장에서 패션 상품 판매를 테스트한 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유럽 시장으로 패션 부문을 롤아웃했으며 24개월 만에 유럽의 15개국에서 패션 상품을 판매하게 됐다. 이는 잘란도가 대형 온라인 리테일러(플랫폼)로 성장하는 주요 계기가 됐다. 현재 잘란도는 여성 · 남성 · 아동 부문에서 의류와 잡화, 구두, 화장품 등 50만개의 상품을 제공한다.
론칭 이듬해인 2009년 인근 국가인 오스트리아로 진출하면서 해외 확장을 시작해서 2010년에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으로 확장했으며 현재는 17개 유럽 국가에 진출했다. 잘란도는 유럽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며 각 시장에서 로컬 언어로 된 사이트를 운영한다. 각 사이트에서는 로컬 배송만을 진행한다.
잘란도가 유럽시장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존 같은 미국의 대형 리테일러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 유럽은 하나의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국가별로 다른 여러 개의 시장이 혼합된 독특한 성격으로 미국이나 중국같이 하나의 큰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유럽 포커스 전략… 7개국에서 ‘잘란도’ 운영
국가시장별로 취향, 트렌드, 선호 브랜드도 모두 다르다고 한다. 동시에 미국 시장에 비해서 딜리버리 조건과 지불수단 등이 훨씬 다양하고 까다롭기도 하다. 이렇게 국가별로 시장 특성을 가지는 유럽에 집중한 결과 유럽 최대의 온라인 패션 마켓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지난 10여 년간의 유럽시장 경험으로 이제 새로운 국가시장에 들어갈 때 4주면 론칭이 가능할 정도로 인프라가 구축됐으며, 유연하고 스피디한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잘란도는 진화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미국 온라인 리테일러와 자포스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구두 리테일러’였다가 론칭 후 2년도 안 돼서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로 옮겨갔으며 이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잘란도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상품을 홀세일로 바잉해서 액티브 유저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존의 리테일 모델에서 벗어나 잘란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직접 판매하도록 하는 플랫폼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게임 체인저… 리테일러에서 플랫폼으로
잘란도의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잘란도는 ‘파트너 브랜드’라고 부른다.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잘란도의 규모를 키우고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재고의 부담 없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현재 이커머스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부문으로 잘란도는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 파트너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부가가치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소비자에게는 월등한 편리함과 세그먼트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고 싶은 브랜드를 ‘하나의 데스티네이션’에서 사고 싶어 한다. 모든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편리하게 자신의 예산에 맞는 쇼핑을 원하는 것이다. 잘란도의 내부 데이터에 의하면 고객 1인당 1년에 13개의 다른 브랜드를 구매한다고 한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위해서 잘란도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서 고객에게 풍부한 상품 구색은 물론 인기 상품이 품절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잘란도는 약 2500개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900개의 파트너 브랜드를 통해서 상품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특히 잘란도의 솔루션은 ‘해당 시즌(current season)’ 상품에 포커스를 둔다. 잘란도 상품의 95%는 신상품과 해당 시즌 상품이라고 한다. 이는 아마존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잘란도 상품의 80%는 아마존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아마존은 해당 시즌보다는 이월상품이 많으므로 그만큼 패션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매력적인 브랜드를 많이 확보하는 것은 잘란도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고객 - 편리함, 파트너 - 디지털 전략 제공
현재 잘란도는 나이키부터 버버리까지 900개 브랜드의 290개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잘란도의 디지털 숍윈도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유럽 내 3100만명의 액티브 고객에게 노출되는 것은 파워풀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동시에 브랜드가 상품의 가격이나 세일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으며, 고객들의 상품 구매 정보와 데이터(소비자 인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디지털 부문에서 인프라 없이도 브랜드들은 잘란도를 통해서 D2C(direct-to-consumer) 판매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잘란도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서 물류관리, 테크놀로지, 마케팅 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브랜드들에 제공한다. 플랫폼을 통해서 브랜드의 재고 자산과 잘란도의 데이터를 연결해서 파트너가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주요 서비스로는 ZMS(Zalando Marketing Service)와 ZFS(Zalando Fulfilment Service)가 있다. ZMS는 파트너 브랜드가 가시성을 높이고 타깃 고객에게 상품을 더욱 어필할 수 있도록 커스텀화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750개 브랜드가 이용하고 있다. ZFS는 온라인 오더를 위한 물류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로 브랜드 대신에 잘란도가 상품을 배송하고 반품을 프로세스한다. 현재 이스트팩(Eastpak),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캘빈클라인, 베스트셀러그룹(Bestseller Group) 등을 포함해서 100개의 파트너 브랜드가 ZFS를 이용하고 있다.
파트너 프로그램 강화 위해 PB ‘지라벨’ 철수
잘란도는 파트너 프로그램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그동안 운영 중이던 인하우스 브랜드(zLabels)를 중단했다. 이로써 2010년 론칭해서 운영하던 11개 레이블을 철수하고 550명의 프라이빗 브랜드팀을 해체했다.
이에 대해서 잘란도는 “애초에 프라이빗 브랜드는 잘란도 내에서의 빈 공간을 위한 레인지로 론칭한 것인데, 잘란도가 커지면서 브랜드가 늘어나고 상품구색이 풍부해지면서 스타일과 상품구색 면에서 빈자리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잘란도의 의도는 ‘브랜드 오너(프라이빗 브랜드)로서 다른 브랜드(파트너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리테일러(상품을 판매해서 이익을 만드는)가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잘란도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서 파트너 브랜드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잘란도가 다른 리테일러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운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이소스와 아마존 같은 이테일러는 물론 존 루이스(John Lewis) 같은 백화점들은 모두 프라이빗 브랜드를 강화해서 마진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잘란도는 플랫폼으로 가기 위해서 수익성이 좋은 프라이빗 브랜드 사업을 과감히 포기한 셈이다.
물류관리 전문성과 창고 규모 타의 추종 불허
잘란도의 물류관리 전문성과 물류센터의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료배송과 100일 내 무료 반품 정책’을 통해서 배달과 반품에 대한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창립자들은 초기부터 물류센터를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011년에 물류를 인하우스로 들여왔고 물류관리 네트워크를 ‘엔진룸’이라고 부를 정도로 물류는 잘란도 고속 성장의 토대가 됐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2021년까지 총 13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GMV 규모 27조원을 목표로 하는 잘란도의 물류 규모는 3년마다 2배로 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지난 2월에는 폴란드에 3만9325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오픈한 것 외에도 현재 건축 중인 네덜란드에 4만235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2021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또한 700억원을 투자해서 최대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고객서비스와 물류관리의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를 통해서 올해 내로 전체 오더의 30%를 익일 배달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인프라 스트럭처는 ZFS를 통해서 파트너 브랜드들에도 제공된다.
GMV 규모 11조원… 연간 20~25%씩 성장
온라인 패션 부문에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잘란도의 지난 회계연도 실적은 연간 거래액(GMV) 11조원(+23.6%), 매출은 8조7500억원(+20.3%)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4%에 이르는 등 잘란도는 유럽 패션 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기업 중 하나다. 에이소스(2000년 론칭)가 거의 10년간 주도해 온 유럽의 온라인 패션시장에서 잘란도는 2008년 후발주자로 등장해 3년 만에 에이소스를 추월하더니 현재는 에이소스의 매출 대비 더블을 기록하고 있다.
잘란도는 이러한 파워 성장을 등에 업고 지난 2014년 10월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com) 이후 최대 규모의 테크 상장으로 기록될 만큼 성공적이었다. 상장 후 주가는 매년 평균 60%씩 증가해서 현재 잘란도의 주가 총액은 14조2200억원에 달한다.
잘란도의 이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전략적으로 이익보다는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류센터를 만들거나 아니면 물류관리를 위한 로보틱스나 이미지 인식 기술 등에 투자하는 등 잘란도는 테크놀로지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과 운영을 효율화하고 소비자와 파트너 브랜드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스타일링 서비스와 매출 확대 겸비
성공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매력적인 패션 브랜드를 끊임없이 유치하는 한편 더 많은 액티브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잘란도는 항상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타일링 서비스인 ‘잘론(Zalon)’이다.
2015년 론칭한 무료 스타일 어드바이스로서 700여명의 스타일리스트는 연간 100만명의 잘란도 고객들과 연계해서 아웃핏을 제안하고 있다. 내용은 스타일리스트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아웃핏을 제안해서 약 5~12개 아이템을 고객에게 송부하면 고객은 이중에서 선택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면 된다. 잘란도 측에서는 프리미엄 배송비와 스타일리스트 비용이 추가되지만 결론적으로 고객들의 오더 규모는 더 크다고 한다. 아이템이 아니라 아웃핏을 오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AI를 이용한 아웃핏 제너레이터, AFC
(Algorithmic Fashion Companion)도 운영한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서 아웃핏을 만들고 이를 제안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커스텀화된 제안으로서 고객의 브랜드, 컬러, 카테고리 같은 선호도를 반영하게 된다. 머신러닝을 통해서 완전히 자동화된 것으로 알고리즘을 트레이닝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잘론이나 AFC를 통해서 그저 많은 옷이나 패션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추진, 글로벌패션어젠다와 조인
지난 1월 잘란도는 지속가능성 국제 조직인 글로벌패션어젠다(GFA; Global Fashion Agenda, Global Fashion Summit의 주최자)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GFA는 잘란도 외에도 VF, 셀프리지스, 간니(Ganni), 지스타(G-Star Raw), 탈어패럴(TAL Apparel), 에버레인(Everlane) 등의 파트너를 가지는 패션산업 내 영향력 있는 단체다. GFA와의 조인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지속가능성 전략과 두모어(do. More)의 일환으로 보인다. 공동 CEO인 슈나이더는 두모어에 대해서 ‘잘란도가 지속가능 패션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비전으로서 기후변화 불안증(climate change anxiety)에 대해서 사람과 지구를 사업 운영의 중심에 두고 기업 모델과 소비자의 마인드셋을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잘란도는 2023년까지 탄소제로(carbon neutral)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패키징은 물론 순환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데 포커스를 둔다. 또한 2023년까지 GMV중 지속가능 상품 매출을 20%로 올리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잘란도는 현재 사용 에너지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으며 배송포장은 100%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진다. 쇼핑백은 80%가 재활용 플라스틱, 화장품 역시 100% 재활용 종이를 사용한다. 그동안 패스트패션은 물론 이커머스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사업으로 간주됐다. 이커머스의 경우, 패키지, 배송, 딜리버리, 반품 등으로 탄소 발생이 높기 때문이다. 잘란도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카테고리 두 배로 확장, 리세일도 진출
잘란도는 3년 내 프리미엄과 럭셔리 세그먼트를 두 배로 늘릴 것과 올해 가을 시즌에는 리세일 부문을 론칭할 것을 발표했다. 프리미엄과 럭셔리 부문의 GMV는 2018~2019년 사이에 35%나 성장하는 등 잘란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로 알려지며 이를 개발함으로써 엄청난 잠재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럭셔리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 잘란도는 ‘젊은 고객들이 하이 스트리트 패션브랜드와 스포츠, 디자이너 상품을 믹스앤매치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두고 리치몬트(Richemont Group) 소속의 육스네타포르테(Yoox Net-a-Porter)와 경쟁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현재 빠르게 성장하는 리세일 시장에도 뛰어든다. 올해 3/4분기에 론칭 예정인 잘란도의 리세일 사업은 2018년에 이미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잘란도 고객들을 연계하는 P2P(peer to peer)의 포맷으로 중고패션(curated pre-owned fashion)을 제공하게 된다. 리세일 패션시장은 친환경적인 어필도 있으며 빈티지 요소나 독특한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어필할 뿐 아니라 공급에 제한이 없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미 베스티에르(Vestiaire Collective), 리얼리얼(The Real Real), 스레드업(Thredup), 디폽(Depop)등의 성공적인 리셀러가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잘란도, 5~10년 내 매출 30조원 목표
유럽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잘란도는 후 5~10년 내 유럽 패션마켓 셰어의 5%를 점유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패션시장 규모가 607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므로(EuroMonitor) 잘란도는 현재 매출 규모의 3.5배 수준인 30조원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연평균 성장률 20~25%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2024년까지 GMV 27조원, 매출 17조5500억원을 예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플랫폼 전략에 따라 파트너 프로그램을 적극 푸시할 방침이다. 파트너 프로그램과 패션 리테일(홀세일)의 비중을 궁극적으로 40:60으로 조정하는 한편 마진 역시 2024년까지 10~13%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008년 작은 온라인 구두 리테일러로 시작해 패션 리테일러로 진전하고 현재 유럽의 No.1 온라인 패션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한 잘란도는 그 어느 이커머스보다도 테크놀로지와 물류운영의 노하우 및 인프라가 강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객의 편리성을 고려한 아이디어와 파트너 브랜드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이 서치엔진이 다가 아니듯 그리고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만이 아닌 것처럼 잘란도의 파워가 커지면서 과연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패션산업이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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