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지속가능 소비, '제로웨이스트'로 진화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0.04.27 ∙ 조회수 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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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로 만든 아이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 상품 등 최근 '지속가능' 이슈에 맞춰 친환경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치 트렌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재활용 상품을 많이 내놓고, 그런 아이템을 소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쳐온 패션이 친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다. 그렇지만 소재나 상품의 재활용율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사용하고 버리는 일의 근원인 소비가 줄지 않으면 사실 의미가 없다.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박스와 테이프, 물류 이동시 발생하는 CO2 등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패션 브랜드들이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위해 소재와 상품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 만큼 사용하는 사람들의 소비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줄이기다. 이 개념은 국내에 2015년부터 정착하기 시작해 2018년부터는 일부 운동가들과 개인 브랜드들을 통해 캠페인처럼 퍼지고 있다. 당장 쓰레기가 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부터 세탁 오염물을 줄이는 것, 짧게 사용하고 버릴 아이템은 구매하지 않거나 다시 사용하는 등 익숙하지 않던 친환경 소재 사용 상품을 쓰고, 재활용품을 쓰는 것처럼 소비자들 사이에 천천히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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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FADI


제로웨이스트, 소비 방식에 대한 변화 요구

이미 몇몇 브랜드는 오랫동안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고민했다. 패션은 소비재이기 때문에 사고, 쓰고,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대한 버려지는 시기를 늦추고 버리는 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천 방안을 제안해왔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파타고니아'다. 지난 2018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띄워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캠페인은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이 브랜드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물론 이런 파타고니아의 철학에 반해 당장 상품을 구매하는 대중 소비자는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제공하는 파타고니아의 서비스가 바로 '원 웨어(Worn wear)'가 아닐까. 기왕 우리가 만든 옷을 입고 있다면, 새로 사는 것보다 수선해서 오래오래 입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매 시즌 크게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지사장 최우혁)는 2015년부터 의류 무상 수선 서비스 원웨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파타고니아 상품뿐 아니라 타 브랜드의 아이템도 접수 받고 있으며 각종 봉제 작업은 물론 사이즈 수선, 지퍼나 단추 등 부자재 교체까지 무선으로 해준다. 최근에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2월부터 '원웨어 트럭'으로 전국 매장 투어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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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랜드 X 에코인블랭크 'b bag'


파크랜드, 2015년부터 업사이클링 'b bag' 전개

국내 기업 중에서는 파크랜드(대표 박명규)가 지난 2015년 6월부터 꾸준히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와 친환경 업무 협약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b bag'이라는 결과물로 판매 중이다. 파크랜드가 재고 혹은 하자있는 상품이나 옷을 만들고 남은 원단 등을 제공하면, 에코인블랭크가 이 원단들로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를 지닌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 상품은 '직소백(jigsaw bag)'인데, 이 상품 제작애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노동력이 사용되고 있어 친환경 업사이클링 외에도 경력단절 여성들의 자립화 지원이라는 의미있는 사회적 가치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협업은 남아 버려지는 원단이나 부자재를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제로 웨이스트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유휴 원단으로 만든 상품임에도 내구성이 탄탄해 오래 사용하기 좋고, 원단에 따라 디자인도 다양하게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이 상품은 파크랜드 매장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숍'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COO 이규호)의 '래코드'도 파크랜드와 유사한 의미의 업사이클링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등 자사 브랜드의 재고 상품 원단과 부자재를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으로 재탄생 시켜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지는 않지만 코오롱스포츠의 바람막이 재킷이나 후디, 팬츠 등이 백팩이나 메신저백 등으로 변신한 것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솟솟 등 코오롱의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의미있게 전시해 점차 노출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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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루프'


아디다스, 재활용률 100%로 쓰레기 발생 0%에 도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재활용률 100% 상품으로 쓰레기 0%에 도전한다. 오는 2021년 상용화되는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Futurecraft. Loop)’가 그것이다. 2019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한 ‘퓨처크래프트 루프’는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단하나의 재료로 접착제 없이 만들어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20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쳤으며, 테스트 후 닳은 신발은 아디다스가 회수해 새 운동화를 제작하는 데 재활용했다. 재활용도를 높여 1개 신발을 재활용해 1개 신발을 만들게 되는 것이 목표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스피드팩토리 프로젝트가 무산된 지금 2021년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 배출 0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랜드들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고민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실 대부분의 친환경 소비가 오염된 바다나 그 안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의 자극적인 모습으로 인한 인도적 차원의 마음에서 이뤄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기왕 쓰는거 플라스틱이 아닌거를 쓰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일상에서 실천하기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춘천 '요선당' 등 제로웨이스트숍 속속 등장

그런 개념을 쉽게 접하고, 관련 상품들의 편의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최근 많이 생기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숍'이라는 편집숍 겸 체험 공간들이다. 서울 노량진의 '지구', 연희동의 '보틀팩토리' 등 소소하게 알려진 숍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곳은 '제로웨이스트 도시'를 주창한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요선당'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더뉴히어로즈(대표 이태성)라는 스타트업이 춘천시와 협업해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에 맞게 60년 이상된 건축물 외부와 내부에 철거시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조립형 벽돌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한 점부터 눈길을 끈다.

더뉴히어로즈는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고민하는 기업으로 '실버라이닝'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콘삭스'라는 양말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항균 은사를 활용한 항균 원단, 옥수수 섬유를 사용한 양말 등 소재도 친환경적이지만 사용 과정에서 세탁을 적게 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줄이고 그로 인해 마모없이 상품을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현재 '요선당'은 실버라이닝, 콘삭스와 함께 파크랜드의 'B Bag', 제주의 제로웨이스트 브랜드 '소락(sorak)', 자연 세정제 소프너를 사용한 천연 세제, 플라스틱과 화학약품없는 샴푸바 브랜드 '플랑드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세척할 수 있는 실리콘 빨대나 다회용 커피캡슐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용품도 다양하다. 4월 29일까지 춘천시의 지원으로 이어가고, 이후에는 좀 더 다양한 브랜드를 추가해 직접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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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최초 제로웨이스트 숍 '요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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