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시니어부터 퀴어까지 패션시장 강타!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9.11.04 ∙ 조회수 28,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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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 다양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플러스사이즈는 물론 임신부, 시니어, 퀴어(queer, 성소수자)까지 체구나 체형, 나이, 성적 취향 등 다양한 니즈와 문화를 반영한 패션이 이목을 끈다. 날씬한 몸과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가진 모델이 대변하는 패션은 한정적이다. 일부 패션피플이 아니라 일상 속 누구나 누리고 즐길 수 있는 패션을 위해 패션업계가 발벗고 나섰다.

작년 '나이키'의 활약이 불을 당겼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맞선 죄(?)로 화형식을 당하는 등 큰 반발을 겪은 나이키는 다양한 부문에서 목소리를 높혔다. 오히려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그동안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에서 배제시켰던 다양한 여성을 메인에 등장시키며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 아티스트(청하, 엠버, 박나래 등)를 조명하고, 여성 스포츠단을 후원하는 등 국내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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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국내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패션 마케팅과 상품 부문에서 강하게 감지됐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부터 사회적으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까지 스스로 의식하고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도덕적이지 못하거나 차별적인 이미지를 내세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를 직간접 체험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안다르(대표 신애련)의 '안다르'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대표 강민준 이수연)의 '젝시믹스' 같은 브랜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라면서, 여성의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한다면서 늘 전면에는 마르면서도 볼륨있는 백인 여성 모델을 강조하던 이들이 변했다.

안다르는 플러스사이즈 상품과 임신부를 위한 기능성 아이템을 출시하고 여성의 스포츠 임파워먼트를 강조한 인스타그램 영상을 선보였다. 젝시믹스 역시 플러스사이즈 상품 출시와 함께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주축으로 한 화보를 공개했다. 체구가 커도, 체형이 사회적으로 고정화된 아름다움에 부합하지 않아도 누구든 스포츠를 즐기고 편안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상품과 마케팅으로 실현시킨 것.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 이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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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크 자회사 뷰에누보(대표 임용우)의 '비브비브'와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향씨가 제안하는 '66100'은 그동안 제도권 시장에서는 거의 금기시됐던 현실적 체형의 모델들과 속옷 화보를 촬영했다. 잘 다듬어진 전문 모델이 아니라 더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일반인들에게 편안한 착용감을 제안한다는 상품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비브비브는 팬티 라이너 부분을 기존 상품보다 훨씬 길게 만든 '오! 팬티'와 코튼 브라렛을 개발해 실제 입은 사람이 편안한 기능성 속옷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66100은 S부터 XXXL까지 5개 사이즈의 코튼 브라렛과 팬티 세트를 제안해 하루만에 펀딩 목표를 100%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늘 '젊음(young)'만을 외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65세 시니어 모델 김칠두의 활약과 67세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본명 장명숙)'의 등장을 들 수 있다. 눈부신 은발을 시그니처처럼 강조하는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멋지게 할 수 있고, 젊은이 못지 않게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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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F/W 헤라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혜성같이(!) 등장한 김칠두씨는 밀레, 푸마, KEEK, 챔피온 등 1030을 타깃으로 하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스트리트 캐주얼까지 넘나들며 독보적인 화보를 만들어내고 있다. 젊은이들만이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스트리트 캐주얼을 누구보다 잘 소화하는 모습으로 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밀라논나는 불과 채널 오픈 3주밖에 되지 않은 시니어 패션 유튜버다. 그러나 단 1개의 영상으로 일주일만에 구독자 3만명을 돌파하고 이어 8개 영상으로 3주만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하면서 패션계는 물론 여러 콘텐츠 기획사로부터 수많은 제안을 받는 유명인이 됐다.

'한국인 최초 밀라노 유학생' '전 삼풍백화점 명품 바이어 출신' 등 그녀를 수식하는 경력에 맞는 뛰어난 안목으로 SPA '자라'에서 명품처럼 옷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빠르게 자신을 어필했다. 젊은 시절에 대한 동경없이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고 멋지게 사는 모습이 초대형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와는 또 다른 매력의 롤모델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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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퀴어 문화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퀴어 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비교적 열린 편이다. 일부 패션 브랜드는 이런 분위기를 빠르게 캐치해 퀴어 문화를 양지로 끌어와 자신의 브랜드 속 다양성을 강조하고, 유니크한 색을 입히는 똑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 S/S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드랙퀸을 등장시킨 '그라피스트만지' 런웨이와 '메트로시티'의 패션쇼&애프터파티를 들 수 있다. 그라피스트만지는 드랙퀸을 중심으로 '젠더 뉴트럴' 콘셉트를 폴어내 쇼 현장은 물론 이후에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모델들의 메이크업은 물론 런웨이 퍼포먼스도 드랙퀸의 쇼로 꾸며 그들의 문화와 패션의 컬래버를 선보인 것.

메트로시티는 이번 컬랙션에서 '때로는 타인의 시선을 쫓기도 하며, 그것이 강할 수록 자신의 관점이라 여긴다'는 개개인의 관점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슈가 된 것은 바로 애프터 파티 때다. 드랙 아티스트를 초대해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힙합 공연과 협업한 무대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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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브랜드의 행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상징적 인물이 있는데, 바로 드랙 아티스트 '나나 영롱 킴'이다. 국내에서 드랙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크루 '네온밀크'에 소속된 그는 강렬한 이미지와 전문적인 퍼포먼스로 최근 다양한 이벤트와 패션 행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네온밀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속 드랙 아티스트들과 드랙 문화에 대해 알리고 있으며, 최근 컴백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뮤직비디오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드랙 아티스트 크루다.

이런 다양성을 향한 패션계의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말 뿐인 '리얼 웨이' '일상 속 패션' '라이프스타일 반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변하려는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마케팅 방법(일부러 상품 사이즈를 타이트하게만 제안하거나 특정 타깃에게만 노출하는 식)으로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이제 불편해도 예쁜 옷을 찾는 소비자들은 극히 줄었다. 아웃도어, 노마드, 애슬레저까지 대형 트렌드를 거치는 동안 패션의 기본으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편안함이다. 편안함을 위한 기능성 소재와 핏에 이제는 디자인과 트렌드, 마케팅까지 더해졌고 남은 것은 더 다양한 소비자를 향태 타깃을 확대하는 것 뿐이다. 앞으로 패션계가 어떤 다양성을 제안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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