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헤라' 빠진 서울패션위크, 아쉬운 성공?
서울 동대문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F/W 서울패션위크'가 강요한의 '참스'쇼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37개 브랜드가 선보인 '서울컬렉션', 20개 신예들로 구성된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 95개 브랜드 부스로 바이어들과 직접 만난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로 구성됐다.
부가적으로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2019 F/W 하이서울 패션쇼'가 DDP에서 함께 열렸다.(하이서울패션쇼는 19~22일)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오랜만에 서울컬렉션에 모습을 드러낸 강동준의 '디그낙', 임선옥의 '파츠파츠'가 관심을 모았다. 또 서울패션위크 최초로 런던 디자이너 브랜드 '코트와일러'가 참여하고 보그이탈리아의 부편집장인 사라 마이노가 방한해 서울-밀라노 도시간 디자이너 교류와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행사로 도약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장으로 서울패션위크를 활용하기 위한 주최측의 고민과 대안이 많이 엿보였다. 기존 행사장 위치에 변화를 줘 바이어들이 좀 더 수월하게 상담 부스를 오갈 수 있도록 한 점이 그렇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동선에 변화를 준 것이다.
제너레이션넥스트 강조, 실질적 비즈니스의 장으로 진화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의 위치를 기존 서울컬렉션 1관으로 쓰이던 DDP 알림관 A1홀과 국제회의장으로 옮겼고, 서울컬렉션은 기존 알림관 A2홀과 살림관 지하3층 지하주차장에 마련한 무대에서 진행했다. 특히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를 공개된 어울림광장에서 진행해 행사장을 오가는 일반 시민들도 쇼장 밖에서 패션쇼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전 시즌대비 바이어와 브랜드의 미팅이나 매칭 수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평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서울컬렉션에 참여한 한 디자이너는 "쇼 시작 전부터 전 시즌 대비 초청 바이어 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생각보다 바이어와의 매칭은 좋았다"며 "기존 바이어들이 부스를 찾아줬고, 신규 바이어들과의 매칭도 순조롭게 이뤄져 바이어 상담에 대한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바이어에 대한 만족도는 아무래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대형 브랜드간 협업도 다양하게 이뤄져 좀 더 풍성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동호의 '소윙바운더리스'는 나이키, 아메리칸투어리스터와 손잡고 쇼를 진행했다. '그라피스트만지'는 스포츠 '헤드'와 작업했고, '바이브레이트'는 '프로스펙스 오리지널'과 협업했다. '디앤티도트'는 신규 '스트레치엔젤스'를 포함해 공인구 '스타스포츠'와 협업한 농구공, '에스뷰'의 페이스선글라스 등을 선보였다. '부리'는 글로벌 캐릭터 '헬로키티'와의 협업 컬렉션을 공개했고, 얼킨은 디자이너 브랜드 모던알케미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운영과 진행면에서 몇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서울패션위크는 올해 '헤라'라는 메인 스폰서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3년간 스폰서십을 맺고 '헤라서울패션위크'로 운영하던 것이 지난 2019 S/S 헤라서울패션위크를 마지막으로 계약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총괄인 정구호 총감독도 오는 4월로 임무를 마친다고 돼 있으나, 사실상 지난 시즌으로 그의 역할도 종료된 것이라는게 행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나이키 헤드 등 메이저 브랜드와 다채로운 협업 진행
서울패션위크는 시즌별 18억원의 규모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 초청에 30%, 국내외 홍보와 시민참여프로그램 및 운영에 30%의 예산을 배분해 사용하고 있다. 메인 스폰서가 빠졌지만 서울시 자체 예산을 예년과 동일했다. 공식 스폰서가 빠진 만큼의 예산이 줄기는 했으나 서울패션위크는 개별 기업의 후원과 현물 스폰서를 확보해 지출을 줄이는 등 규모있게 예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 메인 홍보대행 업체와의 계약이 쇼 시작 2주전에야 마무리가 되고, 행사장 운영에 도움을 줄 스탭 아르바이트 구인도 그 즈음 이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달 전 진행된 프레스 취재 승인 절차에서 기존보다 취재 구역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프레스 신청 자체가 거부됐다는 매체들이 있었다. 변경된 장소의 문제로 취재 매체를 한정한다는 이유였다.
이 부분에 대해 서울패션위크 측은 "프레스 승인 절차는 상당히 공을 들여 진행하는 부분이다. 에이전시 등 다른 곳에서 프레스로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승인을 해드리고 있다. 미승인 업체의 경우는 매우 적은 수이며 내부적인 기준에 맞지 않아서 반려한 경우일 것"이라며 "선착순으로 마감하거나 기존 패션지 기자들의 승인을 거절하지 않았다. 대부분 마감 이후까지도 최대한 많은 기자들이 올 수 있도록 쇼 직전까지 승인 작업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일부 쇼에서는 바이어와 프레스, VIP가 입장을 하기도 전에 관계자 비표를 무단 활용한 입장이 더 많아 쇼를 시작할 때 쯤에는 자리가 없어 초청을 받은 바이어가 아예 쇼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져 스탭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입장했던 기자들도 촬영석과 좌석이 모자라 쇼 시작 전 쇼장을 나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메인 스폰서 부재, 본 행사까지 아쉬움 남겨
연예 관련 프레스와 팬들만이 다수 입장해 디자이너들에게 집중돼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프론트로에 앉은 셀럽과 아이돌에게 편중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유명 아이돌이나 배우가 오는 쇼에는 입장 단계부터 잡음이 많아 쇼와 쇼 사이에 여유로운 시간이 있음에도 시작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행사장의 위치가 변동된 것도 현장 고지가 부족해 행사장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쇼장을 찾은 한 패션 관계자는 "서울 컬렉션이 열리는 공간이 지난해와 다른데 '살림터 지하3층' '알림관 A2'관' 이렇게만 써져있다보니 정확한 행사장의 층수와 위치를 많이 헷갈렸다. 특히 '살림터 지하3층'은 내리고 보면 '주차장'이라고 써져있는 곳이라 쇼가 열리는 곳이라곤 생각도 못했고, 알림관 A2관은 1층인지 지하1층인지 지하 2층인지 너무 헷갈려서 엘레베이터를 몇 번씩 타고 오르내렸다. 행사 시작시간보다 빨리 왔는데도 찾느라 오래 걸렸다"며 고충을 설명했다.
행사 위치 변동으로 인해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과 패션쇼의 경우 접근성이 매우 좋아진 장점이 있지만, 쇼와 쇼 사이의 시간 안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여 브랜드 수가 줄어 전시즌 대비 서울컬렉션과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의 경우 여유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현장에서 이뤄지던, 이간수문 쪽으로 한참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하이서울패션쇼 중 일부 쇼는 서울패션위크의 메인 쇼와 15분 차이로 배치가 돼 쇼를 보러온 참관객들이 다음 쇼를 위해 거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서울패션위크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하이서울패션쇼와 서울패션위크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소만 같았을 뿐 주최자가 달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에서 맡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기간에 진행하는 행사였다. 안타깝게도 참관객들은 누가 어느 쇼를 주관하고 주최하는지 알지 못한다.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하이서울패션쇼'와의 협업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일까.
참가 브랜드 수 감소, 온라인과 에이전시 통한 글로벌행 선호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참여 브랜드의 수가 줄어든 것이 행사의 빛을 흐렸다. 올해 참가 브랜드는 서울컬렉션 37개,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 20개,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95개, 오프쇼 16개다. 지난 시즌 서울컬렉션 42개 브랜드, 제너레이션넥스트 패션쇼 24개 브랜드,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121개 브랜드, 오프쇼 30개 브랜드에 비하면 참여 브랜드 수가 많이 줄었다.
바이어의 경우 최초 초청 바이어는 100명 내외라고 알려졌지만 바이어의 경우 전년대비 30여명이 많은 160여명이 초청돼 방문했다. 제너레이션넥스트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시즌에는 미주와 유럽 바이어 40여명, 아시아권 바이어 120여명이 방문했다.
지난 시즌에 바이어를 확보한 서울컬렉션 참가 디자이너들의 경우 이번 시즌 바이어와 추가 매칭되면서 기존 바이어와 이번 바이어까지 실질 상담이 이뤄진 바이어 수는 늘었다고 전했지만,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부스 참가만 한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바이어 매칭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대중적인 행사'라는 면에서는 일부 성공을 거뒀는지도 모른다.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DDP의 내리막길에는 한껏 차려입은 국내외 연령불문 '패션꾸러기'들과 그들을 촬영하기 위한 국내외 포토그래퍼들이 연일 북적이며 성황을 이뤘다. 휴대폰을 들고 1인 방송을 진행하는 블로거부터 조명과 전문 카메라를 대동한 채 행사장 곳곳을 누비는 크리에이터까지 다양한 콘텐츠 인플루언서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대중의 패션 놀이터로는 성공, 디자이너에겐 '글쎄'
동아TV가 DDP어울림광장에 대형미디어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쇼를 생중계했고, 서울패션위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네이버 브이 스타일라이브(V StyLive) 채널을 통해 전체 컬렉션을 실시간 중계했다. GN 패션쇼는 어울림 광장에 투명한 공간을 마련해 진행했다. 대중들이 여러가지 루트로 패션쇼를 즐기기 좋은 환경이 된 것.
그렇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애정 어린 비판과 리뷰를 전달해 줄만한 전문가의 자리가 부족했다는 평이 나온다. 쇼에 초청된 연예인이나 셀럽이 아닌 디자이너와 그의 새로운 컬렉션에 집중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브랜드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다. 쉴새없이 터지는 플래시들이 포토월과 프론트로가 아닌 런웨이 위 모델들에게 향하고, 쇼의 진행이 디자이너와 바이어의 매칭에 집중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운영 수완이 요구된다.
해외 진출이 열린 디자이너나 새롭게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국내 컬렉션 데뷔보다는 해외 에이전시나 온라인 쇼륨을 활용한 진출 방안을 더 고려하는 상황이다.
서울패션위크가 공기관에 속해 있는 '시즌 행사'로 대형 스폰서의 유무에 따라 행사의 질이 달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 보다 독립적인 형태로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한국 패션과 디자이너들의 콘텐츠에 대한 부가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 자체를 성공적으로 보이기 위한 부수적인 일보다는 실제 디자이너 컬렉션에 지원이 집중되고 바잉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