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얀싱어 CEO 하차 '빅토리아시크릿' 줄줄이 악재
빅토리아시크릿에 악재가 겹쳤다. 약 2년간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켜오던 얀 싱어가 계속되는 매출 감소와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로 갑작스럽게 하차했다. 수석 마케팅 담당자 에드 라첵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문제의 발언이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며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을 발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에드 라첵 빅토리아시크릿 수석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2018 패션쇼 전 보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트렌스젠더,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은 빅토리아시크릿이 보여주는 '판타지'의 본보기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SNS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기용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트렌스젠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 할리우드 유명 LGBTQ(성소수자 연합) 인사들이 빅토리아시크릿에 대한 실망감을 대대적으로 표명, 이들 모두 빅토리아시크릿 상품 불매 운동을 주장했다. 유명인들의 주장에 소비자들 역시 불매운동을 외치며 거센 비난과 항의를 이어갔다.
급기야 에드 라첵은 빅토리아시크릿 공식 트위터를 통해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에 트렌스젠더 모델 캐스팅 여부에 대한 발언은 무지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앞으로 패션쇼에 플러스 모델을 캐스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여론은 그의 사퇴를 외치며 잦아들지 않았다. 이에따라 대표로 CEO인 얀 싱어가 하차하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빅토리아시크릿의 런웨이 쇼는 1995년 시작했고, 2001년부터 매년 12월 미국에서 TV로 중계됐다. 쇼는 시작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 미국 최대 여성 단체인 ‘전미 여성 기구(NOW)’는 ‘소프트코어 포르노 인포머셜’을 중단하라며 항의했다.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시크릿의 연례 패션쇼는 이제 전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다. 유명 셀러브리티들의 공연은 물론 화려한 무대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완벽한 몸매의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된다. 지난해 무려 11억 명이 쇼를 시청했다. 재작년보다 45%가 증가한 폭발적인 흥행이다.
몸매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독 빅토리아시크릿의 쇼에는 매년 하나같이 키가 크고 마른 모델들이 캐스팅된다. 여기에 백인 모델만 채용하며 비난을 받자 최근에는 유색 인종 모델들도 소수 고용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빅토리아시크릿 쇼에 참여했던 전직 모델들이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은 보도가 공개되기도 했다. 호주 출신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로빈 롤리는 6년 전 빅토리아시크릿 모델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당시 그녀는 랄프로렌, H&M, 샹텔 등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활동하던 모델이었다.
로빈 롤리는 “당시 빅토리아시크릿은 무슨 단식 캠프 같은 어처구니없는 분위기였다"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쇼의 모델이었던 에린 헤서튼 또한 “회사가 살을 빼라고 압력을 가한다. 엄격한 식단과 체중 목표를 맞춰야 했다"라는 인터뷰가 공개되자 빅토리아시크릿을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빅토리아시크릿 측은 “모델들에게 식사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제시한 적이 없다. 우리는 건강한 삶의 방식을 장려한다"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을 돌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니 스티븐스 가디언 기획 편집자는 “개인적으로 이 쇼가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지처럼 사회적으로 보이콧되길 바란다. 음식과 운동이 처벌이 아닌 웰빙의 요소로 장려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속에서 란제리 산업이 재탄생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히는 등 LGBTQ 유명 인사들과 소비자와 함께 질타하는 발언을 더했다.
미국의 대형 패션 기업 엘브랜드(The L Brands)가 보유하고 있는 란제리 회사 빅토리아시크릿은 이탈하는 밀레니얼, XYZ 제너레이션 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 2016년 9월 셰런 제스터 터니에 이어 새로운 CEO로 영입된 얀 싱어는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2016년 초부터는 수영복 라인과 카탈로그를 없애며 현대화를 추구했다. 또 비자 발급 문제로 중국 정부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에서 지난 2017년 패션쇼를 감행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소비자와 윤리 의식으로 여성의 성 상품화 전략을 이어가던 빅토리아시크릿은 얀 싱어의 공격적 경영에도 매년 하락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빅토리아시크릿은 푸시업 브라로 유명해졌지만 미투 운동과 여성 인권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현대 여성들은 전형적인 여성성을 강조한 화려한 제품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실용적인 제품을 더 선호하는 추세로 대표 상품들이 줄줄이 낮은 판매 수치를 보여주며 실망스러운 매출을 보여준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엘브랜드의 주식은 2016 초 이후 61%나 하락했고 올해만 38% 하락했다.
향후 얀 싱어를 대체할 새로운 CEO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매출을 상승시킬 숙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빅토리아시크릿의 부진함 덕분에 신생 란제리 브랜드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이 날씬한 여성을 기준으로 36개 사이즈 상품을 판매하는 데 반해 경쟁업체인 '아메리칸이글, H&M과 같은 대형 패션 업체들은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사이즈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드러브(ThirdLove)'와 '어도어미(Adore Me)'와 같은 신생 브랜드도 약 70여 개 사이즈를 제공하며 온라인에서 센세이션 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패션 시장에서 대세인 포용적 마케팅(Inclusive marketing)의 전형적인 형태로서 향후 빅토리아시크릿 이 브랜드 이미지 탈피로 다시 란제리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설명
1. 위 : 빅토리아시크릿 CEO를 사임한 얀 싱어(출처: 얀 싱어 공식 링크드인(Linkedin) 캡처)
2. 아래 : 빅토리아시크릿 런웨이(출처: 빅토리아시크릿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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