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카르도 티시의 첫 '버버리' 컬렉션은?
2019 S/S를 겨냥한 지난 런던 패션위크 기간 동안 ‘왕중왕 이벤트’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은 패션쇼는? 다름아닌 이탈리아 출신 44세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가 영입된 후 처음으로 디렉팅한 버버리 컬렉션이다. 올 초 버버리에 새롭게 영입된 스타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의 첫 컬렉션은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관련 테마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무려 800여명의 게스트가 참석한 이 쇼는 유명한 트립-합(trip-hop) 컬트 밴드 ‘매시브 어택’과 함께 최근 재단장을 마친 전 중앙 우체국에서 남녀 총 130여개의 모델을 선보이며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동시에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가 지방시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리카르도 티시의 영입을 통해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는지 보여줬다.
“처음 버버리 컬렉션을 진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요즘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인 ‘여행’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런던으로 다시 돌아온 것, 졸업 작품 컬렉션을 선보였던 때(리카르도티시는 세인트마틴 스쿨 출신)로부터 20여년이 지났고, 내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 도시 런던의 진화된 모습으로부터 영감받았다”고 리카르도 티시는 말했다.
그는 과거 지방시에서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의 조합을 파격적으로 시도했던 명성대로 자신이 축적한 미적 감성과 런던에서 받은 영감으로 스트리트 지향적인 라인의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여성의 룩은 코르셋과 레깅스, 미니스커트 등 약간은 과장되고 도시적인 느낌들 잘 살려줬다. 남성 라인은 와이드 쇼트 팬츠와 매우 스포티한 라인, 버버리의 시그니처인 타탄 체크(베이지, 블랙& 레드 컬러)를 재발견한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특히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가 그동안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저지 이브닝 드레스 시리즈로 그만의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줬다. 블랙 컬러의 어두운 톤에 긴 기장,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실루엣에 일부 스타일은 은은한 비즈 장식으로 더욱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브랜드가 강조하는 새로운 전략 중 하나인 '하이-럭셔리'를 제대로 표현했다.
보통 패션쇼의 게스트 첫 라인은 셀러브리티들의 각축장이 되는 버버리의 그동안 관습과 달리 켄달 제너와 조단 던 등 톱 셀러브리티 모델들은 패션쇼 런웨이에 직접 그 모습을 보였다. 패션쇼 초반에 무대를 누빈 모델들은 런던의 고급스런 거리인 ‘메이페어(Mayfair)’를 누비는 엘레강스 레이디를 타깃으로 한 듯 완벽한 컷의 재킷과 쉬폰 드레스, 플리츠 실크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후반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스트리트웨어 느낌을 강조하는 측면에서)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진행한 펑크&록 걸의 좀 더 쿨하고 영한 룩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버버리를 사랑하는 클래식 팬들도 잊지 않았다. 좀 더 전통적인 라인의 의상들, 특히 버버리의 늘 반복되는 레파토리이자 영국 브랜드의 타임리스한 대표 아이템인 베이지 트렌치 코트를 진지하게 재해석했다. 버버리 체크의 시그니처 컬러인 베이지와 레드& 블랙을 세로 스트라이프 시리즈로 개발해 실크 셔츠나 팬츠 등에 프린트로 응용하는 등 독특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눈에 띄는 것은 버버리 로고 'B'를 부드러운 커브로 새롭게 제작해 모노그램처럼 응용한 부분이다. 그는 지방시 재직 시절 수많은 액세서리 히트 아이템을 만든 저력으로 이번 버버리 컬렉션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B자 골드 도금 버클을 장식한 '패니 팩(fanny pack, 허리 벨트에 매는 작은 가방)'을 비롯, 다양한 아이템을 자신만의 시크한 코드로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을 ‘킹덤(Kingdom)’으로 지칭한 리카르도 티시는 “나는 늘 런던을 사랑했고 다시 이곳에 살게되서 기쁘다. 런던과 그 절충주의적 다양성은 매일 나에게 영감을 준다. 내가 무엇인가 찾기 위해 브랜드 아카이브(자료실)를 가면 항상 더 아름다운 버버리의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리카르도 티시는 컬렉션 외에도 영입되자 마자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아티스트 그래함 허드슨을 고용해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한 거친 스카폴딩(발판)에 대규모의 작품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펼쳤다.
리카르도 티시는 지난 2001년부터 버버리를 지키며 디렉터와 CEO 자리까지 꿰찼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후임으로 올해 3월 전격 영입됐다. 같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셀린느의 CEO로 일했던 마르코 고베티 또한 1856년 설립된 영국 브랜드를 침체된 경기 속에 살려내기 위해 지난해 먼저 공식적으로 선임됐고, 이후 올초에 진행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의 영입까지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버버리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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