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셀린느」 새 디렉터 에디 슬리먼 야심찬 행보
스타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49세)이 LVMH그룹에 속한 브랜드 「셀린느」의 남성복 라인과 향수 론칭까지 책임지며 야심찬 출발을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셀린느」로 출근하기 시작한 에디 슬리먼은 현재 광고 캠페인과 매장 콘셉트 등 브랜드 이미지와 아티스틱 크리에이션 디렉터로 전체적인 컬렉션과 액세서리, 가죽상품 등 모든 라인을 손보고 있다.
그의 영입으로 「셀린느」는 스타일에 전반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성복 라인에 각별한 재능을 보였던 그는 남성복 컬렉션 뿐 아니라 향수 쿠튀르 라인까지 새롭게 론칭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패션계는 에디 슬리먼이 「샤넬 옴므」를 론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셀린느」에서 이루어지게 됐다. 지난 2016년 4월 「생로랑」을 떠난지 2년 가까운 시점에 에디 슬리먼은 그가 몸 담았던 케링그룹을 떠나 라이벌이자 자신의 친정인 LVMH그룹에 다시 조인하게 된 것.
지난해 12월 말 퇴사를 선언한 피비 필로의 후임으로 「셀린느」를 이끌어가게 됐다. 지난 10여년간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브리티시 터치로 「셀린느」를 부활시킨 영국 출신 디자이너 피비필로에 이어 그가 어떤 디자인세계를 펼쳐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사실 그와의 조인 발표는 피비 필로의 퇴사 소식이 알려진지 불과 한 달도 안돼 이뤄진 것이라 LVMH그룹이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레디투웨어, 액세서리 뿐 아니라 특히 베스트셀링 백으로 엄청난 매출 바람을 일으키며 「셀린느」의 성공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디렉터 피비 필로의 후임 이슈가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스피디한 결정은 의외라는 평가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록큰롤적인 에스테틱과 몸에 붙는 슬림한 컷으로 스트리트 패션에 큰 영감이 됐던 슬리먼은 2000년~ 2007년까지 LVMH그룹의 「디오르 옴므」 디렉션을 맡아 일하기 전까지는 패션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디오르 옴므」에서 특유의 슬림한 테일러드 수트와 안드로지너스(양성적) 룩으로 유명세를 타며 스타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케링 그룹의 「생로랑」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했으며 「생로랑」과 결별 이후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로 활동해왔다.
무엇보다 「셀린느」는 남성복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LVMH가 넓은 팬층과 매출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에디 슬리먼을 전략적으로 낙점하면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하게 됐다. “베르나르 아르노(LVMH 회장)를 다시 만나서 매우 기뻤고 메종 「셀린느」를 위해 총체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에디 슬리먼은 밝혔다. “패션과 쿠튀르 아틀리에 세계로 돌아오게 돼 기쁘고 기대된다.”
에디 슬리먼이 진행하게 되는 첫 컬렉션 패션쇼는 오는 9월에 열리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2019 S/S 남성과 여성 컬렉션이다. 에디 슬리먼은 현재 거주하는 LA와 파리를 오가며 컬렉션을 진행하고 당장 남성복 디자이너 충원은 하지 않고 현재 파리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팀이 남녀 컬렉션과 샘플링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 소식통은 “파리에 가능한 빨리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남성복 전용 부티크를 오픈할 것이다”라고 전하며 그가 이미 자신이 디렉팅한 라인을 선보일 플래그십 스토아 오프닝을 위해 몇몇 부티크를 방문했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르나르 아르노는 에디 슬리먼을 “우리 시대의 가장 재능있는 디자이너”라며 “나는 그가 「디오르 옴므」를 론칭, 디렉팅할 때부터 존중하고 그에 감탄했다. 그의 영입은 LVMH그룹이 메종 「셀린느」를 위해 가진 원대한 계획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라고 추켜세웠다.
“나는 에디 슬리먼이 우리의 가장 상징적인 프렌치 메종 중 하나인 「셀린느」에 그만의 유니크한 미적, 예술적 감각과 국제적이고 글로벌한 비전을 불러넣을 것을 확신한다.”고 아르노 회장은 덧붙였다. 1945년 셀린느 비피아나가 설립한 「셀린느」는 프렌치 쿠튀르 메종으로 1996년에 LVMH그룹에 속하게 됐으며 세브린 메를(Séverine Merle)이 경영을 맡고 140여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한편 「셀린느」는 피비 필로 영입 이후 지난 2009년부터 매출이 4배로 뛰어 현재 10억유로(약1조 3000억원) 에 이르며 쿨한 룩의 대명사 에디 슬리먼의 영입으로 앞으로 5년내에 매출이 두배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측근은 전했다. 「셀린느」의 첫 향수는 앞으로 1년~1년반 후에 론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레디투웨어와는 차별화된 수공예 패션인 쿠튀르 라인 개발과 함께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재 오트쿠튀르 조건은 법적으로 보호되고 인정된 라벨로 현재14개 메종이 있다.
「생로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브랜드를 부활시켰던 에디 슬리먼은 여러 브랜드들의 카피 대상이었던 특유의 샤프한 실루엣, 그런지하면서도 블링한 록 스타일로 젊은 고객들을 유혹하며 엄청난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지난 2011년 3억 5,300만유로(약 4,589억원)였던 「생로랑」 매출은 2015년 9억 7,400만유로(약 1조 2,662억원)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그가 「생로랑」을 떠날 때 마찰이 있었고 케링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에디 슬리먼이 이후 법원에 비경쟁 조항(non-competition clause)을 이유로 회사측에 1300만 유로(약 169억원)를 청구하기도 했다.
패션계의 총아로 튀니지 출신의 부친과 이탈리아 출신의 모친 사이에 태어난 그는 미스테리함을 즐기며 미디어 노출을 조심하는 스타일이다. 한편 그의 팬으로 알려진 「샤넬」의 전설적인 디렉터 칼 라거펠드가 슬리먼이 진행한 「디오르 옴므」의 슬림 수트를 입기 위해 40킬로를 감량한 것은 패션계의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10여년 넘게 이어온 슬림 팬츠 유행이 지나면서 여성과 남성 모두 과거와는 착장 방식이 많이 달라졌고 오늘날 라지한 볼륨감과 스포츠웨어가 옷장의 주를 이루는 터라 포토, 음악 등에 다재 다능한 록 에스테틱의 이 멀티 플레이어가 얼마나 지난 10여년간 피비 필로가 굳건히 다져 놓은 미니멀하고 타임리스한 「셀린느」 스타일에 잘 적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미래를 위해 그만의 비전을 투여한 급진적이고 360도 조율된 총체적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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