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 「갭」 「빅토리아시크릿」…
美 패션 1세대 브랜드 적신호?!
gihyangkan|17.12.26 ∙ 조회수 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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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2017, 전환기 미국패션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에 따라 JC페니, 콜스(Kohl’s), 케이마트와 같은 미국 대표 쇼핑몰들은 물론 지역마다 존재하는 개인 투자회사에서 설립한 작은 쇼핑몰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리서치 회사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가 “오는 10년 사이 최소 15% 이상의 쇼핑몰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미국 현지 비즈니스 매체들은 너도나도 미국 쇼핑몰의 몰락을 예견한다.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쇼핑몰의 판매 수익은 2000년도부터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인다. 2000년 약 20조원의 수익을 올리던 쇼핑몰들은 2016년 15조원으로 감소하며 약 25%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높아지는 물가, 유통 단가, 부동산 세금,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반면 미국 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2000년도부터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7년 이미 미국 오프라인 쇼핑몰 규모와 동일한 1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40조원을 돌파하며 오프라인 쇼핑몰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쇼핑몰 입점객 수 50% 하락, JC페니 등 직격탄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패션 브랜드들과 백화점, 생활잡화, 식당, 살롱 등이 모여 있어 토털 쇼핑이 가능한 ‘몰(Mall)’ 중심 소비 패턴이 압도적이다. 뉴욕 맨해튼, LA 다운타운과 같이 고급 부티크와 브랜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심을 제외하고 교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주차가 편하고 원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물론 백화점과 생필품 가게가 고루 입점해 있는 쇼핑몰을 선호해 왔다.
이러한 쇼핑몰 문화는 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하는 시기에도 건재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보급화와 함께 아마존, 월마트, 구글 익스프레스와 같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편리한 애플리케이션, 나날이 발전하는 배송 서비스를 통해 미국인들의 삶에 빠르고 확실하게 퍼지면서 쇼핑몰 쇼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다.
쇼핑몰과 함께 미국 쇼핑몰 패션 브랜드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몰 쇼핑객들을 타깃으로 하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이글」은 이미지 변신을 통해 새로운 타깃 고객들을 유입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에어로포스텔」은 지난해 파산 신청 이후 대규모로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했다.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이글」 매장 줄여
「갭」 또한 타격을 받고 빠르게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는 동시에 온라인 쇼핑을 장려하며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빅토리아시크릿」 「아메리칸어패럴」 등 브랜드들은 올해 내내 급격한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아베크롬비&피치」는 아메리칸 틴 캐주얼로 2000~2010년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세대*에게는 상징적인 브랜드다. 큰 무스 로고, 완벽한 미모의 금발 모델, 높은 가격대로 10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아메리칸 틴 패션을 이끈 선구자였다.
「아베크롬비&피치」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아메리칸이글」 역시 이를 바짝 쫓으며 아메리칸 틴 캐주얼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쇼핑몰 브랜드로서 공격적으로 전개하던 두 브랜드는 현재 빠르게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세대교체 따른 변화
올해 기준 「아베크롬비&피치」는 694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아메리칸이글」은 935개를 미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매장 수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현 밀레니얼세대가 20~30대의 나이로 접어들어 더 이상 틴 패션을 선호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매출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출생해 소셜미디어 테크놀로지와 함께 성장한 새로운 10대 Z세대*는 이러한 틴 패션이 추구하던 이상적인 아름다움, ‘쿨 키즈’ 마케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Z세대는 로고를 배제하고 또래와 다름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즉각 피드백을 받는 온라인에 더 익숙한 만큼 쇼핑몰을 멀리하며 ‘쿨’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쇼핑몰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에 집중해 온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이글」은 Z세대의 외면을 받았다. 오프라인 중심의 매장 인테리어 구축, 온라인 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오프라인 전용 세일 기간 등의 마케팅은 SNS와 온라인에 익숙한 Z세대를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방과 후 친구들과 쇼핑몰에 들러 쇼핑, 식사,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던 밀레니얼세대의 놀이 문화는 Z세대에서는 SNS와 온라인 채팅으로 교체됐다.
밀레니얼 → Z세대, 쇼핑몰 대신 SNS와 채팅
뒤늦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두 브랜드는 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SNS, 온라인 쇼핑몰 보강, 무료 배송과 반품 서비스로 온라인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아베크롬비&피치」의 자매 브랜드 「홀리스터」는 SNS 스냅챗에 브랜드 전용 필터를 만들고 ‘홀리스터 클럽(Hollister Club)’을 만들어 Z세대와 소통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베크롬비&피치」는 지난해 하반기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발표하며 세련되고 더 감각적인 컬렉션을 발표했다. 무스를 없앤 브랜드 로고와 함께 유행하는 실루엣, 애슬레저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스포츠웨어, 편안한 니트 라인을 대폭 늘리며 Z세대와 기존 고객인 밀레니얼세대를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 인테리어도 새로운 로고와 밝고 가벼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며 브랜드 이미지 변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크롬비&피치」, 무스 로고 없애고 매장 밝게
「아메리칸이글」 또한 이러한 세대교체에 대처하기 위해 캐주얼시장을 독식하는 패스트패션에 맞불을 놓기보다는 기대 이상으로 이윤을 남긴 데님 라인을 강화해 데님 카테고리에 투자하고 서브브랜드 「에어리」 개발에 집중한다.
「아메리칸이글」 매장에 들어서면 남성복, 여성복 둘 다 다양한 핏의 데님이 길이별로 정리돼 있다. 대표 퍼포먼스 라인은 신축성과 복원성을 극대화하는 플렉스(Flex) 기술을 이용해 사방 스트레치 원단으로 제작한 만큼 편안한 착용감이 인상적인 제품을 중점으로 배치했다.
또한 「아메리칸이글」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이상 온라인 매출을 올렸다.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는 소비자들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개인화, 단골고객, 국제화’라는 목표를 진행했다.
「아메리칸이글」, 데님 브랜드로 거듭나자 총력
웹사이트의 전반적인 기능성을 높이고, 편안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페이팔, 송금과 같은 체크아웃도 이에 집중해 고르기 쉽고 사기 쉬운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했다. 여기에 SNS, 나이, 취향을 미리 설정해 두면 인공지능이 추천 상품을 보여 주고 단골고객들에게 이메일 쿠폰을 보내 주는 등 「아메리칸이글」은 지난해 미국 온라인 매장 톱 500위권에 들었다.
이처럼 아메리칸 캐주얼은 세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전략과 온라인 매장에 집중하며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쇼핑몰 문화의 약세는 단순히 쇼핑할 수 있는 장소가 일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메리칸 틴 캐주얼의 하락세와 함께 굳건했던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몰고 온다.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이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아메리칸 틴 캐주얼 브랜드 「에어로포스탈」은 지난해 챕터 11-파산 신청을 하며 뉴욕 패션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파산이 인정된 이후 지난해 9월2일 브랜드는 경매로 기업 연합 및 청산인들이 2433만달러에 매입해 229개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운영하게 됐다. 온라인 매장 역시 계속 운영하며 파산 이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파산 & 경매 넘어간 「에어로포스탈」 재도약
「에어로포스탈」은 아메리칸 틴 캐주얼 경쟁 브랜드들 사이에서 가장 어린 고객들을 중심으로 저가의 브랜드를 전개해 왔다. 초등학생, 중학생과 같은 주니어 의류와 성인 스타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그러나 2010년도 이후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유입에 따라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이러한 시기에 브랜드의 정체성, 불편한 온라인 몰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파산을 불러왔다.
「에어로포스탈」은 지금 뉴욕 맨해튼 본사 인원 감축, 온라인 매장 쇼핑 개선에 가장 먼저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회사 사정으로 현재(11월11일 뉴욕 시간 기준) 공식 홈페이지는 공사 중이다. 등록된 제품들도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하는 것치고는 간소해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인들이 한 벌쯤은 가지고 있을 의류 브랜드들도 연달아 올해 파산을 신청했다. 「더리미티드」 「웨트실」 「루21」 「페이리스」 「엠시스포츠」 등 브랜드가 경영난으로 파산 신청을 마친 상태다.
「더리미티드」 「웨트실」 「페이리스」 등도 파산
「제이크루」의 CEO 미키 드렉슬러는 “패션 유통업계 CEO들이 전자상거래, 인터넷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점을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편 일침을 가했다.
「빅토리아시크릿」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시크릿」은 1977년 론칭 이후 미국 내 가장 큰 여성 속옷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부티크 여성 속옷 브랜드였던 「빅토리아시크릿」은 1982년 엘브랜드(The L Brands)의 창시자 레슬리 웩스너에게 매각된 이후 5년 내 346개 매장을 가진 거대 공룡 브랜드로의 역사를 시작했다.
1980~1990년대 「빅토리아시크릿」은 미국의 쇼핑몰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오픈하며 ‘쇼핑몰 브랜드’의 역사를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유일하게 미국 내 전국적인 유통망과 체인점을 가진 여성 속옷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며 1990년대 당시 경제 분석가들에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라는 극찬을 받았다.
쇼핑몰 대표 「빅토리아시크릿」도 예외 아냐
1992년에는 「빅토리아시크릿」 향수 라인도 론칭하며 섹시한 여성 속옷, 향수, 잠옷 등 카테고리를 넓혀 갔다. 여기에 컬렉션을 발표하는 패션쇼는 당대 가장 탄탄한 몸매를 가진 금발 미녀들이 천사 날개를 달고 런웨이를 걸어, 그들에게 ‘엔젤’이라는 애칭이 붙으며 매해 세계 패션계의 이목을 끌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보석으로 제작된 특별 속옷까지 런웨이에서 공개하며 자극적인 뉴스 헤드라인의 주인공이 되는 동시에 여성들에게 이상적인 여성의 몸매와 미모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인터넷 보급화, 여성 인권에 대한 경각심, 밀레니얼세대로의 교체는 금발 미녀에 대한 이상형을 거부하고 플러스 사이즈, 다양한 인종 · 피부색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운동이 미국 내에서 시작됐다.
90년대식 섹시한 금발 미녀 엔젤 마케팅도 No
이에 따라 「빅토리아시크릿」은 당시 흑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을 무대에 세우며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지만 이미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떠난 고객들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동시에 너도나도 구매하는 쇼핑몰 브랜드를 거부하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한 밀레니얼세대 고객들은 「라펠라」 「월포드(Wolford)」 같은 고급 브랜드나 타깃, 월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속옷을 찾기 시작했다.
2010년도부터 「빅토리아시크릿」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유통과 퀄리티 컨트롤에 투자를 늘리며 기존 고객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무료 반품, 오프라인 매장 교환과 같은 온 · 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는 물론 매달 「빅토리아시크릿」 멤버십 가입 고객들에게 무료로 팬티 1장을 증정하는 이벤트, 오프라인 매장 방문 시 무료 속옷 사이즈 측정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들의 발걸음을 잡으려 하는 중이다.
나아가 공식 SNS채널을 통해 「빅토리아시크릿」 엔젤들의 일상을 1990년대와는 다르게 솔직하고 꾸밈없이 보여 주면서 이미지 탈피를 도모하며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잡으려 한다. 옛날 엔젤들이 완벽한 미모를 중점적으로 보여 주었다면 지금은 엔젤들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 평소 스트레스를 푸는 법, 건강한 식단과 같이 현재의 타깃 세대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다.
온라인 유통 강화, 무료 반품, 온 · 오프 통합 서비스지난 11월1일 엘브랜드가 공식 발표한 「빅토리아시크릿」의 10월 판매 리포트를 보면 브랜드 성장률이 -2%를 기록했으나 온라인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12월 홀리데이 시즌 흑자를 내며 태세 전환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89년 파격적인 시도들을 선보이며 패션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캐주얼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이다. 설립자이자 전 CEO 도브 차니(Dov Charney)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으로 미국 터프츠대 1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후 「아메리칸어패럴」을 설립했다.
1세대 패션 창업자 도브 차니는 1990년대 청년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몸소 증명하는 것은 물론 거대 공룡 기업이 아닌 10대 청년이 설립한 10대들을 위한 패션 그룹으로 10년 만에 직원이 5000명인 회사로 성장했다.
「아메리칸어패럴」 성추행 파문 후 비난 여론
의류의 기획과 생산, 판매를 모두 직접 하는 SPA 브랜드라는 개념이 없던 당시에 자체 생산을 고집한 경영 스타일은 찬사를 받았다. 윤리적인 기업 이미지를 필두로 이민자 적극 채용과 직원 복지 추구 등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며 기존에 패션업계에서 관행처럼 계속되던 가혹한 노동 환경, 주주들만 배불리던 시스템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성공은 길지 않았다. 청년 사업가이자 윤리적 기업인의 이미지를 이어 가던 도브 차니는 성추문에 휘말리며 2014년 6월 CEO직에서 해임됐다. 새 CEO 폴라 슈나이더의 지휘 아래 「아메리칸어패럴」은 빚을 삭감하고 자금을 투자하는 등 회생 노력을 했지만 결국 2016년 11월 2차 파산 보호 신청을 진행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브랜드 관련 지적재산권도 캐나다 패션업체 길단액티브웨어에 6600만달러에 매각하며 ‘아메리칸 드림’ 브랜드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패션 브랜드가 됐다.
도브 차니, 윤리적 경영자로 주목받다 추락
길단에 인수된 지 7개월 만에 지난 8월7일(현지시간) 「아메리칸어패럴」은 ‘초심으로 돌아가다(Back to basic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온라인 숍을 통해 재기에 도전했다. 다시 태어난 「아메리칸어패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심플한 디자인을 고수하지만 도브 차니가 진행했던 ‘메이드 인 USA’ 정책을 과감히 버렸다.
높아지는 미국 내 임금을 부담할 수 없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온라인 매장에는 동일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Made in USA’ 라인으로 분리해 선보였다. 다만 미국 생산 제품은 가격이 20% 이상 높게 책정됐는데 이는 기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어패럴」 측은 “일반 라인과 USA 라인의 상품과 디자인은 완벽하게 똑같다. 유일한 차이는 생산지”라고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설명했다. 플리스 소재 후드 티의 경우 미국산은 48달러, 온두라스 생산 제품은 38달러로 책정됐다.
加 의류업체 길단에 매각, ‘초심으로 돌아가자’
한편 자신이 세운 브랜드의 시작, 전성기, 추락을 맛본 도브 차니는 냉소적인 대중의 반응에도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Made in USA’의 정신을 잇겠다는 신념에서 탄생한 「로스앤젤레스어패럴」을 론칭하며 과거 「아메리칸어패럴」의 심플하고 화려한 색깔을 조합해 평범하면서도 개성 있게 입을 수 있었던 디자인을 구현했다.
도브 차니는 “과거 「아메리칸어패럴」에서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들과 임직원을 영입해 만든 브랜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길단 측은 “도브 차니가 「로스앤젤레스어패럴」을 「아메리칸어패럴」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 우려된다. 우리가 인수한 「아메리칸어패럴」의 지적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하고 있다”고 공격하며 격돌을 예고해 두 브랜드 모두 쉽지 않은 재기를 전망케 한다.
창업 이래 갭그룹(GAP Inc)를 이끌어 온 미국 대표 캐주얼 브랜드 「갭」은 「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와 「애슬레타」라는 서브브랜드를 운영한다. 「갭」은 1990년대 청년들의 패션을 선도했으며 가슴에 크게 박힌 ‘GAP’ 로고가 상징적이다. 자유로운 대학생들을 위한 패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던 「갭」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럽에서도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다.
「갭」 정책 전환, 막내 브랜드 「올드네이비」 강세
여기에 3050세대를 겨냥한 「바나나리퍼블릭」을 전개하며 두 브랜드가 세련된 아메리칸 캐주얼 패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10대를 타깃으로 한 「올드네이비」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서브브랜드였다.
2010년 이후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대거 미국시장에 자리 잡으며 「갭」과 경쟁을 시작했다. 트렌디한 패스트패션 기업의 제품 출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격대 면에서도 저렴하지도, 비싸지도 않은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갭」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3050세대를 겨냥하던 「바나나리퍼블릭」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과 세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나이에 대한 패션 고정관념이 사라져 매출 감소를 겪었다. 지난 4월 말 마감된 갭의 1분기 결산 결과 「바나나리퍼블릭」과 「갭」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증가율 -4%를 기록했다.
「H&M」 등 트렌디한 패스트패션에 직격탄
반면 저가 10대 브랜드라 주목받지 못하던 「올드네이비」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이 만족시켜 주지 못하던 퀄리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며 오히려 2010년도 이후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올드네이비」는 「H&M」과 「자라」 등 패스트패션과 견줄 수 있는 저가 브랜드로 활약, 갭그룹의 1분기 결산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증가율 -6%에서 8%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갭그룹 전체의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게 했다.
서브브랜드 「애슬레타」는 높아지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 무작정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운동을 즐기는 일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브랜드로 「룰루레몬」의 대항마로 활약하고 있다.
갭그룹 CEO 아트 페크는 지난 9월 골드만삭스가 개최한 연차 리테일 콘퍼런스에서 “향후 3년간에 걸쳐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매장을 200개 줄이고 대신 「올드네이비」와 「애슬레타」 매장을 270개 늘려 이 두 개를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수년 내 「올드네이비」 100억달러, 「애슬레타」는 10억달러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브브랜드 「애슬레타」, 「룰루레몬」 대항마로
마켓 리서치 회사 NPD에 의하면 여성 액티브웨어는 2015년 매출이 20% 증가해 196억달러에 이르며 현재까지 급성장하고 있어 「애슬레타」 역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랜 시간 「갭」의 지난날의 성공에 집착해 온 시절을 버리고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상징적인 발표이기도 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연간 「갭」과 「올드네이비」 간 매출 격차가 16억달러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으며 “한 시대의 아이콘이던 브랜드가 가고 주목받지 못하던 서브브랜드가 역전하는 격변의 시대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혼돈의 카오스에 가까웠던 미국 패션업계의 새로운 세대와 소비 성향이 도래했음을 알려 준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나아가는 것만이 글로벌 패스트패션 그룹,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밀레니얼을 사로잡는 스타트업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재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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