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하이엔드 vs 가성비 대격돌!
올해 모피마켓은 ‘가성비 vs 수입 프리미엄’으로 양분된 움직임을 보였다. ‘모피도 곧 패션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그 어느 해보다 강렬했다. 일찍 찾아온 추위 덕에 각 브랜드 판매율은 전년 대비 평균 10% 이상 늘어났다. 원자재값이 내려가면서 전체 판매가도 낮아졌다. 20~30대 신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던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을 보상받은 것처럼 이번 2017/2018 모피마켓은 새로운 소비자가 대거 확보됐다.
배정원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올해 역시 유색 모피의 반응이 꾸준히 좋다.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기존 메이저 모피 브랜드의 매출이 살짝 주춤했지만 컬러감 있는 상품이 많아지면서 반응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매출이 전년 대비 확연하게 상승했다. 기존에 블랙 컬러가 걷어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닝 자체가 화사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2월 초까지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컬러 모피를 전면에 내세우길 꺼린 메이저 브랜드도 변화한 모습이다. 「진도모피」와 「동우모피」 「성진모피」 등은 핑크 라벤더, 사파이어 블루 등 과감한 컬러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코트, 베스트류 등의 기본 상품 외에도 머플러, 모자, 키 링과 같은 액세서리류를 강화한 점도 특징이다.
원자재값 하락, 백화점 판매율 10% 상승
컬러 모피가 인기를 얻으면서 론칭 2~3년 차 신예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잘루즈」와 「나우니스」 등은 트렌디한 감성과 컬러로 모피와 친하지 않던 고객을 흡수했다. 그간 시장을 리드한 메이저 브랜드는 평균 100만원대 초반 상품과 500만~1000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리딩 브랜드 진도(대표 임영준)의 「진도모피」는 한층 유연해진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다. 메인 유통인 백화점에 치중하기보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며 젊어진 유통 전략을 구사하고 ‘가성비’ 라인을 확충했다. 컬러 모피의 비중 또한 전체 상품 중 60%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 「진도모피」가 클래식 하이엔드 감성을 가지고 간다면 「엘페」 등 나머지 브랜드는 컬러를 통해 보다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고객은 세이블, 친칠라 같은 고가 상품을 구매하고 신규 고객은 100만~300만원대의 유색 퍼 상품을 구매하는 추세다. 전년 대비 판매수량은 30%가량 늘어났고 단가는 10% 정도 내려갔기 때문에 보다 열린 유통망에서 박리다매를 이끌어 내고 있다. 현재 「진도모피」의 매출 비중은 오프라인 6, 온라인 4 정도다. 진도의 또 다른 브랜드 「끌레베」는 온라인마켓에서만 400억원의 매출을 이뤄 낸다.
진도 박리다매 시스템, 온라인 비중 UP
「우바로쏘」 「소브린」과 같은 신규 브랜드로 추가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우바로쏘」는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퍼 아우터, 카디건 등을 선보이며 매장에서 테스트 중이다. 진도는 내년 초 온라인 사업부를 신규 개설, 온라인 매출 비중을 기존 40%에서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초 모피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동우모피(대표 장동찬)의 「동우모피」는 수입 제품과 캐주얼 감성이 가미된 영 모피 제품을 늘렸다. 올해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났으며 물량은 800장 정도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선보이는 최고급 라인을 주력 매장에 배치한다. 수입 비중이 큰 단독 브랜드 「라피에라」가 하이엔드 감성을 견인한다. 압구정 갤러리아와 현대 무역점, 목동점에 입점해 있다.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서고 나서는 매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11월 초부터 신세계 강남점과 동대구점 등에서 조닝 내 매출 TOP 3를 유지하고 있다.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철학을 중심으로 무스탕, 캐시미어, 후드 야상과 같은 캐주얼 퍼의 비중을 늘렸다. 와일드 퍼 상품은 30~40대 등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동우모피」 세이블과 링스 등 하이엔드 겨냥
세이블, 링스 등의 최고급 상품 또한 보다 트렌디하게 풀었다. 매 시즌 새로운 감도를 보여 주고 있어 고객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동우모피」 역시 내년부터는 비효율 시즌 매장을 줄이고 고객 확보와 매출 관리가 용이한 유통망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하이엔드와 가성비의 비율을 적당히 조율하며 품격 있는 브랜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영 모피의 선두주자 볼륨원(대표 최재영)의 「사바티에」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상품 라인, 남성 라인을 선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언제나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요소를 지속적으로 찾는 트렌드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맘앤키즈 라인은 올해 야상까지 포함해 5종류로 진행했다. 코트는 50만원, 퍼 상품은 100만원대 초반 가격대인데 소진 속도가 빠르다.
인기 라인인 믹스매치 상품 역시 잘나가고 있다. 무거운 감성의 풀 가먼트 상품보다는 밍크 트리밍, 램과 패딩을 믹스한 아이템이 없어서 못 판다. 일례로 승리 데님 재킷으로 유명했던 핑크 퍼 야상 점퍼는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어필해 준비한 물량이 완판됐다. 여기서 유니섹스 모피의 가능성을 엿봤다.
「사바티에」 맘앤키즈 라인 인기, 고객 확장
이정미 디자인실장은 “올해도 믹스매치 비중을 키웠다. 아동복 비중도 전년보다 커졌다. 퍼 디자인만 하기보다는 정체되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다. 매 시즌 계획된 물량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규매장 위주로 전개한다. 90%가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상품이다. 아직도 수입 브랜드라고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는 디자인은 한국, 제조는 외국에서 해 역수입한다. 퀄리티 검수 작업이 워낙 깐깐해 이미 옥션시장에서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교하(대표 김동성)의 「디에스퍼」는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셀렉트 숍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프리미엄 퍼 브랜드를 엄선해 선보이는 셀렉트숍으로 자체 생산, 다양한 브랜드 판매를 겸한다. 이미 모피를 구매해 본 고객을 위해 트렌드를 리드하고 차별화된 패션을 추구하는 아이템을 선보인다.
올해는 별과 꽃을 모티프로 활용한 핸드메이드 기법을 사용했다. 안정된 품질과 디자인성으로 꾸준하게 마니아층을 양성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비중을 90% 이상 늘리고 신선한 신규 브랜드 발굴에 힘썼다. 독특한 디자인과 컬러감은 유럽의 감성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완제품을 받았을 때 재질이 1%라도 다르면 바로 반품할 만큼 퀄리티 검수 또한 철저하게 진행했다.
「디에스퍼」 컨템포러리 셀렉트 숍 완성
「디에스퍼」는 전국에 7개 매장을 전개 중이며 외형은 70억원 정도다. 내년에는 8개 유통에서 75억원 매출 확보를 목표로 한다. 신세계 강남점, 경기점, 센텀시티점과 현대 무역센터점을 메인 점포로 삼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자사 브랜드는 물론 전 세계 유명 모피를 함께 어우르는 멀티숍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
월드와이드네트트레이딩(대표 이종천)의 「잘루즈」는 올해 신예 브랜드 중 가장 큰 활약을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도 창업주인 김영도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니치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잘루즈」는 기존 모피의 관습을 타파한다. 아주 작은 부위에 들어가는 소재도 최고급만을 사용하고 안감도 실크로 마감, 가치를 높였다.
퍼, 액세서리, 가죽을 하나의 감성으로 묶어 접근성이 쉬운 브랜드로 인식시킨 것이 주효했다. 밍크로 로브 스타일의 롱 재킷을 만들거나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이너 베스트 등은 「잘루즈」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유통 측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에서는 비성수기인 지난 7월 3주 만에 매출 8000만원을 달성했다.
「잘루즈」 「리퍼」 등 신예 브랜드 기대주로!
편집숍 ‘마이분’에서는 4행어나 되는 넓은 면적에서 입점 브랜드 중 톱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 역시 150만원 밍크 베스트부터 80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선보인다. 모피시장 자체의 파이는 줄어들고 있지만 스타일리시한 영 모피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것. 「잘루즈」는 국내는 물론 홍콩 편집숍 조이스와도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W컨셉’ ‘위즈위드’ 등 온라인 브랜드와도 거래를 맺었다.
이 밖에도 근화물산(대표 김흥준)의 「나우니스」, 영 모피를 표방한 삼양모피(대표 이영일)의 「지오바니」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는 중이다. 「나우니스」는 부담 없는 가격과 트렌디한 퍼 컬러로 백화점 유통을 전개 중이다. 스타일리시한 모피를 지향하는 리퍼(대표 김누리 · 김경은)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력으로 선방하고 있다.
멈춘 듯하지만 매년 조금씩 자생의 길을 찾아가는 모피업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더 이상 살아 숨 쉬지 않는 마켓이라고도 우려한다. 이미 가격 마지노선이 너무 많이 무너졌고 홈쇼핑, 온라인 등에서 메이저 브랜드가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소규모 기업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 지난 10년간 폐쇄적이기만 했던 모피업계가 올해 불고 있는 매출 훈풍에 힘입어 자구책을 찾기를 기대한다.
TIP. 2017/18 모피 디자인은?
올해는 유색 모피의 향연 속에 특히 파스텔 톤 컬러가 두드러진다. 라벤더 핑크, 샐먼 그레이, 사파이어 블루 등 독특한 컬러가 쏟아져 나왔다. 색이 다른 모피를 이어 붙인 패치워크 형식의 디자인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무릎을 넘는 헤비 롱 기장이 유행했다. 예전에는 러시아인들이 입는 것처럼 부피도 크고 부한 인상을 심어 줬지만 핏과 실루엣을 살린 롱 밍크 재킷으로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준다.
믹스매치 디자인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램과 폭스, 밍크와 구스다운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해 새로운 모피 상품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밖에도 남성 라인 확장, 가죽 재킷과 밍크의 조화 등 소재 결합 같은 발상의 전환이 올해 모피업계의 키워드였다.
mini interview
김용연 진도모피 상무
“선진국형 모피로가야할 때”
“모피도 결국 패션이다. 안티 퍼 정서를 완화시키기 위해 모피를 실생활에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 예정이다. 퍼의 A TO Z를 모두 보여 줄 수 있도록 키즈 · 성인 라인, 라이프스타일용품까지 확충하겠다. 폼만 잡는 모피가 아닌 실용적인 모피 패션과 리빙용품을 선보이겠다. 나파 퍼가 차량용 천연 소재 가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일련의 예다.
「진도모피」의 마인드는 매우 유연해졌다. 퍼를 베이스로 한 모든 아이템을 매장 안에 담아낼 생각이다. 내년부터는 비효율 직영점을 정리하고 백화점에 다양한 모피 상품을 담는 복합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밍크를 살짝 덧대 만들던 속옷은 실제로 지난 시즌 삼성역 코엑스에 전시, 소비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 이상 숨어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개방형 모피 플랫폼을 완성하겠다”
허성진 동우모피 상무
“30대 고객 증가, 희망 봤다”
“올해 30~40대 신규 고객이 많이 늘어났다. 작년부터 유행한 롱 스타일 밍크 재킷이 젊은 소비자들을 이끌었다. 이에 우리는 수입품 물량을 많이 늘렸다. 유색,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을 커버하겠다. 하이엔드 라인 라피에라와 동우모피를 동시에 가져가며 매출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첫 구매고객보다 두 번째, 세 번째로 구매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 모피 한 벌을 입기보다는 무스탕, 캐시미어, 야상 디자인 등 번갈아 가면서 다양한 디자인을 산다. 와일드 퍼의 구매가 상당히 늘었다. 세이블과 링스 재킷류도 고가임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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