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 캐주얼 양대산맥 지금은?

gihyangkan|17.05.17 ∙ 조회수 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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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크롬비&피치」 VS 「아메리칸이글」

2000년대 중반, 거리를 휩쓸던 대형 무스가 그려진 미국 영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는 당시 자유로운 10대들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미국 내에선 ‘쿨 키즈(Cool Kids)’들이 입는 비싼 캐주얼 브랜드로 인식되며 2007년 뉴욕증권거래소 기준 주가가 84.23달러이던 당대 최고의 브랜드였다.

특히 아시아에는 병행수입만 가능해 가짜상품이 시장에 판치는 등 로고 하나만으로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후 각종 인종차별 발언, 성차별적인 광고,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2017년 현재 기준 주가가 12.20달러로 내려앉은 「아베크롬비&피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한편 「아베크롬비&피치」의 아류로 인식되던 「아메리칸이글」은 지난 2007년 뉴욕증권거래소 기준 34.02달러에서 2009년부터 꾸준히 15~20달러 선을 유지하다가 현재는 1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히려 포토샵을 하지 않은 여성 비키니 광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 채용과 같은 진보적인 행보로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아베크롬비&피치」 뉴 디렉터와 리브랜딩 한창
뉴욕 팝업 스토어와 「아메리칸이글」 트럭 운영 등 오프라인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하며 아메리칸캐주얼의 명목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유니클로」 「H&M」 「자라」 「톱숍」 등 2000년대와는 다르게 빠른 글로벌화로 인한 패스트패션 산업의 활황 속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아베크롬비&피치」는 브랜드의 재기를 위해 새로운 디렉터 영입과 함께 리브랜딩이 한창이다. 전 CEO 마이크 제프리스가 2014년 회사를 떠나고 인종차별 발언과 성차별적인 광고 이미지도 멀어져 가나 싶었으나, 이미 각종 외모차별, 종교적 이유의 사원 부당 해고 등 스캔들로 브랜드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기존 금발 백인 미남미녀 모델에서 선회해 다양한 인종을 채용한 캠페인을 배포하고, 매장 앞에 서 있던 상반신 누드 모델들을 없앴다. 인테리어 역시 대표 향수인 「피어스(Fierce)」를 진하게 뿌려 어둡게 매장을 운영하던 「아베크롬비&피치」는 로고와 매장 인테리어를 전폭적으로 바꾸며 밝고 가벼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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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인테리어 교체 등 인종차별 이미지 탈피
제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클래식 라인에 중점을 두던 「아베크롬비&피치」는 전 「칼라거펠트」 디렉터이자 「타미힐피거」 「나이키」 등에서 수석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한 크리스티나 차츠(Kristina Szasz)의 취향을 따른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대량 전개됐으며, 남성복 역시 2015년 「클럽모나코」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던 에런 어바인을 영입 후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들을 빠르게 내보내고 있다.

특히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한정 상품을 판매하는 등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에게 어필하려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가격대 역시 베이직 아이템들은 20~30달러, 「아베크롬비&피치」 컬렉션 제품은 재질과 디자인에 따라 400달러를 호가하는 등 고정적이던 가격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격대와 제품 카테고리를 제안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대적인 리브랜딩에도 「아베크롬비&피치」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연속 15번째 세일즈 하락을 겪고 있으며, 전년도 대비 6.5%의 판매 부진을 나타냈다. 「아베크롬비&피치」의 하위 브랜드 「홀리스터」는 오히려 전년도 대비 1%의 판매 하락으로 경기 부진에도 큰 변화 없이 영 캐주얼 시장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韓 청담동 香 센트럴 플래그십 스토어도 폐점
한국 진출과 함께 오픈한 서울 청담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지난 1월 폐점했다. 2013년 10월 문을 연 뒤 약 3년 2개월 만에 철수한 것이다. 한국 내에서도 논란이 된 동양인 차별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등 이미지 타격이 컸던 만큼 냉담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또한 원 · 달러 환율 대비 미국 가격보다 약 50% 비싸게 책정된 가격 정책, 부동산비가 비싼 청담 지역에 무리하게 매장을 오픈하는 등 판매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년 11월 홍콩 센트럴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폐점했다. 2016년 기준 영업이익이 81%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으로 더 이상 매장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베크롬비&피치」의 글로벌 마케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아베크롬비&피치」와는 다르게 「아메리칸이글」과 하위 이너웨어 브랜드 「에어리」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미국 현지에 총 935개 매장과 「에어리」 단독매장 190여개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 내에서는 현재 현대G&F(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가 전개하며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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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전문 브랜드 입지 굳히는 「아메리칸이글」
데님에서 주얼리까지 매장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였고, 「에어리」 매장 역시 「아메리칸이글」 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하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매장에서도 동일한 매장 형태로 쇼핑환경 차별을 없앴다.

미국처럼 쇼핑몰, 프리미엄 아울렛, 백화점과 같은 몰 형태의 매장에 입점해 남녀노소 찾기 쉬운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에어리」는 「아메리칸이글」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있는 만큼 「H&M」 「자라」가 겨냥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 소호 스프링 스트리트에 「에어리」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올 연말까지 운영할 계획을 밝힌 「아메리칸이글」은 스마트폰 충전, 「에어리」 팬들이 다양한 의견을 회사에 직접 알릴 수 있는 러브레터 코너, 대표 제품 브라렛과 레깅스 판매 등 10대들이 편안하게 쉬고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스마트폰 충전 · 러브레터 코너 등 밀레니얼 겨냥
이는 「에어리」 브랜드의 독립적인 이미지와 이너웨어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1월 기준 지난 1년 동안 S&P500 지수는 12.6% 상승했으나 회사 주가는 2.8% 하락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비록 「아베크롬비&피치」에 비해 유연한 매장 입지, 마케팅, 브랜딩 전략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주고 있으나 국제 패션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땐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아메리칸이글」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데님 코너다. 남성복, 여성복 둘 다 다양한 핏의 데님이 길이별로 정리돼 있으며 대표 퍼포먼스 라인은 신축성과 복원성을 극대화하는 플렉스(Flex) 기술을 이용해 사방 스트레치 원단으로 제작한 만큼 편안한 착용감이 인상적이다. 가격대 역시 4만9900원이며 대표 상품의 가격대는 6만9900~7만9900원으로 SPA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아메리칸이글」 CEO 제이 스코텐스테인은 “「아메리칸이글」이 데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매장 형태를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기대 이상으로 이윤을 남긴 데님 라인을 전폭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영 캐주얼 브랜드로서의 새로운 브랜드 방향을 제시했다.

총 매출 상승, 온라인 매출 22% 이상 증가 덕
「아메리칸이글」은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22% 이상 온라인 매출(모바일 앱 포함)을 올렸고 이는 794억원에 달한다. 단기간의 온라인 매출 상승에는 「아메리칸이글」 재정 관리 대표 밥 마도어의 전략이 숨어 있다.

“올해 온라인 마케팅은 전적으로 몇 군데에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는 개인화, 두 번째는 단골 고객, 세 번째는 국제화입니다. 더불어 전반적인 웹사이트의 기능성에 중점을 둬 경쟁사들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으며 체크아웃이 쉬운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밥 마도어 대표의 전략처럼 현 「아메리칸이글」 웹사이트는 고객의 취향, 소셜네트워크, 연령대 등을 고려해 추천 상품을 제공하고 단골 고객들에게 꾸준히 쿠폰을 보내는 등 소비자들이 쉽게 쇼핑을 완료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이너웨어 브랜드 「에어리」 뉴욕 팝업 등 팬 확보
바쁜 밀레니얼세대들이 스마트폰으로 쉽고 간단하게 쇼핑할 수 있고, 해외 배송도 문제 없이 이뤄진다. 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아메리칸이글」은 지난해 미국 온라인 톱 사이트 500위 안에도 들며 현재 새로운 세대의 10대를 따라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에어리」 또한 팬층이 두터워졌다.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포토샵을 배제한 솔직한 몸매를 드러내는 「에어리」의 광고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남성 속옷 모델 또한 기존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던 모델이 아닌 플러스 사이즈, 일반 남성들을 적극 채용하며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됐다. 어느 몸매, 사이즈라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브라렛과 레깅스는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미국 내 라운지웨어 브랜드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다.

하위 브랜드 「에어리」의 이런 성장은 진보적인 광고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인식 수준을 고려한 과감한 변화가 가져온 혜택이다. 2000년대 중반 10대이던 주요 고객들이 지금 2030세대로 성장했으며 스마트폰과 함께 민감해진 10대의 수준을 고려하면 더 이상 ‘쿨 키즈’ 마케팅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정통 아메리칸 캐주얼 양대산맥 경쟁 새 국면
리브랜딩에도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아베크롬비&피치」. 미국 내에서는 아직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전 세계 판매량을 보면 여전히 대형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밀리는 「아메리칸이글」. 정통 아메리칸 영 캐주얼 브랜드 전쟁은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그들이 어떤 포지션에 자리매김하게 될지 궁금하게 한다.

지난해 이 두 아메리칸 캐주얼의 경쟁자이던 「에어로포스탈」은 과도한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판매 부진으로 챕터 11 파산 보호와 기업재건 절차를 신청했고,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며 경영 부진을 탈피할 계획을 발표했다. 늦게나마 글로벌화에 주력하는 「에어로포스탈」을 보면 미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만이 답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아메리칸 영 캐주얼의 양대산맥은 2000년대의 영광을 뒤로하고 제2의 「에어로포스탈」이 되지 않기 위해서 소극적인 글로벌화와 함께 온라인 소비자들을 잡을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을 새로운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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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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