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레오바이널즈」 & 「하이칙스」!
키덜트족 겨냥한 히트 브랜드
“브랜드만의 ‘감성’. 도무지 그 감성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로고 플레이는 하다 보면 진부해지고,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 플레이에는 한계가 있어요. 한 가지 아이템으로만 성공하면 ‘브랜드=아이템’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대중에게 잊히기 십상이죠. 눈 뜨면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는 패션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고민, 또 고민합니다.”
이제 패션 업계에서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무기가 되지 않는다? 현재 패션 업계에서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뉴 콘텐츠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제1의 생존 법칙이 됐다. 다양한 콜래보레이션부터 로고 플레이까지 안 해 본 것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패션 관계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브랜드가 등장했다.
굵직한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 파격적으로 변신시킨 ‘심슨’과 ‘미키마우스’를 통해 명실공히 최고의 감성 캐주얼 브랜드로 떠오른 「스테레오바이널즈」와 밤비, 백설공주, 인어공주, 문어 마녀 우르술라를 가방에 담아내 가방의 한계를 완전히 타파한 「하이칙스」가 주인공이다. 이 두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콜래보레이션 속에서 또 한 번의 재창조를 통해 브랜드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한 것이다. 여심과 남심을 동시에 사로잡은 화제의 두 브랜드! 과연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콜래보레이션의 재발견, 글로벌 기업과 손잡다
빡빡머리에 삐딱하게 고개를 꺾고 상대방을 노려보거나 스테레오라는 큼지막한 로고 밑에 누워 있는 심슨이 티셔츠, 재킷에 새겨져 있다? 상상만으로도 재밌는 그래픽을 실현한 어바웃블랭크앤코(대표 김기환)의 「스테레오바이널즈」는 현재 20~30대 패션 피플이 가장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올라섰다.
지난 2013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프로모션 업체를 핸들링하던 김기환 대표와 영국에서 활동하는 허재영 CD의 합작품이다. 제작자와 하청 업체의 관계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재창조하게 된 이들은 작년까지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업무를 진행했다. 전체 직원 수는 20명 남짓한 작은 규모의 회사지만 직원들과의 교류 방식과 상품 셋업 시스템에서는 대기업 못지않은 구성력을 자랑한다.
김기환 대표는 “전 세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캐주얼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의 강점은 시즌을 1년에 두 개로 나누지 않고 8~10개 정도의 캡슐 컬렉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1년 이상 준비하는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원활하게 핸들링하기 위해서 SCM(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슨, 미키마우스, 장 줄리앙까지 히트 러시
지금까지 「스테레오바이널즈」가 진행한 굵직한 콜래보레이션 대상은 심슨, 미키마우스, 코카콜라, 장 줄리앙 등이다. 국내에서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감성 재창조’를 주무기로 삼았다. 개런티 협상 때문에 초반에 난항을 겪은 심슨과 코카콜라 본사 측은 콜래보레이션 결과물을 보고 모델 수까지 늘리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론칭 후 첫 작품인 디즈니 콜래보레이션 컬렉션은 미키마우스는 물론 카무플라주, 별 모양을 모티프로 한 의류, 모자 상품으로 ‘대박’을 쳤다. 심슨 캐릭터가 무심하게 담겨 있는 MA-1 재킷 또한 지금까지 1만장 넘게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하나의 콜래보레이션을 준비할 때 제작하는 상품 가짓수도 60~70SKU 정도다. 여기에 기본적인 베이직 라인을 더하면 1년간 500여개가 넘는 아이템을 제안하는 셈이다.
지난 F/W를 강타한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과의 협업 컬렉션 또한 아트워크의 새로운 진일보를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심한 듯하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지는 장 줄리앙 특유의 일러스트는 베이직한 캐주얼 상품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보인다. 양손이 프린팅된 머플러와 표정이 그려진 코트 상품은 이미 전 상품 완판됐다.
매년 25~30% 신장세, 지루한 일상을 뒤집다
김 대표는 “예술이라는 게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점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장 줄리앙의 경우에는 현재 엄청난 개런티를 자랑하는 아티스트지만 허재영 CD가 졸업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동기이기도 하다. 한국 친구의 독특한 브랜딩에 힘이 되기 위해 개런티 받는 것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스테레오바이널즈」는 매해 25~30%씩 꾸준하게 신장하고 있다. 언뜻 보면 수입 소재만을 사용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전 상품이 국내 생산된다. 또한 효율적인 판매를 위해 모든 컬렉션 상품을 지역, 유통망별로 등급을 나눈다. 편집숍 ‘비이커’를 위한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을 전개하거나 가격을 낮춰 온라인 몰에 풀어내는 전략 등이다.
총 20개에 이르는 유통망별로 관리하는 상품이 제각각인 점은 이들의 차별화된 강점 중 하나다. 가격 또한 최대 40만원을 넘지 않도록 배수 평균치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가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게 이들의 철학 중 하나다. 오는 S/S시즌부터는 RFID(초소형 전자 태그)를 활용해 재고, 물류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니아층 열광, 그들만의 ‘신(SCENE)’ 생성
정혜윤 29CM MD는 “「스테레오바이널즈」는 스트리트 전반에 걸친 인플루언서와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완전히 본인들만의 것으로 변주하고 개성 또한 잃지 않는다. 한동안 잠잠하던 브랜드 팬덤을 강하게 형성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만의 개성 있는 콘텐츠는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층을 확보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브랜드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현재 어바웃블랭크앤코는 「스테레오바이널즈」 외에도 「화이트블랭크」라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를 동시에 전개 중이다. 프랑스 파리의 ‘콜레트’, 홍콩 ‘I.T’ 등 주요 편집숍에 입점, 글로벌 브랜딩 도약을 준비한다. 향후 다양한 레이블을 한 플랫폼 안에 담아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종착역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광대 승천’을 유발할 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브랜드.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라는 네이밍의 「하이칙스(High Cheeks)」는 팝 아트를 기반으로 한 아트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다. 국내 1세대 디자이너 커스텀 주얼리 브랜드 「빈티지헐리우드」를 전개하는 VH디자인컴퍼니(대표 서보람)의 세컨드 브랜드 격으로 지난 2014년 탄생했지만 애초부터 주얼리 아이템으로 한정하지 않고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모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라보면 웃음 유발! 「하이칙스」 루키 스타
처음으로 선보인 러브 마이 페이스(Love My Face) 컬렉션은 팝 카툰 입술부터 허니비, 표정 주얼리까지 아트 일러스트 펜던트가 포인트다. 도톰한 입술 사이로 보이는 살짝 벌어진 앞니,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눈망울 등 얼굴 부위의 일부를 유머러스한 아이콘으로 표현했다.
이모지(Eomji)를 연상시키는 각각의 펜던트는 초커, 브레이슬릿, 이어링 등에 적용돼 키치한 감성과 재미를 부여하며 초기 「하이칙스」만의 키치한 감성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어서 2015 봄 시즌부터는 디즈니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다.
주얼리 외에도 다양한 미니백과 폰 케이스, 스카잔을 출시해 패션 잡화와 의류 상품에도 힘을 실었다. 스타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A very merry unbirthday to you’라는 주제로 꾸몄다. 1년 중 하루뿐인 생일만이 아니라 나머지 364일을 모두 특별하게 보내자는 의미의 영화 속 ‘흰 토끼’의 대사다.
디즈니 콜래보 컬렉션 연이은 성공 → 시리즈 기획
첫 번째 디즈니 콜래보레이션 라인의 주력 아이템으로 사각형의 유니크한 트렁크 미니백을 만들었다. 앨리스 가든을 배경으로 그 안의 클래식함과 소녀스러움을 동시에 살렸다. 하지만 너무 어리거나 유치하지 않도록 좀 더 심플하면서 컬러풀한 특징을 강조했다.
미니백은 15차 리오더까지 진행하는 등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한 차수당 수량도 300~500개였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수량이 팔려 나간 것. 이에 힘입어 바로 다음 여름 시즌에는 계절에 맞게 인어공주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트렁크백 하나로만 출시된 앨리스와 다르게 원형 백부터 직사각형 백에 클러치와 에코백까지 다양한 형태의 핸드백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상품에 사용된 이미지를 그림으로 뽑아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컬렉션의 핸드백 아이템은 22차 리오더까지 진행돼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日 백화점 팝업 스토어 등 독자 브랜드로 우뚝
「하이칙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인어공주’에 이어 세 번째로 콜래보레이션한 디즈니 주인공은 ‘백설공주’다. ‘클래식이 위트를 만든다(Classically Witty Snow White)’를 주제로 꾸며진 이 컬렉션은 기존의 컬러 블록과 키치함을 클래식한 체크 패턴에 녹여 좀 더 차분해지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풀어냈다.
이어 올 3월에는 디즈니 ‘미녀와 야수’의 실사 영화 개봉에 맞춰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컬렉션을 출시한다. 이번 컬렉션은 이전의 디즈니 콜래보 컬렉션의 주력 아이템인 트렁크백 대신 클러치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서 대표는 “디즈니 콜래보를 진행하며 핸드백 아이템에 처음 도전했을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주얼리보다 핸드백은 크기가 다양해 표현이 더 자유로워 재미있게 작업했어요”라고 말했다. 디즈니 콜래보레이션이 대히트를 하자 이제는 핸드백 브랜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체 아이템 중 핸드백의 비율이 가장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올 S/S시즌에는 슈즈 라인까지 론칭할 예정으로 토털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로 나아간다.
콜래보레이션 컬렉션과 클래식 라인으로 꽃에서 모티프를 얻어 꾸민 ‘헤이 데이(Hey Day)’ 등 자체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고 콘텐츠가 풍부해지자 국내 정규 유통과 해외에서도 「빈티지헐리우드」와는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하라주쿠 라포레백화점, 오사카 한큐 백화점 등 일본 유통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으며 오는 4월에는 이세탄백화점에서 단독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독특한 감성에 흠뻑! 마니아 인터뷰
지정훈(35세, 촬영 감독)
“「스테레오바이널즈」는 모자부터 반팔티, MA-1 재킷까지 시즌마다 나오는 아이템 하나씩은 무조건 가지고 있을 만큼 팬이다. 전에는 캐릭터 플레이를 유치하다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이곳의 상품은 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진부하지 않고 즐겁게 느껴졌다. 옷을 입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를 입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 시즌 다음에는 어떤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할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장 줄리앙의 카멜 롱코트를 매우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아쉽다. 품질 대비 가격도 부담 없는 편이라 주변 사람에게도 전파하고 다닌다. 브랜드 측에서 공로상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박지혜(24세, 대학생)
“처음 「하이칙스」를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를 하는 연예인이 든 앨리스 트렁크백을 보고 나서다. 평소 페미닌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디즈니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한창 자수 디테일에 꽂혀 있을 때라 꼭 가지고 싶었다.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여유가 없어서 핸드폰 케이스를 구매했는데 그 후에 인어공주 컬렉션이 나왔다. 계속 눈에 밟히던 차에 결국 인어공주 자수의 미니 트렁크백을 구입했다. 지금은 아마 품절이 된 것 같은데 고민하다가 조금만 늦었어도 못 사서 후회할 뻔했다. 데일리 포인트 아이템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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