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웃도어, 어디까지?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17.02.02 ∙ 조회수 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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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벅」 「에코로바」 등 중단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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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도어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서 브랜드 중단과 전문 기업의 부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월10일 자로 네파(대표 이선효)가 세컨드 브랜드로 전개하던 「이젠벅」 사업을 접었고, 하도급 갑질 논란과 함께 중간 유통 관리자들의 임금 체불 논란을 일으킨 에코로바(대표 조병근)가 지난 12월26일 1차 부도를 맞은 후 채무 과다를 사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4월 부도 처리돼 기업회생에 돌입한 「투스카로라」 전개사 세이프무역(대표 안태국)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화의인가 기각 처분을 받았다.

네파는 2013년 신규로 야심 차게 선보인 「이젠벅」을 4년 만에 중단했다. 지난 연말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해 1월 1일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네파 측은 ‘데일리 아웃도어’로 선보인 「이젠벅」과 주력 브랜드 「네파」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젠벅」은 작년 말 기준 50개 점포에서 210억원 매출을 올렸다. 주력인 「네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급작스러운 브랜드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임직원이나 대리점주가 없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본사 브랜드 인력은 「네파」와 「네파키즈」로 이동시키고, 대리점주들에게는 일부 인테리어 비용을 배상하거나, 상설매장 전환과 마진율 상승 등의 방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네파, 효율 경영 위해 「이젠벅」 사업 중단
에코로바는 지난 2015년 초부터 협력 업체에 매출 대금 지급을 부당하게 늦추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갑질 논란을 일으켜 왔다. 작년 10월에는 중소기업청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계약 체결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6일 1차 부도를 막지 못하고 28일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정상 영업이 가능한 것처럼 중간 관리자(매장 판매자)를 채용하고 매장 계약 보증금을 받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들에 대한 체불 임금 지급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들은 에코로바가 작성한 ‘임금 지급 확약서’ 이행 여부에 따라 단체 집회를 열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에코로바의 부채 규모는 3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세이프무역은 작년 4월 기업회생에 들어갔지만, 최근 화의인가 기각 처분을 받고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재고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중가 「터누아」를 전개 중이던 라페스포츠(대표 김국두)도 기업회생 신청 후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체 브랜드 「라페」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대형마트 유통을 통해 중 · 저가대로 합리적 소비층을 타깃으로 삼아 매출을 내는 데 힘쓰고 있다.

부채 300억대 에코로바, 임금 체불 등 문제
「에코로바」 「투스카로라」 「터누아」 등은 2012~2013년 등 아웃도어 시장이 확장세에 있을 당시 오랜 전개 경력을 무기로 중가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브랜드들이다. 에코로바는 2012년 소비자 기준 8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세이프무역은 「투스카로라」 등 브랜드를 전개하며 5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해 왔다.

‘패션 시장 최악의 2년’이라 불리는 2014, 2015년은 아웃도어 붐이 일던 2012~2013년 대비 수직 하락세를 보였다. 그만큼 브랜드들의 중단 사태도 연이었다. 작년까지 「휠라아웃도어」 「헬리한센」 「살로몬」 「노스케이프」 「잭울프스킨」 등 5개 브랜드가 사업을 접었다.

「몽벨」은 경영 위기를 겪은 LS네트웍스에서 분리돼 MBK코퍼레이션이라는 별도 법인에서 새롭게 전개 중이다. 대형 브랜드들의 중단 사태로 시장에 풀리는 재고 상품이 많아지고 현재 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메이저 브랜드들의 할인 상품이 풀리면서 중가 브랜드와 협력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도미노처럼 연이어 피해가 커지는 상태.

「헬리한센」 등 5개 철수, 시장 20~40% 역신장
현재 시장에서 규모를 유지 중인 브랜드들도 20~40% 가까운 매출 역신장을 견디는 중이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형 브랜드들도 총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주력 아이템 ‘다운 점퍼’의 생산 물량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확 줄이고 있다. 시장 위기에도 ‘다운’ 물량만큼은 줄이지 않던 업체들까지 적극적으로 물량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 다운뿐 아니라 유통망과 신상품 출시도 대폭 줄여 예기치 못한 변수 속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올겨울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다운 상품 기획은 4가지 공통점이 있다. △헤비 다운보다는 경량 다운 위주 제작으로 생산 비용을 줄이고 △판매율이 높은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전체 스타일 수는 줄여 리스크에 대비하며 △리오더 가능성이 낮고 △2월이 되기 전까지도 다운 발주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 겨울이 춥지 않아 매출 하락세를 예상했음에도 ‘벤치 다운’ 스타일과 화이트 컬러 아이템으로 다운 매출이 급상승하는 등 변수가 커 섣불리 기획과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이 3~4년 전과 완전히 달라져 일방적 마케팅이 통하지 않아 고민이 크다. 최근 기후 변화로 겨울 날씨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도 선기획보다 스폿 생산에 주력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요 브랜드 재고 4500억~9500억대 누적
최근 오리털 가격이 조류독감 발생으로 잠시 오름세에 있지만 지난 2015년 11월부터 조류독감 발생 전까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바닥을 쳤음에도 브랜드들의 오리털 매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그로 인해 1월 중순 현재까지도 많은 브랜드가 상품 기획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물량 발주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운과 관련된 협력 시장까지 동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대표 브랜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재고도 업체들의 신상품 생산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7개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재고 물량이 각각 적게는 4500억원에서 최고 9500억원대까지 누적된 상태. 그나마 지난해 여름 역시즌으로 재빨리 재고 물량을 처리한 브랜드가 4500억원대 재고를 유지 중이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은 재고 폭탄이 염려되는 수준이다. 6~7개 브랜드의 재고 규모가 거의 4조7500억원에 육박해, 아웃도어 시장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도 뚜렷한 상승 요인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과거 외형 키우기에 급급하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내실 경영에 돌입하며 몸집 줄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올 상반기 전체 물량도 줄이고 매출 규모도 보합 혹은 역신장으로 현실에 맞춰 줄이는 등 보수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월 상품 판매로 재고를 줄이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인기 상품 집중, 경량 다운 위주 제작으로 리스크↓
상품군은 익스트림 라인은 ‘아웃도어’의 명맥 유지를 위한 최소 비중만을 가져가는 분위기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라인’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애매한 콘셉트를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맞춰 의미를 명확히 한다.

섣불리 새로운 것을 내놓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나쁘다는 판단에서다. 뭔가를 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것, 더 나빠지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인다. 앞으로 2012~2013년과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부밍(booming) 현상은 다시 없을 것이라는 게 10년 넘게 시장에서 활동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웃도어 시장이 한국 소비자 인구에 맞는 시장 규모로 ‘정상화’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당분간 시장 위축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한 브랜드가 몇천억원대 재고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 브랜드 중단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판단했다. 성장도, 유지도 아닌 ‘생존’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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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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